뉴시스

박원순 "코로나 보릿고개 현실로...전례없는 상황엔 전례없는 대책 필요"

입력 2020.04.22. 08:59 댓글 0개
"골목상권 붕괴 초읽기, 가계경제의 파탄으로 이어질 것"
"자영업자 무너지면 순환고리 끊어져…소상공인 대책 시급"
"K방역, 고통 겪으며 눈물 속에 버텨준 시민들이 이뤄낸 것"
"민생방역에도 선제적으로 대응 필요…눈물 닦을 것" 약속
[서울=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이 성북구 정릉동에 위치한 한 순대국집을 방문해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원순 페이스북 갈무리)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윤슬기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은 2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과 만난 사연을 전하며 "이대로 간다면 골목상권 붕괴는 초읽기가 되고 자영업자가 무너지면 가계경제의 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례없는 상황에선 전례없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박 시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지 90일이 지났다"며 "재난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코로나 보릿고개가 절박한 현실로 닥쳤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저기에서 힘들어하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비명에 가깝다"며 "어느 하나 급하지 않고 사연 없는 게 없지만, 그중에서도 골목상권의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그러면서 며칠 전 송파구 가락동과 성북구 정릉동에 위치한 자영업자들을 만난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지난 며칠, 송파구 가락동과 성북구 정릉동의 골목상점의 사장님들을 여럿 만나 절절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오가는 사람들이 없어 휑한 가락동 골목길의 작은 가게들에서 상인들은 힘겹게 견디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운영한지 8년째라는 한 작은 카페는 평소 동네 엄마들의 사랑방이자 근처 직장인들이 점심식사 후 들르는 참새 방앗간이었다는데, 겨우 테이블 하나에만 손님이 있었다"며 "당분간 가게 문을 닫고 어디 가서 설거지라도 할까 싶다는 사장님의 말이 너무 마음 아팠다"고 전했다.

그는 "그 옆의 돈까스 전문점도 평소보다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 하고 멸치국수집도 저녁장사를 못한지 한참 됐다고 했다"며 "미용실과 세탁소 사장님은 최근 두 달동안 평소 매출의 절반도 못 올렸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한 여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북구 정릉동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며 "근처에 대학교가 있어 평소 학생들이 많이 오가던 곳이었지만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골목은 고요함에 잠겨있었다. 떡집 사장님은 거래처의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주문도 끊겼다고 한숨지었고, 임대료 내기도 힘들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점심시간에 들른 순대국 집 사장님은 저를 보면서 눈물을 지었다"며 "젊어서 서울에 올라와 온갖 고생을 하다가 이곳에 자리 잡은 지 24년째. 순대국을 팔아 자식들도 다 키워냈는데,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라는데, 덩달이 목이 메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날 제가 세 번째 손님이라는데 한 그릇에 5000원, 점심장사로 겨우 15000원을 벌었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박 시장은 "지난 3월2일부터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시작한 사회적 거리두기 '잠시멈춤'은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코로나19와 맞서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처음엔 2주만 참아보자 했던 것이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며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도시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코로나 19와의 전쟁에서 이겨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 세계가 최고라고 인정하며 감탄하는 K방역은 이렇게 고통을 겪으며 눈물속에서 버텨준 시민들이 이뤄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그럼에도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서울시는 시민을 살리기 위한 '재난긴급생활비' '민생혁신금융 열흘의 약속' 등의 특단의 조치들을 내놓았다"며 "물론 정부에서도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여러 금융지원 정책을 내놓았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현장을 돌아보며 절감했다"며 "이대로라면 골목상권 붕괴는 초읽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영업자가 무너지면 순환고리가 끊어지고 이것은 곧 가계경제의 파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살려야 한다. 전례없는 상황에서는 전례없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바이러스 방역에 선제적이었듯, 민생방역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판단"이라며 "제가 만난 순대국집과 카페, 철물점, 떡집, 세탁소, 미용실, 돈까스집, 분식집 사장님들의 눈물을 닦아줄 방법을 찾겠다. 서울의 70만 자영업자들이 이 깊은 고난의 강을 무사히 건널 수 있도록 함께 손잡고 건너는 방법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onseul@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