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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모친상 이틀째···조문 사양했지만 野 대표들은 만나

입력 2019.10.30. 22:43 댓글 0개
'가족장' 원칙 속 정당 대표, 종교 지도자, 외교사절 조문 받아
황교안·나경원·손학규·심상정·정동영 조문…이해찬 31일 방문
미중러일 대사도 빈소 찾아…文대통령, 각각 5분씩 대화 나눠
7대 종단 대표 조문…송기인 신부, 권양숙 여사도 빈소 찾아
31일 장례미사 지내고 발인…이해찬·문희상 등 참석할 듯
【부산=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 마련된 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19.10.30. 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안호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고(故) 강한옥 여사의 장례 절차가 이틀째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장례는 문 대통령과 고인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종교계와 주요 정당 대표, 외교 사절들의 조문만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30일 빈소가 마련된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는 오전부터 사회 각계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외부 인사의 조문과 조화를 사양하고 차분하게 '가족장'을 치르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빈소 주변의 출입은 엄격하게 통제됐다.

조문은 가족과 지인 등에게만 허용됐다. 다만 문 대통령은 외부 인사 중 주요 정당 대표들에 한해서는 조문을 받기로 했다. 정치권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 대표들과 만나 화합의 계기를 만들자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정으로 보인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오후 6시30분께 빈소를 방문해 약 15분간 조문했다. 황 대표는 황 대표는 "(고인이) 6·25 당시 흥남 철수 때 내려오셔서 엄혹한 시기에 연탄 배달도 하고 행상도 하고 어렵게 자녀들을 키우셨다고 들었다. 고인의 희생과 헌신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대통령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 잘 모실 수 있도록 당부 드렸고 대통령께서도 먼 곳에서 와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주셨다"고 말했다.

황 대표에 이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빈소를 조문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께 위로 말씀을 드렸다며 "어머님을 잃으신 큰 슬픔에 대해 위로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특히 어머님이 문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다음에는 하루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어머님의 굉장한 안타까움을 읽을 수 있어서 그 말씀을 같이 나눴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말씀을 나눴다"고 언급했다.

【부산=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 마련된 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19.10.30. photo@newsis.com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동영 평화민주당 대표 등 다른 야당 지도자들도 빈소를 찾았다.

손 대표는 "무엇보다도 (모친을) 끝까지 고향 땅을 밟게 해 드리지 못한 송구스러움을 대통령이 말씀하셨다"고 했다. 또 "어머님이 돌아가실 때 '나는 행복했다'고 말씀하신 만큼, 아드님을 반듯하게 잘 키우고 대통령까지 이르시게 한 훌륭한 어머니셨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조문을 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 훌륭한 어머니를 잃으셔서 상심이 크시겠다고 말씀드렸다. 문 대통령은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깊은 슬픔에 잠겨 계신 우리 문 대통령께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왔다. 어머님 잘 모시시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조문을 온 야당 대표들과 10~20분간 대화를 나누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정국 현안에 대한 대화는 거의 없었지만 손 대표는 경제 문제에 대한 건의 사항을 말하기도 했다.

손 대표는 "경제가 어려운데 기업인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정책을 펴고 그런 사람을 써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국민 통합에도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부산=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 마련된 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심상정 대표,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사진=청와대 제공) 2019.10.30. photo@newsis.com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장의 마지막날인 31일 조문을 하고 장례 미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국회를 대표해 장례미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당초 청와대는 외부 인사들의 조문을 받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노영민 비서실장은 전날 정당 대표들에게 전화를 걸어 '조문을 온다면 어떻게 막을 수가 있겠냐'며 사실상 여야 대표들의 조문을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낙연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를 대표해 빈소를 조문하고 국정 현안에 대해 보고했다.

이 총리는 "(문 대통령이) 어머님께서 편안한 상태로 잠드셨다고 말하셨다"며 "저희가 몇가지 보고를 드렸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일본 관계 등에 대해 약간 말씀을 나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당 대표들과 함께 미중러일 등 주변 4강 대사들의 조문도 받았다. 당초 청와대는 외교 사절들의 조문도 사양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각국 대사관에서 조문 의사를 밝혀오자 문 대통령은 외교사절들의 조문은 받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뉴시스】배훈식 기자 =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30일 오후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 마련된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를 조문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2019.10.30. dahora83@newsis.com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 대사, 추궈홍 주한 중국 대사,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는 이날 오후 5시 이후 잇따라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조문은 일본, 러시아, 중국, 미국의 순으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조문을 하러온 각국의 대사들과 선채로 5분 넘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종교계 대표자들의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손삼석 천주교 부산교구장 등 7대 종단 대표들은 이날 오전 9시55분께 장례식장에 도착해 함께 빈소를 조문했다. 김장환 목사 극동방송 회장,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 김종준 예장합동 총회장, 김삼환 명성교회 목사,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 등 개신교계 지도자들은 오후에 빈소를 찾았다.

문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인 송기인 신부도 개별적으로 조문을 왔다. 고인 및 가족들과 연을 이어온 종교계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그 외의 조문객들은 대부분 가족과 친지들이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이날 오후 4시10분께 빈소에 도착했다. 권 여사를 태운 차량은 오후 5시께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부산=뉴시스】배훈식 기자 = 故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30일 오후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 마련된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를 조문한 뒤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2019.10.30. dahora83@newsis.com

고인과 부산 영도구 신선성당에 같이 다니던 천주교 신자들도 단체로 남천성당을 찾아 위령미사를 함께 지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거제도에서 태어났을 때 직접 탯줄을 잘라줬다는 할머니의 자제들도 조문을 하러 왔다.

하지만 그외 빈소를 찾아온 정치권과 정부 인사들은 조문을 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장례식장에 보내진 조화도 모두 반송됐다.

이 총리와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이 보낸 조화는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반려됐다. 전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보낸 근조기도 반송됐다.

이수성 전 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거돈 부산시장, 김영록 전남지사 등이 성당까지 찾아왔지만 조문을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문 대통령은 측근 인사들의 조문도 사양했다. 얼마 전까지 문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던 조한기 전 1부속비서관은 빈소에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갔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빈소를 찾아왔지만 청와대 관계자의 설득에 되돌아갔다.

【부산=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 마련된 모친 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를 찾은 7대 종단 지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19.10.30. photo@newsis.com

청와대 직원들의 조문도 제한됐다.

문 대통령은 부산으로 떠나기 전 직원들에게 노영민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정상 업무를 소화할 것을 지시했다. 현장에도 경호처장과 1부속비서관, 2부속비서관, 총무비서관 등 필수 인원만 대동했다. 청와대 직원들은 단체 조문을 가지 않기로 했다. 김상조 정책실장 만이 직원을 대표해 이날 늦은 오후 빈소를 조문했다.

한편 문 대통령과 가족들은 이날 고인의 입관식을 치렀다. 아들 준용씨와 딸 다혜씨도 빈소에서 조문객들을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 절차는 31일 마무리된다. 장례미사는 31일 오전 10시30분 남천성당에서 열린다. 문 대통령과 가족들은 장례미사 이후 장지로 이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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