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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김기덕사건대책위 "김기덕 감독 행동, 연출 아니라 폭력"

입력 2017.08.08. 11:13 댓글 0개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배우의 감정 이입을 위해 실제로 폭행을 저지르는 것은 '연출'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될 수 없다. 김기덕 감독의 행동은 연출이 아니라 폭력이다"

8일 김기덕 감독의 출연 배우 폭행 논란과 관련 기자회견을 연 영화감독김기덕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이번 사건은 영화감독이라는 우월적 지위와 자신이 절대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영화 촬영 현장을 비열하게 이용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대책위는 "배우는 시나리오에 있는 내용을 기반으로 해당 상황을 연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전문가"라며 "성폭력 장면을 리얼하게 찍기 위해 배우와 사전 합의 없이 실제 성폭력을 행할 수 없으며, 살해 장면을 리얼하게 찍기 위해 직접 살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영화연출자 아닌 사람들도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수많은 영화 스태프가 보는 앞에서 뺨을 때리고, 폭언과 모욕,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상대 배우 성기를 직접 잡게 하는 행위'를 강요하고, 사실과 다른 소문을 퍼뜨려 피해를 입은 여성배우의 명예를 훼손한 사건"이라며 "피해자의 이름만 바뀔 뿐 끝도 없이 반복돼 온 영화 업계의 폭력적인 노동 환경 등 뿌리 깊은 인권 침해 문제"라고 했다.

대책위는 "이제 영화계 내에서 연출이나 연기 또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끊어내야 한다, 폭력을 연출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자신의 피해를 이야기함으로써 또 다른 여성 배우들이 입게 될 피해를 중단하고자 큰 용기를 낸 피해자를 공격하는 이야기들을 생산하고 퍼뜨리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이 김 감독의 사과만으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대책위는 "사과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반드시 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사과하는 정도로 끝내겠다는 게 이 사건을 김 감독이 얼마나 안일하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배우는 혹시 돈을 보고 고소를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어 피해배상을 청구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피고소인이 자행한 폭행과 강요죄 등에 대한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 요구 ▲영화계 내 자정 노력을 촉구▲영화계 내 인권 침해·처우 개선을 위한 정기적 실태 조사 실시 및 관련 예산 마련 ▲언론의 피해 여성 배우 신상 파헤치기 등을 요구했다.

A배우는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검에 김기덕 감독을 강요·폭행·모욕·명예훼손 둥 혐의로 고소했다. A배우는 2013년 김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 촬영 당시 김 감독에게 폭행당하고, 시나리오에 없는 연기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대책위에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여성영화인모임·한국독립영화협회·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민우회·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136개 단체가 참여 중이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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