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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만 가는 면세점 재고···"아울렛서 팔게 해달라"

입력 2020.04.17. 09:12 댓글 0개
코로나 사태로 면세점 매출 급감
업계 "아울렛 판매로 살 길 달라"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면세점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해 면세품 재고를 한시적으로 국내 아울렛 등에서 판매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정부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신라·신세계 등 국내 주요 면세점 업체와 한국면세점협회, 관세청은 지난 7일 회의를 열어 보세 물품 판매 규정 완화 관련 논의를 했다. 면세점 요구는 간단하다. 재고 상품을 통관 후 일반 유통 경로로 내보낼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면세점 매출이 초토화됐고, 쌓여만 가는 재고를 감당하기 힘들어졌다는 게 이유다.

지난 1월 2조247억원이었던 면세점 매출은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한 2월 1조1025억원으로 반토막났다. 3월엔 1조원대가 무너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면세점업계에선 이달 들어 매출 90%가 줄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물건을 팔 곳이 없자 물류 창고 가동률은 150%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도와주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 우는 소리 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면세점은 직매입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량으로 물건을 사들여 창고에 쌓아두고 수요에 맞춰 반출하는 방식이다. 최소 3개월 전에는 발주해야 원활하게 판매가 이뤄질 수 있다. 예를 들면 5월 판매량을 예측한 뒤 2월엔 주문을 넣어야 하는 식이다. 수요가 없으면 재고는 계속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반 유통 경로로 판매되는 제품은 이월 상품 등은 아울렛 등으로 보내 털어내지만, 면세품은 규정상 그럴 수 없다. 면세점에서 못 팔면 폐기해야 한다. 롯데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롯데 지난해 말 기준 재고 자산은 1조3275억원이다. 호텔신라(8493억원)·신세계면세점(6369억원)·현대백화점면세점(1197억원) 등도 수천억원대 재고 자산이 있다. 업계는 올해 재고 자산이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청은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면세점업계는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때도 정부에 이 같은 요구를 한 적이 있다. 당시엔 거부당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한 면세점 매출 감소는 사드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관세청도 업계 요구를 일축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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