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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감서 '조국·안보' 공방···靑-野 '감정폭발' 막판 파행

입력 2019.11.02. 00:57 댓글 0개
운영위,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등 대상 국감
野, 조국사태 책임 더해 경제·안보 실정 '총공세'
與, 野 주장 반박하며 나경원 자녀 의혹 역공도
'대통령 친인척 관리' 의혹에 나경원-노영민 설전
'계엄 문건' 놓고도 공방..."黃 연루"vs"괴담 유포"
나경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의원 질의에 심각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2019.11.01.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형섭 강지은 유자비 기자 = 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 청와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청와대를 둘러싼 각종 현안을 놓고 거친 공방전을 벌였다.

야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강행과 인사 검증에 문제를 제기하며 청와대를 매섭게 몰아붙였다. 야당은 또 악화된 각종 경제지표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고리로 청와대에 공세를 퍼부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안보 폭망론'에 선을 긋는 한편 어려운 대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 확장적 재정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자녀입시 의혹 수사를 촉구하며 역공도 펼쳤다.

또 날선 공세와 이에 대한 적극적인 반박 속에 감정이 상한 야당과 청와대가 막판에 고성을 주고 받으며 충돌해 국감은 파행을 겪기도 했다.

이날 야당은 조 전 장관 사태로 포문을 열며 청와대와 여당을 압박했다.

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저는 이번 조국 사태와 관련해 청와대의 인사검증 실패와 이후 약 두 달 동안 야기된 국가 위기에 대한 청와대의 위기관리 실패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인사검증 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진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은 노 실장에게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을 하나씩 꼽아달라고 했고, 노 실장은 "가장 잘한 일이라면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제거했다는 것이고 가장 잘못한 일이라면…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조 의원은 "잘못한 게 없느냐. 이거 굉장히 심각하다"라며 "지금 국민의 분열과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조 전 장관이 사퇴를 했다고 하지만 이런 경우 사과로 끝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진정성이 없다"고 질타했다.

조국 사태와 관련, 압박을 가하는 야당 의원과 노 실장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당 김정재 의원은 조 전 장관 사퇴에 대한 책임으로 비서실장 스스로 사퇴할 의향이 없느냐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노 실장이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고 있다면서 "그런 식으로 말씀하지 말라. 대통령 닮아가느냐"라고 언급했다.

이에 노 실장은 "왜 그러시느냐"라며 맞받았고 "(위원장이) 이렇게 모욕적인 표현을 쓰는 것에 대해 지적을 해줬으면 좋겠다"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같은 당 정유섭 의원은 노 실장이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한 일로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제거했다'는 발언에 대해 "저는 동의 못 한다. 어제도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북한이 저렇게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데 전쟁의 위협이 제거된 것이냐"며 "북한이 전쟁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안 하고 싶으면 안 하는 거다. 북한의 선의에 기대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평화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노 실장은 한국당 나경원 의원과도 설전을 벌였다. 나 의원는 "대통령이 아직까지 (조 전 장관을) 감싸는 이유 세간에 여러 가지 추측이 있다. 한 가지는 아직도 조 전 장관의 불법성에 대해서 대통령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또 한가지는 민정수석으로 재직했던 조 전 장관이 대통령과 관련된 너무나 많은 의혹을 알고 있기 때문에 버리지 못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된다"며 "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버닝썬 경찰총장'으로 불리던 윤모 총경 관련 의혹도 거론하며서 "윤 총경이 민정수석실에서 담당하던 업무 중 하나가 대통령 가족 관련 업무였다고 알려져 있다"며 "그래서 윤 총경 부인이 태국으로 간 대통령 딸에 대한 업무와

일을 살펴드리기 위해서 그 자리(말레이시아 경찰 주재관)로 갔다는 말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운영위원장인 이인영(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의 국정감사에서 대화하고 있다. 2019.11.01.jc4321@newsis.com

이에 노 실장은 "윤 총경의 부인이 갔다는 말레이시아가 해경이 가는 자리라거나 육경이 가는 자리라는 것은 없다"며 "그리고 윤 총경이 친인척을 관리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제가 계속 사실이 아니라고 말씀을 드림에도 불구하고 추측으로 계속해서 대통령을 폄훼하고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대통령에 대해서 폄훼하거나 비판할 때는 근거를 갖고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날 노 실장은 한국당 의원들의 질의 도중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할 말은 다하려 한 태도 때문에 야당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노 실장은 윤 총경의 부인이 태국에 거주하고 있는 문 대통령 딸의 일을 살피기 위해 말레이시아 주재관에 임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거듭 제기한 한국당 이만희 의원의 질의 도중에 "팩트체크해 드리겠다"고 끼어들었고 이 의원이 이를 제지하자 "질문을 하시면 답변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는 이어 "2007년부터 해경이 부임한 자리인 것은 맞지만 2017년 새롭게 그 자리에 인원을 뽑을 때는 지금까지 있었던 말레이시아의 경찰 주재관의 업무가 바뀌어버린 것"이라며 "해적 대응이 줄어들었고 재외국민 보호에서 육경이 해야 하는 업무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 의원은 "중간에 끼어들지 말라. (답변할) 시간을 드린다고 말씀드리지 않았냐"고 지적햇고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의원이 질의하는 모습에 맞서는 것은 옳지 않다"고 노 실장의 답변 태도를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청와대 질의를 통해 야당의 안보경제 위기론이 잘못된 주장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반박에 나섰다.

김정호 의원은 정의용 실장에게 "북한이 5월 이후로 단거리 발사체 실험을 12번이나 했다"며 "우리도 이런 단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남북한의 미사일 전력과 국방비 예산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도 질의했다.

정 실장이 "상세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우리도) 북한보다 적지 않게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고 있다", "북한의 국방비 규모는 우리보다 훨씬 못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안보 위협, 안보 폭망 이런 것은 별 근거 없는 것 아니냐"고 힘을 실었다.

맹성규 의원은 확장적 재정을 골자로 하는 내년도 예산안이 '빚 폭탄'일 뿐이라는 야당의 공세에 대해 김상조 실장에게 "과도한 국채발행 등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적자 부채를 감당해낼 수 있는 수준이냐"고 물었다.

그는 김 실장이 "한국 경제의 역량에 비춰본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하자 공감하며 "일본도 확장적 재정을 했는데 결국은 재정적자 폭만 커지고 실질적인 효과를 못봤다고 하는 의견도 있다. 적극 대응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주당은 한국당 원내대표인 나경원 의원의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해 특검을 요구한 청와대 국민청원을 거론하며 조 전 장관 사태를 파고든 야당의 공세에 맞불을 놓기도 했다.

박경미 의원은 노 실장에게 "조 전 장관 자녀에 대해서는 특수부 검사 수십 명이 동원돼 적극적인 압수수색과 더불어 전광석화 같은 수사가 진행됐는데 본질상 동일한 야당 원내대표 자녀 문제에 있어서는 시민단체 고발이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에 배당이 되고 나서는 감감무소식"이라며 "수사 형평성을 맞추려면 야당 원내대표 자녀 건도 해당 학교를 압수수색하고 관련 교수를 모두 소환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의원을 정면으로 겨냥한 질의가 나온 데 대해 한국당 의원들은 크게 반발했고 국감장은 소란으로 덮였다.

한국당 간사인 정양석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그만 좀 하자. 청와대 상대 국감인데 차라리 여당이 정부 정책을 홍보할 기회를 주든지 뭐만 하면 야당 원내대표를 공격을 하고 그러냐"며 "어떻게 이게 국감이냐"고 따졌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청와대 김상조(왼쪽부터) 정책실장, 노영민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심각한 표정으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2019.11.01.jc4321@newsis.com

최근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도 도마에 올랐다.

여당은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연루 가능성을 정조준했다. 임종성 의원은 "친위 쿠데타 기도 사건을 넘어서 국가 전복을 기도한 반역행위로 본다"라며 "엄청난 사건의 주도 의혹을 받는 황교안 직무대행께선 계엄의 계자도 못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이 문건을 발표한 군인권센터를 군사기밀보호법위반으로 고발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의혹이 난무하는데 국가안보적 문제를 생각해서라도 그대로 둬선 안 된다"라며 "사실이라면 책임자를 처벌해야 하고 사실이 아니라면 의혹을 제기한 사람이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 국가안보실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당 정점식 의원은 "민주당에서 계속 의혹을 제기하고 군인권센터에서 황 대표와의 관련성 부분을 의문 제기하는데 이 사건 수사에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과 황 대표 사이 어떤 보고가 있었는지 아무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라며 "결국은 김대업의 병풍 비리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노 실장을 향해 "전임 내각이 공개한 계엄령 문건 이것은 최종본이 아니다"라며 "근데 청와대는 최종본인 것처럼 국회가 계엄 해제를 시도할 경우 국회를 봉쇄하겠다, 국회의원 다 연행하겠다는 게 최종본인 것처럼 흔들어댔다. 청와대가 괴담을 유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밤 늦게까지 이어진 국감에서 질의자와 답변자로 설전을 벌이며 감정이 쌓여갔던 야당과 청와대는 나 의원의 "우기지 말라"는 발언을 계기로 결국 파행을 겪었다. 발끈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치는 등 국감장이 아수라장이 되면서다.

나 의원은 북한의 잇따른 무력시위 속에서도 청와대가 우리 안보가 튼튼하다고만 강조하는 것을 문제삼으며 정 실장과 설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나 의원은 "어거지로 우기지 마시라"고 했다. 정 실장은 기분이 상한 듯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냐. 뭐가 어거지냐. 정확하게 말씀해보시라"고 따졌다.

그러자 정 실장 뒷줄에 앉아 있던 강기정 정무수석이 "아니 답변을 요구해 놓고 우기지말라가 뭐냐"고 끼어들었다.

나 의원이 끼어들지 말라는 듯 "강기정 수석"이라고 소리치자 강 수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 의원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고함을 치며 "우기지말라니가 뭐냐고", "내가 증인이야", "똑바로 하시라"고 했다

그러자 한국당 의원들도 "이게 뭐하는 거냐"고 소리 지르면서 국감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건방지기 짝이 없다"는 말이 나왔고 강 수석은 "말씀 조심하시라"고 맞받는 등 양측 간에 계속해서 고성이 오갔다.

결국 국감은 밤 10시45분께 중지됐다가 1시간 뒤에야 재개됐다. 이후 차수 변경을 거쳐 2일 0시20분께 종료됐다.

국감이 재개되자 강 수석은 발언대에 서서 "본인의 발언으로 정상적 회의진행에 지장을 초래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한국당 정양석 의원은 "소통의 중심에 있는 역할이 바로 정무수석인데 희의 중에 질의하는 의원에게 겁박을 느끼게 하고 국회를 모독하는 일이 벌어져 참으로 유감스럽다"며 "어떻게 이런 청와대를 믿고 우리가 법안과 예산을 협의하겠냐"고 지적했다.

민주당 간사인 이원욱 의원도 유감을 표하며 "다름과 틀림의 차이라는 게 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틀리다고 생각하면 내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게 된다"며 "다름과 틀림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 게 오늘의 파행으로 이어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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