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고용외면·자금유출···외지건설사 배만 불린다

입력 2019.11.04. 13:12 수정 2019.11.04. 20:50 댓글 3개
광주 주택시장 현주소
광주아파트 78.9% 평균 이상
수급 불균형 미분양 사태 예고
지자체 중장기 대책은 ‘전무’
억대 수익 노린 투기 열풍까지
지역업체 하도급률 1% 사례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악영향’ 커
9일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총 8천억원대의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롯데건설과 포스코건설이 과열 경쟁을 벌이면서 광주 북구 풍향동 재개발사업이 갈수록 혼탁해 지고 있다. 사진은 풍향동 인근 계림 2지구 인근 재개발 현장 모습. 오세옥기자 dkoso@srb.co.kr

"광주 관문은 물론이고 무등산과 광주천 등 도심에 아파트 공급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구 도심 곳곳에는 재개발·재건축 공사판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 지자체는 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누구를 위한 광주인가요."

광주지역 주택 대비 아파트 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인데다,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아파트 공급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수급 불균형 상황에서 아파트 분양가는 치솟고 청약 열기는 식지 않고 있어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급과잉에 난개발 '회색도시화'

최근 아파트 공급이 급증하면서 광주가 '아파트 공화국'으로 변질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광주 주거형태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78.9%로 전국 평균(61.4%)을 17.5% 포인트 웃돌고 있다. 전체 주택(51만5천호) 중 아파트는 40만6천호로 78.9%를 차지했다. 특히 2020년부터 2028년까지 총 17만7천617가구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광주지역 주택 보급률도 2015년 103.5%, 2016년 104.5%, 2017년 105.3%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인구는 2014년 147만6천여명을 정점으로 꺾이기 시작해 2015년 147만2천여명, 2016년 146만9천여명, 2017년 146만4천여명, 2018년 145만9천여명 등 줄어들고 있다. 수급 불균형에 따른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걱정되는 상황이지만, 지자체의 중장기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구멍 '뻥뻥'…고분양가 여전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광주 3개 자치구를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했지만, 지자체들이 고분양가를 사실상 방치하면서 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1년만에 27% 급등했다.

지난 8월 말 기준 광주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천227만9천300원으로, 1년 전 968만5천500원 보다 259만원3천800원 상승했다. 32평 아파트를 구매한다고 가정할 경우 서민 부담이 1년만에 8천300만원 늘어난 것이다.

광주 고분양가 현실은 지방 분양가 상위 10순위에 4개 단지나 포함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김상훈(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7월까지의 전국 고분양가 아파트 현황 자료를 보면 서울과 수도권, 대구를 제외한 지방 분양가 상위 10순위 아파트에 광주는 서구 농성동 '빌리브 트레비체'(3.3㎡당 평균 2천361만원), 남구 봉선동 '남양휴튼'(1천929만원), 서구 화정동'화정 아이파크' 1단지(1천568만원)와 2단지(1천573만원) 등 총 4개 단지가 들어갔다. 고분양가 행진은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규제가 없는 북구와 동구는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를 중심으로 분양가가 들썩이고 있다.

▲'투기 광풍' 사회 문제로 대두

광주에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 광풍이 불고 있다.

억대에 이르는 프리미엄을 노리는 '묻지마 청약'이 서민들까지 파고들고, 건설사들과 외부 투기세력들이 이를 조장하고 있다. 올해 광주지역 평균 청약경쟁률은 40.76대 1로, 기록이 집계된 2007년 이후 가장 높다. 일부 아파트는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이상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광주 서구 한 공인중개사는 "'로또'처럼 한번 당첨만 되면 수천만원에서 억대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는 '묻지마 청약'이 광주 분양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며 "'묻지마 청약'이 지역사회에 전반으로로 퍼지면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물만 빨아 먹는 대형건설사

외지 대형 건설사들이 지역 주택시장을 점령하고 있지만, 정작 지역업체와 지역 고용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광주시회가 광주 민간아파트 건설현장 28개소의 하도급 현황을조사한 겨로가, 지역업체 하도급 참여율은 42%로 나타났다. 특히 외지 대형건설사들의 지역업체 하도급 비율은 31%에 불과했다. 한 외지건설사인가 시공한 건설현장의 지역업체 하도급 참여율은 1%도 안됐다.

외지건설사들이 지역을 무시하며서 지역자금 역외 유출과 함께 일자리 감소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건설협회 광주시회가 지역에서 운영 중인 270여개 인력대기소의 건설근로자 현장 고용 현황을 파악한 결과, 1일 평균 100여명의 건설근로자가 대기소를 방문했지만, 이 중 50명 만이 현장에 고용될 뿐 나머지는 되돌아가고 있다.

▲조합원 혜택 과도…일반인 피해

재건축·재개발사업을 따내기 위한 건설사들들이 무리한 수주전을 벌이면서 분양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와 조합들이 조합원들에게 과도한 혜택을 주면서 이 비용을 일반반 분양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 실제로 재건축단지인 광주 서구 '염주 더 샵 센트럴'의 경우 조합원과 일반 분양가가 500만원이나 차이가 난 것으로 알려졌고 북구 풍향구역 재개발사업에 나선 포스코건설은 조합원들에게 광주 최고 일반분양가 보장을 제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편 지역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최근까지 광주 시내 34곳에서 재개발 사업이 끝났거나 진행중이다.

박석호기자 haitai2000@srb.co.kr

# 관련키워드
# 이건어때요?
댓글3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