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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시대 부동산 불패···이번에도 통할까

입력 2020.03.17. 18:15 댓글 1개
2015년 기준금리 1%대 진입…서울 아파트값 크게 올라
"실물가치 올라 집값 우상향" vs "거시경제 악화로 폭락"
달아오른 부동산 시장 열기 그대로…수도권 청약도 인기
부동산 전문가들 "금리인하, 집값 자극 한계 있어" 지적
"불확실에 대한 두려움 커 시장 분위기 반전 쉽지 않아"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사상 처음으로 '제로금리' 시대가 열린 가운데 이번 금리인하가 과거의 예처럼 부동산 불패로 이어질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하하면서 기준금리가 0.75%로 떨어지는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통상 금리인하는 부동산 시장에는 호재로 해석된다. 이자 부담이 덜해 수요자들의 진입이 쉽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출을 통해 지렛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금리인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큰 역할을 했다.

2014년 당시 한은은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70%와 60%까지 올리는 등 부동산 부양책을 펼쳤다.

곧바로 부양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2015년 기준금리가 1%대에 진입하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다. KB리브온 등에 따르면 그해 서울 집값은 5.56% 상승하면서 매매가격 사상 처음으로 평균 6억원을 넘겼다. 거래도 활발했다. 2014년 6월 5274건에 그쳤던 서울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9월 9830건까지 치솟았고, 2015년 3월 1만5543건까지 늘었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과 저금리가 맞물려 시장의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유입돼 활황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2020년 현재 부동산 시장의 상황은 2015년과 많이 다르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을 투기세력으로 규정하고 촘촘한 감시망을 펴 대출을 규제하고 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거시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한 번 달아오른 부동산 시장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가 있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청약시장은 여전히 인기다. 이날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마곡지구 9단지 1순위 청약 접수에서 총 252가구 모집에 3만6999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146.82대 1을 기록했다. 지난 3일 GS건설이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에 분양한 과천제이드자이도 132가구 모집에 2만5560명이 몰리며 평균 19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금리인하와 관련한 의견이 분분하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화폐가치가 하락하면 실물가치가 오르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은 전체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다"라는 주장과 "경제지표가 좋아지고 있던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악재다. 부동산도 폭락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금리인하가 집값을 자극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금리인하가 부동산 시장의 충격을 완화해 위축에 대한 하락폭과 속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불확실에 대한 두려움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안 부장은 이어 "부동산 투자는 가격이 오른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이 사인을 주기엔 시장이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전체적으로 주택시장이 조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부연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자산상품 중 하나인 부동산 시장도 장기적으로 구매자 관망과 심리적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전반적인 주택 거래량 감소와 함께 가격급등 피로감이 크거나 대기수요가 취약한 지역 또는 과잉공급지역 위주로 가격조정과 거래시장의 하방압력 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코로나19와 실물경기 침체 등으로 부동산 투자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없는 상황이다"라며 "대출규제가 만만치 않는데다 자금출처조사도 강화됐다. 일부지역을 제외하고 부동산시장이 당장 달아오를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위원은 "이번 금리인하는 시차를 두고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면 중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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