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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오보 쓰면 출입제한?···독소조항 우려 크다
입력 2019.11.04. 17:38 댓글 0개【서울=뉴시스】 나운채 기자 = '검찰총장 및 각급 검찰청의 장은 사건관계인, 검사 또는 수사업무 종사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한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에 대해 검찰청 출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법무부가 공개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제정안에 담긴 내용이다. 오는 12월1일부터 시행되는 제정안에는 형사사건 공개 금지, 피의사실 공표 금지, 국민 알 권리 보장을 위한 예외적 공개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꽤 중요한 내용이지만 법무부가 배포한 자료에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조항을 곱씹어 읽어 내려갈수록 심상찮다.
언론이 취재를 위해 검사 등 수사관계자와 접촉하는 것은 원천 금지된다. 만약 통화를 하면 "공보 담당자에게 말해라"는 모범 답안도 정해져 있다. '오보'를 할 시에는 출입제한마저 할 수 있다는 '으름장'도 있다. 기자가 마땅히 해야 할 질문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반발이 거세게 일어날 것이란 것을 법무부가 몰랐을 리 없다. '알면서도 했다'는 느낌을 쉽사리 지울 수 없다. 자료에 담긴 '검찰, 법원, 언론, 변호사단체, 경찰,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는 문구가 거짓말로 들릴 정도다.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갖는다'는 우리 헌법 21조, '의회가 표현·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어떤 법률도 제정할 수 없다'는 미국 수정헌법 1조 등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가 갖는 의미는 역사를 통해서 누구나 체감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언제라도 자의적 판단을 거쳐서 언론 보도에 대해 즉각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될 여지가 짙은 내용을 담아야 했을까.
법무부 해명은 이렇다. 기존의 '수사공보준칙'에 있던 기준을 더욱 엄격히 제한했을 뿐이고, 의무가 아닌 '재량' 조치라는 것이다.
법무부가 내놓은 해명도 끝끝내 언론의 목소리를 제한하겠다는 의미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진실'을 갈망하는 언론의 목소리보다 중요한 것은 정해진 '가이드라인'에 엄격히 따라야 한다는 것인가.
돌이켜본다. 국민 중 1%라 평가받는 자들의 수많은 권력형 부패·비리 의혹들을. 의혹이 불거진 뒤 수사 및 재판을 통해서 진상이 규명됐던 수많은 사안을. 진실을 묻는 목소리가 없었다면 끝내 밝혀지지 않았을 의혹들을 말이다.
언론 또한 스스로 자성을 거듭해야 하지만, '공익'을 위한 목소리를 애초부터 내지 못하게 해서는 결코 안 된다. 법무부가 이를 통해 실현하려는 공익이 무엇인지 고민을 거듭해도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들이 진실한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이 또한 의문이다.
naun@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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