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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선수 34%, 언어·신체·성폭력 피해"···인권위 조사

입력 2019.11.07. 14:53 댓글 0개
인권위, '학생선수 인권 실태 전수조사' 발표
"응답 5만7557명중 1만9687명 신체·성폭력"
초등생 "신체폭력 경험" 13%…성폭력 2.4%
중학생되며 신체·성폭력 늘어나…15%·4.9%
고교생이 신체폭력 피해 제일 높아…16.1%

【서울=뉴시스】박민기 기자 = 초·중·고교생 운동선수 중 3명 중 1명 꼴로 언어 또는 신체폭력을 겪어봤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7일 '초·중·고 학생선수 인권 실태 전수조사 결과와 스포츠 (성)폭력 판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월 빙상 조재범 코치의 선수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출범한 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스포츠계 폭력, 성폭력 사건 등을 범정부 차원에서 조사했다.

이번 전수조사는 지난 7~9월 학생선수가 있는 전국 5274개교 초·중·고 선수 6만321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5만7557명(91.1%)이 응답했다.

전수조사 결과 응답한 5만7557명의 초·중·고 학생선수들 중 9035명이 언어폭력을, 8440명이 신체폭력을 경험했으며 2212명이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총 1만9687명으로 전체 응답자 수와 비교하면 약 34.5%로 3명 중 1명이 넘는다.

인권위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은 주로 3~4학년 때 운동을 시작했으며, 응답자 1만8007명 중 1만2829명(71.2%)가 '내가 좋아서 운동을 시작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처럼 자신이 원해서 운동을 시작한 학생들 중 3423명(19.0%)이 폭언과 욕설, 협박 등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했으며 2320명(12.9%)이 신체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주요 가해자는 지도자(75.5%), 선배선수(15.5%) 등이었다.

이와 함께 초등학생 선수 전체 응답자 중 438명(2.4%)이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체폭력을 경험한 뒤 느끼는 감정을 묻는 질문'에서 898명(38.7%)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함'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일상화된 폭력 문화 속에서 초등학생 시절부터 이미 폭력을 훈련·실력향상을 위한 필요악으로 인식하게 되는 현상이라는게 인권위 설명이다.

중학교 학생선수의 신체폭력 비율은 일반 중학생이 겪는 학교폭력 비율보다 2.2배 높았다.

응답자 2만1952명 중 3039명(13.8%)이 언어폭력을, 3288명(15.0%)이 신체폭력을 경험했으며 1071명(4.9%)이 성폭력을 당했다고 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성관계 요구'는 9건, '강간'은 5건이 있었다.

고등학교 선수의 경우 응답자 1만7598명 중 2573명(14.6%)이 언어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주요 가해자는 지도자(56.0%)와 선배·또래선수(39.8%) 등이었다. 신체폭력 경험자는 2832명(16.1%)이었다.

고교 선수 성폭력 피해의 경우 주요 특징으로 동성 선배나 또래가 가해자로 지목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성폭력 피해 장소는 과거 훈련장 등 공개적인 장소에서 숙소 등의 비공개 장소로 바뀌는 경향이 나타났다. 703명(4.0%)이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성관계 요구 9건과 강간 1건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인권위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서 학생선수들이 각종 폭력에 노출돼 있음에도 공적인 피해구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아동인권과 학생인권 차원에서 학생선수들의 인권보장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성)폭력으로부터의 보호 체계 정교화 ▲상시 합숙훈련 및 합숙소 폐지 ▲과잉훈련 예방 조치 마련 ▲체육특기자 제도 재검토 ▲학생선수 인권 실태 전수조사 정례화 검토 등을 제시하고 토론회를 통해 제시되는 개선책들을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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