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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복먹고 혼절···'독중독' 입증에 21개월 걸린 사연
입력 2020.01.11. 12:47 댓글 0개식당선 "고령 때문" "한참 뒤 문제 제기하나" 반박
'동성빈맥' '독성연구' 등 기사회생…결국엔 보상금
[서울=뉴시스] 천민아 기자 = 식당에 간지 수개월이 지난 후 '음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면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신년모임 후 쓰러진 노인이 복어 '정소'의 독이 원인이라는 점을 증명, 식당에 간지 1년9개월만에 손해배상 소송에서 수천만원을 받아낸 사례가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6년 1월. 신년모임에 참석했던 A씨는 식당에서 추가로 주문한 복어의 정소, 즉 '이리'를 혼자 섭취했다.
문제는 집에 돌아온 후 발생했다.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끼고 쓰러지고 만 것이다. A씨는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혀 뇌출혈까지 발생, 40여일 가량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했으며 수개월간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다.
65세가 넘는 고령의 나이로 쓰러진 줄로만 알던 가족들은 A씨가 정신을 되찾기 시작하며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된다. 바로 복어의 '정소' 독이 문제였다는 점이다.
A씨는 당시 "복어의 이리를 먹을 때 혀 끝에 아린 맛이 돌았다"며 "부분 마비가 된 것처럼 얼얼해 복어 독이 제대로 제거 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A씨는 감각 이상 등 뇌출혈 후유증을 겪어야 했지만 식당에서는 수개월이 지난 후의 문제제기를 인정하지 않았다.
식당 주인은 '(뇌출혈은 고령의 나이로 인한 것이며)복어식사와 무관하다', '복어 정소에는 독이 없다', '몇 달이 지난 후에야 피해 사실을 주장했다'며 보상을 거부했다.
혼자서 내용증명서를 보내는 등 고군분투하던 A씨는 변호사를 선임하며 기사회생하게 된다. 사건의 열쇠는 '심전도 그래프'였다. A씨의 심전도 그래프가 복어 독에 중독된 사람과 동일한 모습을 띄었던 것이다.
이 사건을 맡았던 황다연 법무법인 혜 변호사(사법연수원 39기)는 "복어 독 중독 환자는 만성 질환 환자와 달리 맥이 빠르게 돌았다가 24시간 후 정상으로 회복되는 '동성빈맥' 증상을 보이는데 이는 A씨 증상과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무독으로 여겨졌던 정소의 독성이 강독성을 보여 주의해야 한다(한국해양연구소 연구보고서)', 'A씨는 뇌출혈 후유증으로 인지기능이 저하돼 수개월 재활 치료 후 문제제기가 가능했다(뇌손상물리치료 평가지 등)'는 내용들이 증거로 제시됐다.
결국 A씨는 사건 발생 1년9개월 만인 2017년 10월께 재판부의 화해권고 결정으로 수천만원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었다.
황 변호사는 "복어 독성은 지역이나 시기, 복어의 성별에 따라 가지각색으로 다를 수 있다"며 "반드시 전문가가 조리한 음식을 먹어야 하며 혀끝이 아린 느낌이 있거나 어지러움이 느껴지면 즉시 섭취를 주단하고 병원에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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