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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 네 모녀, 무연고 장례···마지막은 외롭지 않았다
입력 2019.12.10. 12:10 댓글 0개시민, 구청직원 등 30여명 모여 추모
구청장도 방문…"사후 시스템 마련"
[서울=뉴시스] 천민아 기자 = '가난이 죄책감이 되지 않기를. 그곳에서라도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성북 네 모녀 장례식장 벽면에 붙은 추모 포스트잇 중.)
지난달 서울 성북구에서 숨진 채 발견된 네 모녀의 장례가 10일 치러졌다. 사망한 채 발견된지 37일 만이다.
이날 오전 9시 서울 강북구 서울좋은병원에서는 지난달 초 서울 성북구에서 숨진 70대 김모씨와 40대 세 딸을 위한 공영 장례식이 열렸다. 친지들이 시신 인수를 거부해 서울시의 무연고 공영장례로 진행됐다.
이들 삶의 끝은 외로웠지만 장례식장은 추모를 위해 모인 시민들과 지역사회 단체로 북적였다. 장례식장에는 네 모녀를 기리기 위해 지역사회 시민단체와 구청 직원 등 약 30명이 모였다. 연고가 없는 일반 시민이 상주를 자처하고 나서 성복제와 발인예배 등을 함께 진행했다.
한쪽에는 네 모녀에게 하고 싶은 말을 포스트잇에 적어 붙일 수 있는 벽면도 마련됐다.
20여개의 포스트잇에는 '마지막 선택을 할 때의 마음이 어땠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더 이상 외롭지 않고 더 이상 마음 아파 할 일 없는 평안한 곳에서 편히 잠드시길 기도합니다', '앞으로 모녀가 함께 항상 편안하시기 바랍니다' 등의 문구가 적혔다.
장례식장을 찾은 이들은 대체로 네 모녀가 겪었을 가난의 두려움과 외로움에 공감을 느껴 추모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네 모녀는 생활고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배미영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활동가는 "가난은 장애인과도 맞닿아 있어 멀지 않은 일로 느껴진다"며 "못 살고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 사회라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진방 한국한부모연합 사무국장은 "한부모들은 누구나 다 한번쯤 생각했을 죽음 같아서 안타깝고 슬프다"며 "아직까지도 주거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빈곤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많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장례식장에는 이승로 성북구청장도 조문을 위해 방문했다.
이 청장은 "마땅히 해야 할 몫을 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사후적이기는 하나 취약한 사각지대를 돌아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청장에 따르면 성북구는 이날 가스 검침회사와 공식 업무협약을 맺고 가스 검침원들이 집 방문시 가스 사용량이 너무 적은 경우 등 이상한 점을 발견하면 복지가 등을 파견할 예정이다.
전날 시범 운영에서는 도시가스가 연체된 집을 발굴해 긴급 복지지원 협의회 기금으로 3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또한 야쿠르트 판매원이나 복지협의체 등 가용인력 2000여명 이상을 활용해 주 2~3회 꼴로 수시로 주요 가구와 소통할 예정이다.
이날 낮 12시께에는 서울시립승화원에서 네 모녀에 대한 화장 절차가 진행된다. 이들은 이후 경기 파주 '무연고 추모의 집'에서 10년간 봉안될 예정이다.
한편 아직까지 성북 네 모녀에 대한 부검 최종 결과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1차 소견은 일산화탄소 중독이 사인으로 나왔다.
성북구 네 모녀 사건은 70대 노모와 40대 딸 세명이 지난 2일 오후 2시께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알려졌다.
이용표 서울경찰청장은 지난달 12일 출입기자단과 정례간담회에서 네 모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채무 독촉장이나 유서 등을 종합할 때 생활고가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a@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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