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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혐의 軍 최고 사법기관장, 재판도 받기 전 파면 조치 왜?

입력 2019.11.19. 19:38 댓글 0개
이동호 전 고등군사법원장, 뇌물 혐의 구속영장 청구
영장 청구 전 파면돼 민간인 신분으로 영장실질심사
파면 안 됐을 경우 휘하 군 부하 판사들이 재판할 뻔
무죄 판결 나오면 파면 징계 부당하다며 소송 가능성
【서울=뉴시스】 국방부 청사. 2019.11.19.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뇌물 혐의를 받고 있는 군 최고 사법기관장이 유죄 판결을 받기도 전에 파면 조치돼 그 이유를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죄 판결 전에 파면해 군복을 벗게 하는 조치가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군 사법기관장이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으면서 벌어질 수 있는 난처한 상황을 감안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군납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강성용)는 19일 이동호 전 고등군사법원장(육군 준장)에 대해 특정 범죄 가중 처벌법 상 뇌물 및 범죄수익 은닉 규제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법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르면 21일 열릴 전망이다.

고등군사법원장을 상대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우리 군 사상 초유의 사태다. 이 전 법원장이 구속되면 이 역시 당연히 최초 사례가 된다.

이런 가운데 이 전 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가 보통군사법원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이 전 법원장이 18일 국방부에 의해 파면 징계를 받아 민간인 신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이미 직무에서 배제된 이 전 법원장이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현역 군인 신분을 유지한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다면 보통군사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겠지만 이미 파면돼 민간인이 됐기 때문에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국방부가 이 전 법원장을 파면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 전 법원장이 직무만 배제된 채 현역을 유지했다면 영장실질심사는 물론 공판까지 모두 군사법원인 보통군사법원과 고등군사법원에서 열리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되면 이 전 법원장 휘하에서 일하던 군판사들이 자신들의 수장이었던 사람을 피고인석에 앉혀 놓고 재판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 경우 군검사가 재판관들을 상대로 수차례 기피를 신청하거나, 군판사들 스스로 회피 의사를 밝히는 등 곤란한 일이 발생할 수 있었다. 또 혐의가 있는 최고 수장을 상대로 군사법원이 솜방망이 판결을 할 것이란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이 같은 난처한 상황을 막기 위한 파면이었다고는 하지만 이 전 법원장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유죄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20여년에 걸친 군 생활이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이 전 법원장은 1995년 군 법무관으로 임관한 뒤 국군기무사령부 법무실장, 고등군사법원 부장판사를 지내고 지난해 1월 준장으로 승진해 육군본부 법무실장에 임명됐다. 같은 해 12월 군 최고 사법기관 수장인 고등군사법원장으로 취임했다.

실제로 이 전 법원장은 국방부 징계위원회 소명 과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했고, 파면 징계처분에 대해 즉각 항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가 항고를 기각할 경우 이 전 법원장은 행정소송인 징계처분 취소 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전 법원장이 징계위원회에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소명하는 진술 절차를 거쳤다. 이 전 법원장은 파면 징계 처분에 대해 이미 항고했다"며 "파면을 통해 민간인이 됐으므로 민간인 신분으로 항고 절차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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