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황명환 "'수상한 장모'로 아주머니들 사랑 듬뿍 받았죠"
입력 2019.11.24. 09:42 댓글 0개[서울=뉴시스]최지윤 기자 = 탤런트 황명환(28)은 SBS 직원이 된 듯하다. 최근 막을 내린 SBS TV 아침 일일극 '수상한 장모'를 6개월 넘게 촬영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반복했다. 안방극장 데뷔작이지만, 힘든 점은 거의 없었다. "신인이니까 선배들이 잘 챙겨줬다"면서 "새벽 촬영도 없고, 밤새 찍지도 않았다. 정해진 시간에 가 내 분량만 찍으면 되니 공무원 같더라"라며 좋아했다.
'수상한 장모'는 '제니 한'(신다은)과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 '오은석'(박은석)을 결사반대하는 장모 '왕수진'(김혜선)의 이야기다. 황명환은 '최송아'(안연홍)의 전 남편이자 제이그룹 상무 '김영만'으로 분했다. 영만은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항상 잔머리를 굴려서 모면하곤 했다.
"긴 호흡의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아쉬운 점도 많지만 82점 정도 주고 싶다. 하루 평균 40~50개, 많게는 70개 넘는 신을 찍었다. 실제로도 영만처럼 까불까불 거리는 성격인데, 애드리브를 하면 PD님이 항상 열어놓고 봐줬다. 끝나고 나면 '이렇게 할 걸'하는 아쉬움이 남더라. 가장 많이 한 대사가 '그게 정말이에요?'다.(웃음) 사건이 벌어지면 난 항상 나중에 듣고 놀랐다. 일일극은 세트 촬영이 많아서 카메라 4대가 동시에 촬영해 끝낸다. NG없이 한번에 찍어야 해 준비를 많이 했다."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는 수진의 아들이자 호텔 사업가 '안만수'(손우혁)를 꼽았다. "모니터링 하면서 내 연기도 보지만, 만수 역도 메리트가 있더라. 항상 극본을 보면서 따라해봤다"며 "손우혁 형은 팬들이 정말 많고, 연령대도 다양하더라. 연기를 워낙 잘하고 성격도 좋다. 나와 비교가 안 된다"면서 겸손해했다.
영만은 '애영'(수빈)과 결혼하기 위해 송아와 이혼했다. 탤런트 안연홍(43)과 그룹 '달샤벳' 출신 수빈(25)은 같은 듯 다른 매력이 있다고 짚었다. "연홍 선배는 TV 이미지와 실제 성격이 다르다"면서 "시트콤 '세 친구' 때부터 팬이었는데, 정말 천사처럼 말도 조근조근 한다. 배려를 많이 해줬다"며 고마워했다.
반면 수빈은 나이대가 비슷해 호흡이 가장 잘 맞았다. "보통 애드리브는 80% 정도 준비해 가고 리허설 할 때 PD, 상대역과 의논해 나온다"면서 "수빈씨는 끼가 정말 많다. 같이 찍는 신이 가장 많았고, 성격도 서글서글해 호흡이 척척 맞았다. 촬영할 때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한 신은 거의 애드리브로 다 할 정도였다"고 귀띔했다.
'수상한 장모'는 시청률 6~7%대(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아침 일일극인 만큼 40~60대 아주머니들의 많은 사랑을 받지 않았을까.
"난 전체 시청률 중 1% 정도 담당했다. 정확히 아주머니 세 분이 알아보더라. 지하철, 길거리 그리고 어머니와 마트 갔을 때 알아봤다. 일일극은 소재 거리가 많아서 첫 회부터 안 봐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지 않느냐. 아주머니들의 사랑을 받아서 행복했다. 외모가 조금 나이들어 보여서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수트를 많이 입어서 그런지 몰라도 다들 30대 초중반으로 알더라. 이 얼굴이 여기서 멈췄으면 좋겠다 하하."
특히 부모님이 엄청 좋아했다며 "친척들은 잔치 분위기였다"고 귀띔했다. "가족들 단체방이 있는데, 내가 나온 클립 영상을 다 돌려본다. 작은 아버지는 팬으로서 나를 좋아하는데 '능글능글하게 잘한다'고 칭찬해주더라. 나와 관련된 기사, 영상 등 뭐만 나와도 가족들이 다 같이 응원해줘서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체대 출신인 황명환은 전역 후 연기 공부를 시작했다. 영화 '광해'(감독 추창민·2012) 속 이병헌(49)의 연기를 보고 감동 받았다며 "혼자 연기학원 다니면서 발로 뛰어 오디션 정보를 얻곤 했다"고 돌아봤다. 영화 '짱'(감독 송재덕·2018)과 '폐교'(감독 최효원·2019), '첫잔처럼'(감독 백승환·2019)에 연이어 출연하며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폐교'를 찍기 전까지만 해도 '연기자 생활을 포기해야 되나?' 고민했다. 어느 정도 나이가 찼는데 수입이 없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 안 되지 않을까?' 싶더라. 입시 체육강사직을 알아보기도 했다"며 "성격이 긍정적인 편인데, 그 때는 정말 힘들었다. 다른 방법은 없고 '그냥 기다려보자'고 마음 먹었다. 계속 하다보면 '길을 찾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황명환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외모가 가장 큰 무기다. 롤모델은 영화배우 한석규(55)라며 "관객들을 집중시키는 매력이 있다. 몰입력을 닮고 싶다"고 했다.
"영만 역과 180도 다른 연기를 해 박수를 받고 싶다. 밝고 장난기가 많아 보이지만, 악한 연기를 할 때는 진지하게 할 줄 안다. 말 없고 무게 잡는 실장님 역도 자신있다. 연기할 때 맛 살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코미디나 로코 장르도 도전해보고 싶다. 아직 연기자 황명환보다 영만으로 알아보는 분들이 많지 않느냐. 앞으로도 내 이름 앞에 수식어가 붙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기를 잘 해서 그 캐릭터로 보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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