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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김윤수 선생의 차돌같은 문체 닮으려 애썼다"

입력 2019.11.26. 12:22 댓글 0개
'리얼리즘 미학 이론 대부' 1주기 '김윤수 저작집' 출간
29일 서울옥션하우스에서 출간 기념회+특별 전시회
[서울=뉴시스]'김윤수 저작집'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맹 이사장, 계간 창작과비평 발행인 등을 역임한 故 김윤수(1936~2018)선생의 1주기를 맞아 '김윤수 저작집'이 출간됐다.

민족예술과 민중미술운동의 정신적 지주이자 리얼리즘 미학 이론의 대부로 활동한 미학자이자 미술평론가다.

2018년 향년 82세로 별세 한 뒤 구성된 김윤수 저작집 간행위원회(위원장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지난 1년동안 선생의 생전 저술을 모으고 다듬어 세권의 저작집으로 엮어냈다.

선생의 미학과 예술론의 골격을 이루는 초기의 논고를 비롯하여 한국 근현대미술사 연구서, 여러 잡지에 기고한 작가론과 각종 강연록, 국립현대미술관장 시절 발표한 글, 그리고 미발표 육필 원고 등을 수록했다. 산재되어 있는 선생의 저작을 한 데 모았고 후학들의 회고담과 인터뷰를 부록에 담아 선생을 기리는 마음을 남겼다.

'김윤수 저작집'중 제1권 '리얼리즘 미학과 예술론'은 미학자로서, 제2권 '한국 근현대미술사와 작가론'은 미술사가로서, 제3권 '현대미술의 현장에서'는 미술평론가로서 선생이 남긴 글들이다.

【서울=뉴시스】 국립현대미술관 김윤수 관장. 2008.09.12 뉴시스DB

유홍준 간행위원장은 간행사를 통해 "김윤수 선생의 정공법적인 글쓰기를 배우려고 애썼다"면서 "지금도 단문을 쓸 때면 선생의 차돌같이 단단한 문체를 닮으려 애쓰고 있다"고 털어났다. 그러면서 "얼마 전에 한문을 읽다가 어떤 명문을 평하면서 '넘치는 것 같지만 빼낼 것이 없고, 요약했는데 빠진 것이 없다'고 한 구절을 보면서 '우리 선생님' 문체에 꼭 들어맞는 평이라고 생각했다"고 썼다.

유 위원장은 김윤수 선생이 민주화운동으로 1976년 옥고를 치른 이후 책상에 오랫동안 앉아 있기 힘든 고질적인 디스크가 발병하여 긴 글은 거의 쓰지 못하였다. 그래서 김윤수 선생의 글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며 일화를 전했다.

"김정헌 개인전 때 고 김용태 형이 김윤수 선생의 팸플릿 서문을 받아낸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1988년 어느날이었다. 당시 인사동 '그림마당 민'에는 민중미술인들이 일 없이도 잘 모이곤 했는데 점심때 김윤수 선생이 나타나자 김용태는 인사동의 한 갤러리가 보유하고 있는 한옥으로 모셔가 대문을 걸어 잠그고 원고를 쓰게 했다. 결국 김윤수 선생은 그날 저녁에 원고를 다 쓰고 연금에서 풀려났다. 이런 식이었기 때문에 김윤수 선생의 저술 의욕은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정년퇴임때는 비장한 각오로 학생들 앞에서 집필 의지를 굳게 다짐해 보이기도 했지만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은 국립현대미술관장이라는 거절할 수 없는 자리에 불려나가면서 멀어지고 말았다."

김윤수 선생이 개인전 팸플릿에 전시회 평을 쓴 작가는 22명으로 파악됐다. 신학철, 김인순,임옥상 등 민중미술 계열 작가, 권순철, 이상국 등 리얼리즘 계열 작가, 이정, 정은기 등 영남대학교 동료 교수, 이륭,이만익, 박한진등 대학 시절의 지인등이다. 또 해직 교수 시절인 1981년 임세택 강명희 부부가 서울 구기동에 설립한 서울미술관의 관장을 1982년까지 맡아 '81년 문제작가 작품전' '프랑스 신구상회화전'등을 전시했다. 또 2003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내면서 많은 전시회를 기획했다. 그 중 '평화선언 2004-세계 100인 미술가전'(2004),'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전(2008)'등에는 김윤수 선생의 예술관이 잘 녹아 있다는 평이다.

책은 김윤수 선생이 서재와 전시장뿐 아니라 광장에서도 호흡하며 시대의 현장을 감지했던 진정한 리얼리스트였음을 드러낸다.

1936년 경북 영일군 청하에서 출생한 김윤수 선생의 삶은 우리나라 암울한 역사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서울대 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한 후 이화여대,영남대 미술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1973년 유신헌법 개헌청원 서명운동에 결성에 참여하고 1975년 김지하 '양심선언' 배포사건의 배후로 구속되어 옥고를 치르고 교수직에서 강제 해직되는 등 유신독재와 군사정권에 맞서 투쟁했다. 또 국립현대미술관장때인 2008년 참여정부 시절, 임기가 남았음에도 유인촌 장관이 주도한 산하기관장 물갈이 때 해임됐다가 결국 법원으로부터 해임이 부당하다는 확정 판결을 받았다.

'김윤수 저작집'은 아카이브, 기록물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미술계에도 필요한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홍준 간행위원장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함은 예술가의 일생은 작품으로 남고 평론가의 일생은 글로 남기 때문에 나온 말"이라며 "한 시대 미술계를 움직이며 우리 미술계를 혁신하는 데 절대적인 공로를 갖고 있던 김윤수 선생이 이를 증언해주는 저서가 없어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잊힌다면 그것은 개인적인 불행이자 우리 미술계의 큰 손실이 아닐수 없다"며 이 책을 낸 배경을 전했다.

행복한 스승이다. 1주인 오는 29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서울옥션하우스 1층 전시장에서 출간 기념회와, 선생을 추모하는 특별전시가 12월5일까지 열린다. 전시에는 민중미술전시를 방불케 할 분위기다. 강관욱 강요배 김정헌 민정기 박불동 박재동 손상기 임옥상 최민화 황재형등 국내 대표 민중미술가 51명이 참여한다. 김윤수 저작집(전 3권)은 김윤수 지음, 김윤수 저작집 간행위원회 엮음, 창비, 세트 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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