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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폴 매카트니 사진작가서 영화감독으로···'쥬시 걸' MJ KIM

입력 2020.01.12. 18:15 댓글 0개
할리우드 배우 카이뷔 리만·이청미 주연 단편영화 연출
칸 영화제 및 베니스·선댄스·오스카 출품 예정
[서울=뉴시스]영화 ‘쥬시 걸(JUICY GIRL)’ 촬영 중인 폴 매카트니 전속 사진작가 MJ KIM 감독. (사진=유은미 작가 제공) 2020.1.1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 강남구 역삼동, 1990년대 허름한 모텔을 재현한 영화촬영 세트에서 스텝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그 가운데 나란히 앉은 감독과 배우들이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 숨죽여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단편영화 ‘쥬시 걸(JUICY GIRL)’을 제작 중인 MJ KIM(김명중·48) 감독과 배우 이청미, 할리우드 배우 카이뷔 리만(Kaiwi Lyman)이다.

“차오르는 감정을 실어서 대사를 다시 한 번 하면 어떨까요? 슬프고 아픈 표정은 아주 좋았어요.”(MJ KIM)

12년째 영국 밴드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 전속 사진작가로 일하고 있는 MJ KIM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한다. ‘쥬시 걸’은 MJ KIM이 쓴 기본 줄거리를 토대로 영국 극작가가 대본을 만들고 MJ KIM이 다시 각색했다. 음악은 MJ KIM 감독이 영국 런던 유학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동생인 이루마가, 제작은 김정아 전 CJ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가 맡았다.

MJ KIM은 마이클 잭슨의 사진가로 대중 앞에 선 마지막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고 조니 뎁, 빅토리아 베컴, 클라우디아 쉬퍼, 내털리 포트먼, 스파이스 걸스, 무하마드 알리, 찰스 왕세자 등 세계 유명인들과 일한, 세계가 인정한 한국인 사진작가다. 방탄소년단(BTS), 류준열 등의 사진도 맡았었다. 지난해에는 자기계발서 ‘오늘도 인생을 찍습니다’를 출간하고 국내에서 사진전 '라이프 & 포토그래피'도 열었다.

이미 세계적인 사진작가 반열에 오른 그가 왜 ‘생판’ 영화감독으로 첫 발을 내디뎠을까.

“사실 원래 전공이 영화예요. 영화에 대한 마음은 늘 있었어요. 대학을 같이 다닌 일본 유명 프로듀서 친구가 언젠가 ‘네 영화에 프로듀서를 할거야’라기에 언젠가 꼭 해야겠다 생각해왔어요. 그러던 중 관심이 가는 사건을 발견했고, 조사하다보니 많은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었어요. 그걸 시놉시스로 정리했죠. 싱가포르에서 영화 ‘호텔 뭄바이’ 프로듀서를 만나게 됐는데 내 이야기를 하니 ‘함께 하자’ 하면서 제작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

[서울=뉴시스]영화 ‘쥬시 걸(JUICY GIRL)’ MJ KIM 감독, 배우 이청미, 카이뷔 리만(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유은미 작가 제공) 2020.1.12 photo@newsis.com

폴 매카트니 2019년 공연투어가 끝나고 2020년 투어가 시작되기까지 영화 제작 가능 시기와 기회가 딱 맞아 떨어졌고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총 5회에 걸쳐 촬영을 마쳤다.

“칸 영화제 출품할 15분정도의 컷과 베니스·선댄스·오스카 등 다른 영화제에 출품할 오리지널 감독판 25분 컷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영화제 출품 외에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IP영화 등 다양한 개봉 경로를 계획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오른쪽부터 영화 ‘쥬시 걸(JUICY GIRL)’ MJ KIM 감독, 배우 이청미, 카이뷔 리만. (사진=유은미 작가 제공) 2020.1.12 photo@newsis.com

영화는 인권과 인명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다. 1992년 10월 28일, 동두천 기지촌 셋방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된 술집 종업원 윤금이씨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윤금이씨는 주한미군 제2사단 소속 케네스 마클 이병에 의해 엽기적이고 잔인한 성범죄 후 살해됐고 당시 범죄의 심각성과 미군의 범죄를 처벌하는 과정에서 보인 한미관계의 불평등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이 사건을 모두 영화로 풀어내기에는 법적 문제들이 있어 실제 사건과 조금 다른 내용으로 제작 중이다.

살인범인 주한미군 마이클 존스톤 역할은 배우 카이뷔 리만이 맡았다. 카이뷔는 할리우드 스타 제라드 버틀러(Gerald Butler)와 함께 크리미널 스쿼드(Den of Thieves. 2018)에 출연한 배우다. 블랙 마크(2018), 폭력의 근원(2017), 투모로우 샤크(2016), 릴 이블(2012)에서는 주연을 맡기도 했다.

이 역할을 위해 미국에서 50여명의 오디션을 거쳤는데 오디션에 참가한 배우가 아닌 카이뷔 리만으로 결정됐다. 카이뷔 리만은 “원고를 보고 감동해 MJ KIM에게 연락했어요. 영상통화 중 더 큰 믿음과 신뢰가 생겼어요”라고 했다.

“카이뷔는 할리우드 배우인데 출연료가 많지 않은 단편영화에 정말 출연할까 싶었습니다. 생후 5주된 둘째아이도 있어서 더욱 그랬죠. 그런데 스스로 ‘나를 선택해주면 좋겠다’며 자신이 배우로 일한 모습을 보여줬어요. 그 중 감옥에 갇혀 정신과 의사에게 사납게 이야기를 쏟아내는 장면이 있는데 ‘이 사람이다!’ 싶었어요. 연기에 대한 깊이도 있고요. 고맙게도 함께하게 됐죠. 할리우드 배우니까 까다롭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성격도 참 좋고 결정적으로 한국음식을 정말 잘 먹더라고요.”(MJ KIM)

[서울=뉴시스]영화 영화 ‘쥬시 걸(JUICY GIRL)’ 촬영 현장. (사진=유은미 작가 제공) 2020.1.12 photo@newsis.com

옆에 앉아있던 카이뷔가 “전남 장흥에서 촬영을 마치고 먹은 삽겹살과 소주, 최고였어요. 떡과 김밥도 맛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저녁마다 치킨에 맥주 ‘치맥’을 먹었어요. 닭에 고기가 너무 조금이라 다음부터 치킨은 ‘순살’로 시켜달라고 했습니다” 하며 웃는다. 밥 먹을 땐 언제나 김치와 함께다. 김치가 맵지 않냐고 물으니 “김치 맵지 않아요. 매우 완벽한 음식입니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극중 살해당하는 피해자 ‘소영’ 역의 배우 이청미는 “오디션 전에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과 대화를 나누며 꼭 함께하고 싶은 영화였다”고 운을 뗀다.

“이 영화의 큰 의미를 마음에 품고 함께하게 됐어요. ‘내가 이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하고 버틸 수 있을까’ 생각할 만큼 정말 무섭고 소름이 돋는 사건의 피해자예요. 현장 분위기는 즐겁지만 무거운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습니다.”

영화 스틸(사진)을 찍던 날, 피를 묻히고 누워있는데 단순히 무섭고 잔인하다고만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데 소영이가 존스톤의 상상 속에 나타나서 물어보는 장면을 촬영하며 ‘얼마나 억울하고 침통하고 화나고 궁금했을까’ 가슴에 와 닿았다. ‘그 때 진짜 소영이가 됐다’고 털어놓는다.

[서울=뉴시스]MJ KIM 영화 ‘쥬시 걸(JUICY GIRL)’ 촬영 현장. (사진=유은미 작가 제공) 2020.1.12 photo@newsis.com

이청미는 최근 SBS ‘달콤한 원수’에서 사기전과 3범 어설픈 ‘꽃뱀’ 황금숙으로 열연했다. OCN ‘플레이어’에서 국회의원 성폭행 시도를 신고하려다 마약 혐의로 피의자가 된 ‘양해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이 외에 학생영화, 독립영화에 출연했다. 독립영화 ‘천 번을 불러도’ 이후 두 번째 주연이다.

“감독님이 유명 사진작가인 걸 촬영 시작 앞두고 알게 됐어요. 그래서인지 소품 하나, 장면 하나하나 섬세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을 거치면 모두 예술이 돼요.”

[서울=뉴시스]영화 ‘쥬시 걸(JUICY GIRL)’ 촬영현장. MJ KIM, 카이뷔 리만(오른쪽). (사진=유은미 작가 제공) 2020.1.12 photo@newsis.com

MJ KIM 감독은 “사진을 한 것이 많이 도움 됐다”고 설명한다. 사진을 통해 아름다운 조명과 미장센을 익히게 됐고 많은 할리우드 배우들을 촬영하며 익힌 연출법이 영화에서도 적용됐다.

“영화는 촬영·조명·미술·의상·헤어메이크업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조율해가며 일하고 얘기하는데 정말 재미있어요. 미술감독님에겐 ‘이런 톤, 이런 배경이 좋겠다’, 조명은 ‘주인공 얼굴에 약간의 그림자, 엠비언트(주변) 조명은 두 스톱(단계) 어두웠으면’ 하면 모든 것을 순식간에 컨트롤 해줍니다.”

사진작가로 국내외 연예인들을 촬영하면서 배우들은 각자 스스로 보이고 싶어하는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배우가 원하는 이미지가 아닌, 배역에 맞는 캐릭터를 깊이 있게 보여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인물사진을 많이 찍어왔고 좋아합니다. 사람과 만나 시간을 멈춰놓고 하나의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어요. 그 안에 희노애락이 담길 수도 있고, 알 수 없었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영화는 한 장의 사진과는 다르게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내 일정 시간동안 쭈욱 보여줄 수 있죠. 큰 동경이 있었어요. 또 무한한 영향력이 있습니다.”

[서울=뉴시스]영화 ‘쥬시 걸(JUICY GIRL)’ 촬영현장. 왼쪽은 MJ KIM 감독, 오른쪽은 배우 이청미. (사진=유은미 작가 제공) 2020.1.12 photo@newsis.com

그가 사진을 시작할 때 사진이 좋았던 이유는 필름 시절이었다. 당시는 사진이 가진 희소성이 있었다. 사진이 디지털화 되면서 지금은 누구나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영화는 아무나 접근할 수 없고 쉽게 시도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매력을 느꼈다.

”사진은 촬영자와 카메라만 있으면 되지만 영화는 팀·장비·기술 등에 많은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그에게 5명의 외국인과 1명의 한국인 총 6명이 투자해 11만 달러(한화 1억 3000만원)의 예산이 모였다. 이들 중 일부는 시나리오에 공감했다. 또 ‘폴 매카트니 사진작가가 만드는 영화’라는 점도 있었다. MJ KIM은 ”단편영화는 투자한 만큼 회수하기 어려운데도 투자해 준 이들이 고맙다”고 말한다.

“이번 단편은 장편영화를 찍기 위한 첫 번째 과정입니다."그가 폴 매카트니의 올해 투어가 끝나면 내년께 장편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하자 옆에 앉아있던 카이뷔 배우가 한마디 거든다. “MJ 감독님이 다른 배우 안 쓰고 나를 부르면 장편에도 함께하겠습니다. 하하.”

[서울=뉴시스]영화 ‘쥬시 걸(JUICY GIRL)’ MJ KIM 감독(가운데). (사진=유은미 작가 제공) 2020.1.12 photo@newsis.com

MJ KIM 감독에게 폴 매카트니가 영화 찍는 것을 알고 있는지 물으니 직접 이야기 하진 않았지만 매니저를 통해 알고있을 것이라 한다.

“5월 폴 매카트니 투어를 시작하면 팀 전체 시사회를 할 예정입니다. 폴 매카트니는 제 영화의 메시지인 인권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장편 주제곡을 부탁해보려고 해요.”

◎공감언론 뉴시스 chocrystal@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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