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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명 사상 모텔 화재···'법 사각지대' 피해 키워
입력 2019.12.22. 15:23 댓글 1개노후 건물로 '스프링클러·옥내소화전 설치 의무 없어'
신변비관 탓 방화? '불 지른 동기 규명'에 수사력 모아
[광주=뉴시스] 류형근 신대희 변재훈 기자 = 투숙객 방화로 광주의 한 모텔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31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노후화된 해당 모텔이 소방 장비 설치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고, 유일한 피난기구인 완강기도 제대로 활용되지 않아 인명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방화범을 입건해 범행 동기 파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 주말 새벽 방화로 투숙객 33명 사상
22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45분께 북구 두암동 5층 규모 모텔 3층 객실에 투숙객이 불을 내 소방당국에 의해 22분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투숙객 2명이 숨졌다. 다른 투숙객 8명은 중상, 23명은 경상(11명 귀가)으로 파악됐다.
유독가스가 3층에서 4층~5층으로 급속히 퍼지면서 사상자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텔 내부 대부분도 타거나 그을렸다.
이 모텔엔 객실 32개가 있으며 자동 화재 탐지 장치(비상벨)는 설치돼 있으나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 "맨발로 뛰고, 4층서 뛰어내려" 혼비백산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부터 3층 객실 쪽에서 시뻘건 화염이 나왔다. 3~5층은 온통 연기로 가득찼다.
창문 곳곳도 깨져 있었다. 투숙객들은 외투 없이 맨발로 뛰쳐나왔다. 얼굴에 새카만 재가 묻은 채로 정신 없이 불길을 피했다.
4층 창문에서 뛰어내린 여성 투숙객은 주차장 천막 위로 떨어져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
연기를 들이마신 투숙객들은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응급 환자로 분류된 이들은 급하게 구급차로 실려갔다.
주로 4·5층에서 잠을 자던 투숙객들이 계단과 복도를 타고 확산된 연기로 대피에 어려움을 겪었다. 엘리베이터·비상구까지 화염이 덮친 것으로 추정된다.
◇ '법 사각지대' 피해 키운 듯
해당 모텔은 1997년 5월20일 숙박업소 승인을 받은 뒤 영업을 시작했다.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연면적은 1074㎡다. 다중이용업소로도 분류되지 않는다.
현행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른 스프링클러·옥내 소화전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건물 기준은 ▲층수 6층 이상 ▲층별 면적 1000㎡이상인 4층 이상 건물(지하층 포함) 등이다.
옥내 소화전 설치 기준은 ▲연면적 1500㎡ 이상 ▲층별 면적 300㎡ 이상인 4층 이상 건물 등이다.
완강기는 당시 법령대로 건물 피난층(1층)과 2층을 제외한 3·4·5층에 각 1대씩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화재 당시 자욱한 연기 탓에 '유일한' 피난 기구였던 완강기는 활용되지 못했다.
현행 법령은 객실 1곳마다 완강기를 1대씩 갖추도록 돼 있다. 이 모텔은 법령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노후 건물의 경우 강화된 소방안전시설물 관련 법령의 사각지대에 있다"면서 "안전시설 확보는 사업자의 자발적인 의지에 기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 신변 비관? 불 지른 동기 규명 집중
경찰은 불이 시작된 3층 객실이 전소된 점을 토대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했다. 해당 객실 투숙객 A(39)씨를 유력한 방화 용의자로 봤다.
연기 흡입으로 병원에 이송된 A씨를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씨는 이날 오전 0시11분 사흘치 숙박비를 지불하고 투숙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라이터를 이용해 베개에 불을 지른 뒤 침대를 화장지·이불로 덮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최초 대피 직후 객실에 다시 가 짐을 챙겨 빠져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A씨가 신변을 비관해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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