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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구하려 새벽 4시부터 나왔어요"
입력 2020.02.26. 14:33 수정 2020.02.26. 16:38 댓글 0개꼭두새벽부터 공장 앞 장사진 친 시민들
‘1인당 60개’ 1시간 안돼 만개 이상 팔려
타사 마스크 낀 직원 “우리도 못 구해”
27일부터는 지정 공적판매처만 판매
"약국에서 개당 5천원에 팔길래 어떡할까 하다 공장에 가면 싸게 구할 수 있다고 해서 새벽 4시부터 나왔는데 제일 먼저 사게 돼서 다행이네요. 내일부터는 안판다는데 인터넷에서 구해야 할까봐요."
약국에서도, 마트에서도 좀처럼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아예 마스크 생산 업체에 직접 가서 구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정부가 마스크 공급에 차질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시민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몰 등의 마스크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과거 1천원 이하였는데, 요즘은 4천원을 훌쩍 넘는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마스크 공장을 찾고 있는 것이다.
26일 오전 6시께 광주 북구 양산동 본촌산단에 위치한 마스크 제조 업체 ㈜태봉의 직매장 '코튼데이' 앞은 줄잡아 50명은 넘는 사람들이 비가 오는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줄을 서 있었다.
'코튼데이'는 ㈜태봉의 프리미엄 순면 전문 브랜드로 이미 시중은 물론 온라인상에서도 널리 알려진 마스크 브랜드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마스크를 구하려는 이들이 아예 공장 앞 직매장까지 찾아온 것이다.
마스크를 사러 온 이들 시민들은 차분하고 질서 있게 직매장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차량에 실려 있던 낚시 의자를 꺼내 일행과 번갈아가면서 앉아 피로를 푸는 이들도 있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건 오치동에서 온 박모(67)씨다. 그는 "약국에 갔더니 마스크 하나를 5천원에 팔고 그나마도 대량으로 구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며 "어떡하나 싶은 심정이었는데 택시 기사로부터 이곳에 가면 마스크를 구할 수 있다고 해서 왔다. 사람들이 몰릴 까봐 새벽 4시50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없어서 1등으로 서서 기다리는 중이다"고 말했다.
회사 동료들을 위해 마스크를 조달하려 온 회사원도 있었다. 하남공단 한 업체에서 근무하는 이모(39)씨는 "직원들이 쓸 마스크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여기서 마스크를 구할 수 있다고 해 동료들과 함께 왔다"며 "사장님도 좋은 생각이라며 다녀오라고 하기에 마스크를 구해 회사에 출근하려 나왔다"고 했다.
평소에 없던 긴 줄에 인근 주민들도 신기하기는 마찬가지다. 인근 주민 김모(55·여)씨는 "메르스때도 이런 일은 없었다"며 "코로나19가 실감이 난다"고 전했다.
동이 트면서 마스크를 구하려는 인파는 점점 늘어났고 300여명 가까이 늘어났다. 오전 8시 '코튼데이' 직매장 문이 열리자 몇 시간째 기다렸던 시민들은 기다리던 마스크를 구해 밝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이날 ㈜태봉은 1인당 구매 가능한 마스크를 3개 들이 20팩으로 제한했다. 1인당 60개까지 살 수 있는 셈이다. 가격은 한 팩당 7천500원, 마스크 1개당 2천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300여명의 손님들이 몰리며 산더미 같던 마스크는 1시간도 되지 않아 바닥을 드러냈다.
몇몇 손님들은 한 차례 구매한 후 다시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사려 했으나 날카로운 직원들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오전 9시께 뒤늦게 도착한 이들이 줄을 서려 했지만 직원들은 "더 이상 판매할 물량이 없다"며 되돌려 보냈다.
업체측은 "현재 의약품 수급 통제 지침에 따라 절반은 광주시 등 관공서에 납품해야 한다"며 "저도 저희 업체 마스크를 못 구하고 타사 업체 마스크를 이틀째 착용하는 중이다"고 전했다.
㈜태봉 측은 현재 조달 수량을 맞추려 24시간 철야 생산 중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조금 바쁜 정도였으나, 대구 신천지발 코로나가 확산된 이번주 월요일부터 마스크를 구하려는 행렬이 시작됐다.
마스크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많지만 함부로 관공서 물량을 판매할 수 없어 되돌려 보내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태봉은 27일부터 정부가 지정한 농협·우체국·하나로마트 등 공적판매처로 납품하게 되면서 직매장에서 마스크를 팔지 않는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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