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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 규제 '집값 안정'···올해 집값 세 가지 변수는?

입력 2020.01.01. 06:00 댓글 0개
갈 곳 잃은 유동자금 1500조·토지보상금 45조 집값 불쏘시개?
규제 강화 투기 자금 수요 억제…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
공시가 현실화로 보유세 갈수록 강화…"고가·다주택자 버티나"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롯데월드타워에서 서울도심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19.12.15.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규제 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주택시장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집값 향방의 주요 변수로 풍부한 유동자금과 기준 금리, 보유세 강화 등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널뛰는 집값을 잡기 위해 대출 규제를 비롯해 보유세 강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 예상을 뛰어넘는 정부의 고강도 대책에 주택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새해 부동산 정책 역시 '집값 안정화를 위한 전방위적 규제'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정부의 초고강도 규제 대책 시행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와 시장, 매도자와 매수자, 유주택자와 무주택자간 힘겨루기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주택시장에선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지난 2년 간 집값 급등과 규제 정책에 대한 피로감으로 집값이 소폭 하락 조정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다만, 매물 잠김 현상이 계속되고 재건축 관련 규제가 지속되는 만큼 신규 주택 공급 축소 불안감과 집값 상승 기대 심리로 집값 안정에는 한계가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갈 곳 잃은 유동자금 1500조·토지보상금 45조 '집값 상승' 불쏘시개?

올해 집값 향배의 가장 큰 변수는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에 구애 받지 않은 풍부한 유동자금이다. 시중 유동자금이 1500조원에 달한다. 은행 대출 없이도 부동산에 투자할 자금 여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저금리로 투자처를 잃은 풍부한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증시 등 금융시장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비교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아파트로 흘러가 집값 상승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45조원에 달하는 토지보상금도 변수다. 부동산정보업체 지존에 따르면 올해 약 45조원에 달하는 토지보상금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 등 3기 신도시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인 GTX 등 대규모 교통망 신설 계획으로 수도권에서만 절반이상 보상이 이뤄진다.

통상 대규모 토지보상금이 풀리면 이 돈이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돼 서울 강남 지역이나 개발지역 주변 땅값과 집값이 들썩였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판교신도시 개발 등으로 인해 토지보상금 29조9000억원이 풀렸다. 토지보상금의 37.8%인 11조3000억원 가량이 부동산거래에 다시 쓰였다. 또 지방에서 풀린 보상금 중 8.9%가 수도권 부동산시장에 유입되면서 수도권 땅값과 집값을 건드렸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과 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 조성 당시에도 토지보상금이 다시 부동산에 유입돼 주변 땅값이 상승했다. 넘쳐나는 시중 유동자금에 천문학적인 토지 보상금까지 풀리면서 자칫 부동산시장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정부는 시중에 풀리는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대토보상(다른 지역 토지 배분)을 확대하고, 공모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나 부동산 펀드에 세금 혜택을 늘리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부동산시장에 유동자금이 풍부한 상황"이라며 "금융이나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토지보상금까지 부동산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함 랩장은 "정부의 수많은 규제에 갈 곳 잃은 시중 유동자금이 가장 안전하고, 비교적 문턱이 낮은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3기 신도시 공급과 각종 개발계획 등으로 시중 유동자금이 언제든 부동산시장 유입되고,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규제 강화 투기 자금 수요 억제…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 '여전'

정부는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으로 15억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 구입을 위한 담보대출과 9억원 초과 주택 구매·보유자의 전세자금대출까지 차단했다. 더 이상 빚내서 집 사지 말라는 경고다.

지난해 9·13 대책으로 1주택 이상 가구의 주택담보대출을 사실상 차단했지만, 하반기 주택시장이 다시 달아오르며 집값이 급등한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강력한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해 투기 수요를 근본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문제는 저금리다. 지난해 11월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은행권 신규 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2.45%로, 전달보다 0.05%p 하락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지난 200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중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를 낮췄지만, 정책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연방준비제도가 당분간 기준금리를 1%대인 현재 수준을 유지할 뜻도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에도 통화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2월31일 발표한 2020년 신년사에서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하회하고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약할 것으로 예상돼 통화 완화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저금리·저물가 상황에서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이라는 두 목표가 상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주택시장에선 정부의 고강도 규제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이 줄고,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내년 4월 총선 결과와 6월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적 면제가 끝나는 시점 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고가·다주택자 버틸까"…보유세 부담 갈수록 증가

올해 고가 주택이나 다주택을 중심으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다. 정부가 지난해 12월15일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의 핵심은 세(稅) 부담 강화다.

신규 대출 금지와 기존 대출 회수를 비롯해 각종 세금의 기준인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이기로 했다. 내년부터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시세 9억원~15억원은 70%, 15억원~30억원은 75%, 30억원 이상은 8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럴 경우 강남과 마포 등 시세가 급등한 지역의 공시가격은 올해 대비 20~30%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주택자의 경우 종부세와 재산세를 더한 보유세가 대폭 오른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실수요 주택 보유자까지 보유세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지만, 보유세 부담이 늘면 무분별한 투기 확산을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또 다주택자가 양도세 중과 회피를 위해 설립한 법인의 주택임대소득 등에 대해서도 성실신고 여부를 정밀 검증하기로 했다. 당장 수요가 많은 서울의 신규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뾰족한 해법이 없는 정부 입장에서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이 매물로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면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며 "조정대상지역 내 고가·다주택자들이 올해 6월 말까지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중심으로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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