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꿈을 현실로 만들어준 솔롱고스에 감사"

입력 2019.09.17. 18:51 수정 2019.09.17. 18:51 댓글 2개
'대륙의 꿈, 안녕! 몽골'
<1> 무등일보·사랑방 해외 공부방 3호

어르헝군 유일 통합학교에
공부방·음악교실 등 지원
광주시 과학실험실 장비도

드럼·기타·전자피아노 등
이론 벗어나 실습 가능해져
“오랜 꿈, 밴드 만들기 기대"
지루한 과학수업도 흥미진진
'세끈' 김성철 이사장과 서일권 이사, 제8번학교 교장 등이 광주시가 기증한 과학실 기자재를 확인하고 있다.

"바야를로 솔롱고스(한국에서 오신 분들 감사합니다)." '무지개가 뜨는 나라'에서 출발한 여정은 맞은편 무지개 끝까지 갔을 법한 긴 여정이었다. 집을 출발한지 24시간이 만에 목적지에 도착해 짐을 풀 수 있었다.

지난달 28일 오전 7시에 집을 나서 세상을 이어가는 끈(이하 세끈) 사무실에 모여 의약품을 나눠 담아 인천 공항으로 출발, 오후 7시께 몽골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38명의 세끈 멤버들은 울란바토르 징기스칸 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0시께. 몽골 입국 때 문제가 발생할 것을 예상해 의약품을 팀 전원이 나눠 담았지만 통관에 긴 시간이 걸렸다.

가까스로 입국한 29일 새벽 1시께 지친 몸을 실은 '세끈' 팀에게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들렸다. 숙소가 있는 다르항시는 울란바타르에서 약 200㎞ 정도.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약 3시간 30분이 걸리지만 공사로 인해 다르항시까지의 고속도로 전체가 통제됐다는 것이다.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로 이동하다보니 우리를 실은 버스가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해 예상시간보다 2배나 더 걸려 오전 7시에 도착했다.

사랑방·무등일보가 지원한 악기들 앞에서 제8번 학교 교장(오른쪽 맨 앞)이 감사의 인사를 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드럼과 기타 등도 같이 지원했지만 이날 진행된 문화행사를 위해 옮겨져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다.

◆낡고 삐걱대는 유일한 학교

몽골 다르항 올 아이막 어르헝 솜(군·郡) 바양 올지 바그. 제8번 학교가 위치한 주소다. 1971년 교사 2명 학생 40명이 입학하면서 시작된 이 학교는 현재 초·중·고 통합 학교로 404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유목민 마을에 부설 어린이집 한 곳도 운영되고 있다.

다르항시는 인구 10만여 명이 생활하고 있는 몽골 제3의 도시로 다르항 올의 주도다. '대장장이'라는 뜻을 가진 이 도시는 1961년에 지어졌으며 당시 소련의 지원을 통해 도시화가 진행, 인구 90%가 아파트에 생활하고 나머지는 도시 외곽의 몽골형 텐트인 '게르'에서 지낸다. 러시아와 가까워 러시아인도 생활하고 있으며 러시아어가 통용된다.

이번에 '세끈'이 자원활동을 진행한 '어르헝군'은 3천 여명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주로 농사와 양봉, 가축을 키우며 생활하고 있다.

'세끈'은 이번 몽골 국제자원활동에 의료 봉사와 함께 문화공동체 놀이 활동을 함께 진행했다.사랑방·무등일보는 이 학교에 해외 공부방 3호이자 아시아 우정도서관 4호인 음악교실 악기를 지원했으며, 광주시는 과학실험 장비를 지원했다.

어르헝군과 이 학교는 광주와 인연이 깊다. 지난 2017년 광주 대학생들이 유목민 아이들이 다니는 이 학교 부설 유치원에 태양괄 발전 설비를 지원했다. 폐교 위기에 놓였던 이 유치원은 광주 대학생들의 지원 덕분에 몽골 교육부의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게 됐다. 당시 대학생들은 또 50년이 다 된 이 학교 기숙사의 내려 앉은 마루와 뒤틀린 나무 창틀을 교체하고 벽화를 그리는 등 산뜻하게 바꿔주면서 광주에 대한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자야 몽골국회의원 비서, 어르헝군 군장, 제8번 학교 교장, 김성철 '세끈' 이사장·서일권 상임이사·윤태중 부단장(좌측에서부터) 이 사랑방·무등일보 해외 공부방 3호 현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년 만에 광주 사람들이 이 곳을 다시 찾자 당시의 고마움을 거듭 밝히고 이번 의료·문화 자원활동에 대한 기대감도 표현했다.

◆"악기로 하는 음악수업 기대"

50년이 다 돼가는 2층 건물의 제8번 학교는 외관부터 낡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학교 안에 들어서자 학교 벽과 문, 바닥은 새로 칠한지 얼마 안돼 보였다. 책걸상도 대부분 낡았지만 광주에서 오는 손님들을 맞이 하기 위해 페인트칠을 해놓은 것이다. 학교 내부 대부분을 새로 칠한 덕분에 페인트 냄새로 두통이 오기도 했다.

새로 칠한 페인트 때문에 몇가지 헤프닝도 있었다. 아귀가 맞지 않은 문에 페인트를 두껍게 칠하면서 1층 화장실 문이 열리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다. 2층 화장실은 페인트 칠하려고 전선을 뜯어 어둠 속에서 변기를 찾기도 했다.

학교 현관 맞은 편 1층에 위치한 음악실에는 며칠 전에 도착한 드럼과 기타, 전자피아노 등이 놓여 있었다. 그동안 이 학교는 멜로디언과 리코더 등 작은 악기로만 수업을 진행했다. 이렇다보니 드럼이나 피아노, 기타 등 대부분 주요 악기 소리는 교사가 직접 입으로 소리를 내거나 인터넷을 통해 듣는 것이 전부였다.

이 학교 교장인 어츠르바트 츠니찌링(45·여) 교장은 학생들이 앞으로 드럼 북의 울림과 전자 건반의 음계, 기타 현을 튕기는 소리를 직접 듣고 연주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그는 "개학 후 학생들이 새로 들여온 큰 악기들을 보고 기뻐 소리칠 상상을 하니 미소가 절로 나온다"며 "사랑방과 무등일보 덕분에 학생들의 음악 수업이 더욱 알차고 풍성해지게 됐다. 너무 감사하다"고 밝혔다. 사랑방·무등일보의 음악교실 자재 지원으로 이 학교의 오랜 숙원이었던 밴드를 결성하고 대회 출전도 가능해졌다. 군 단위 대회는 물론 몽골 전국 단위 음악대회 출전을 통해 입상도 가능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지루한 과학수업서 해방

광주시는 학교 과학실 자재를 지원하는 것으로 '세끈' 자원활동에 동참했다. 광주시의 과학실 리모델링과 자재 지원도 학교의 큰 환영을 받았다. 실험하고 확인하는 과학 수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끈' 집행부와 어르헝 군장, 제8학교 교장이 학교에 기증할 물품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그동안 이 학교는 초등학생 1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12년 과정을 한 교실에서 진행해야 하는 탓에 모든 학년의 과학 수업을 칠판에 그리거나 책을 통해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따분한 분야의 수업이 더 지루할 수 밖에 없었고 관심을 갖는 학생들도 적었다.

저울, 다면체 모형, 화산 활동을 실험할 수 있는 기구, 화학실험이 가능한 테스크, 비커, 여과병 등 화학 기구, 태양계 천체를 배울 수 있는 모빌을 비롯해 초등 저학년들을 위한 놀이 블럭까지 준비됐다.

어츠르바트 교장은 "광주시 덕분에 수학과 지구과학, 화학, 물리, 천체학 등 5개 수업 어린 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모두 수업할 수 있는 재료가 마련됐다"며 "교실도 리모델링으로 산뜻해져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방학동안 대부분 학생들이 울란바토르로 가 있어 사랑방·무등일보와 광주시의 선물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며 "개학 후 즐겁게 연주하는 모습, 흥미롭게 과학수업하는 모습을 꼭 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몽골 울란바토르=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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