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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비 두고 악의적 기사···"언중위 왜곡보도 vs 재판부 의견표명"

입력 2020.02.10. 06:00 댓글 0개
언중위-재판부 법률 해석 두고 의견 달라
지역 언론 배경 및 저널리즘 기본원칙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
【전주=뉴시스】김얼 기자 = 전주지방법원 신청사 모습. pmkeul@newsis.com

[전주=뉴시스] 윤난슬 기자 = "모든 기사에 대해 왜곡이 인정된다 vs 기자의 단순한 의견 표명일뿐"

전북 임실군이 최근 허위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의 이유로 인터넷 언론사를 상대로 재판을 냈다가 패소한 가운데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와 재판부의 판단이 현저히 다르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언중위는 악의적으로 기사를 쓴 언론사에 정정보도문 게시와 손해배상금 지급 등 결정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제기된 기사들은 임실군이 해당 언론사가 발송한 광고 협조 공문에 응하지 않은 직후부터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재판부의 이번 판결을 두고 지역 언론의 배경과 저널리즘 기본원칙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왜곡 보도 vs 의견 표명' 엇갈린 판결…뭐가 다른가?

전주지법 제4민사부는 최근 임실군이 제기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다고 10일 밝혔다.

다만 청구 기각에 따른 소송비용은 원고와 피고가 각자 부담하도록 했다.

임실군은 지난해 3월 22일부터 4월 26일까지 인터넷 언론사가 낸 4건의 기사와 2건의 사설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과 달라 왜곡 보도라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문제가 된 기사는 '임실군, 불법단체 군청 입주 운영비 4000만원 지원 의혹', '임실군, 337억 농공단지 80억에 매각…불법 특혜 논란', '임실군, 하천 정비에 120억 사용 초호화 논란' 등 지자체의 행정에 의문을 품은 비판 기사다.

재판부는 "정정보도 청구의 대상인 보도가 사실적 주장에 관한 것인지 단순한 의견 표명인지를 먼저 가려봐야 한다"며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허위사실이라고 보기에 부족하므로 기사가 악의적이거나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법, 특혜, 커넥션, 초호화 공사' 등의 표현은 사실관계를 강조하거나 대중의 흥미를 끌기 위한 과장된 수사로 봐야 한다"며 "이는 언론 활동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정반대로 언중위는 앞서 6건의 기사를 모두 왜곡 보도로 인정하고 해당 언론사에 정정보도문 게시와 손해배상금 1000만원 지급을 결정했다.

언중위는 보도 대부분이 충분한 취재가 없었고 의혹 근거 중에서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왜곡 보도라 판단하고 이례적으로 정정보도문 게시와 함께 손해배상 결정을 내렸다.

◇광고 협조 안 해줘서(?)…한 달 새 비판 기사만 6건

이 기사들은 임실군이 해당 언론사가 첫 비판 기사를 보도하기 며칠 전 발송한 광고 협조 공문에 응하지 않은 직후부터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임실군이 불법단체에 청사 사무실을 무상 제공하고 예산까지 지원해 논란'이라는 내용이 담긴 의혹 보도를 살펴보면 구성원 대부분이 군수 측근인 데다 타 지역민이고, 사업비는 1000만원인데 운영비로 4300만원을 사용하면서 사업 결과 보고서엔 사진 한 장 없다는 정황을 보도했다.

하지만 임실군은 단체가 '임실군 지속가능 발전협의회 설치 및 운영 조례'에 따라 설치·운영하는 '합법적인 단체'로써 이를 근거로 운영비를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사무실 역시 유상으로 대부 계약(연 142만원)을 통해 사용료를 지급받고 있다며 대부 계약서를 공개하는 한편 매년 발간한 사업보고서도 제출했다.

나머지 기사들도 비슷한 맥락이다. '농공단지 헐값 매각' 보도에선 임실군이 법 절차를 무시했고 턱없이 낮은 금액으로 매각했다며 커넥션 의혹을 거론했다.

이에 대해 임실군은 농공단지의 경우 전북도와 임실군, 제조업체가 3자 협정을 벌여 전북도 예산심사를 받아 법령에 따라 매각했고 원가보다 낮은 분양 가격은 지자체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흔히 활용하는 시행령에 따랐다고 주장했다.

특히 '임실군, 토양오염정화업 과잉대응 대책위 주민 사망' 관련 기사의 경우 시설의 운영을 막기 위한 임실군의 무리한 대응이 불러온 참사라고 주장했으나 해당 기자는 인과관계조차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임실군은 해당 언론사의 연속 보도에 대해 반박 자료와 그에 따른 증거들을 제시해 언중위로부터 증거에 대한 타당성을 입증받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임실군이 낸 증거자료에 대해 "원고가 낸 증거만으로는 허위 기사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단 한 건의 증거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항소심 재판부가 명확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10일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같은 사안을 두고 언중위와 재판부가 다른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놀랐다"며 "해당 언론사가 임실군이 광고를 주지 않자 비판성 보도를 쏟아낸 것으로 보이는 데 언론의 자유만큼 보도 일련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의 판단이 아쉽다. 지역 언론의 현실이라는 맥락 고려 없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해석한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전북 지역 한 현직 기자도 "일부 언론이 특정 지자체를 상대로 약점을 잡아 광고비를 뜯어내고, 지자체가 이를 거부하면 비난 기사를 쏟아내는 관행이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며 "이런 맥락에서 사법부의 판단이 다소 아쉽다"고 지적했다.

한편 임실군은 논의를 거쳐 조만간 항소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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