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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는 없다'···26년만에 발견된 '천경자 코드' 5가지 비밀은?

입력 2017.07.21. 14:40 댓글 0개

"'미인도'는 명백히 천경자의 손으로 그려진 작품이 아니다"

조지타운대 클리프 키에포 석좌 교수가 "우리 연구진은 초고해상도 이미지를 통해 1977년도 천경자 화백의 진품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천경자 코드'를 발견했다"면서 "'천경자 코드'는 미인도가 천경자 화백의 손으로 그려진 작품이 결코 될 수 없다는 결정적이며 미학적인 증거"라고 밝혔다.

 

키에포 교수는 조지타운대 미술과의 창설자로 미술전문 서적 저술가, 미술품 복원 전문가이자 감정가, 그리고 미국 미술품 보전 복원 협회회원으로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베테랑으로 알려져있다.
 
키에포 교수는 문범강 조지타운대 교수(천화백 사위)와 연구팀을 꾸려 지난 6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천경자 작품을 분석했다. '천경자 코드'는 천경자 화백의 최초의 미학적 분석 자료이기도 하다. '천경자 코드'는 천 화백만의 차별화된 작법으로 '다섯가지 비밀'이 담겼다. 천 화백의 1977년 작품 8점을 분석하면서 드러났다.

각 비교 작품은 대부분 200메가 이상의 고화질 이미지를 대상으로 했다. 키에포 교수는 "가장 큰 작품이 43.1×51.7cm(나비와 여인의 초상), 가장 작품이 27.7×31cm(미인도)인 점을 감안하면 작품 크기에 비해 해상도가 뛰어나 정밀한 관찰을 할수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입체를 선화(線化)시키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천경자 코드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키에포 교수는 "천경자 코드는 천경자 화백만의 고유한 터치, 특정 부위의 과감한 포기등 작품을 차별화를 위해 고안된 숨겨진 장치"라며 "이 분석을 통해 미인도가 얼마나 허술하게 만들어진 조악한 그림인지 그 실체를 보았다"고 했다.

"우리 연구팀은 무엇보다 이 분석의 공정성을 위해 노력했고, 다각도로 분석을 하는 과정에서 획기적인 천경자 코드를 발견했다. 천경자 코드를 통해 미인도는 천경자 화백의 손으로 그려진 그림이 아니라는 명백한 결론에 도달했다."

키에포 교수는 "우리는 작품 비교를 시작하는 초기 단계부터 왜 미인도가 진위 논란의 대상이 되었는지 무척 의아했다"면서 "미인도는 천경자 화백의 작품세계와는 모든 면에서 너무나 거리가 먼 그림이라는 것이 첫눈에도 명백했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미인도는 진위 판정을 내릴 필요도 없을 정도로 허술하고 조악한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작가의 진술이 위작 판명에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키고 싶다"고 했다.

"작가가 분명 '위작'이라고 여러차례 지속적으로 언급한 강력한 주장이 무시당하고 말았다는 사실에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 경악했다'고 전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

이 같은 내용은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은 0.0002%'라고 했던 프랑스 뤼미에르 광학연구소의 감정 보고서를 뒷받침하는 한편, 검찰이 '진품'이라고 발표한 것과는 완전히 상반된 내용이어서 주목된다.

 

그렇다면 키에포 교수가 발견한 '천경자 코드' 다섯가지 비밀은 무엇일까. 

① 홍채의 비밀

"천경자 화백의 1977년도 정면 여인상 다섯점에는 전부 홍채의 비밀이 촘촘히 보석처럼 박혀 있다. 그러나 같은 해에 그려졌다는 미인도의 홍채 속은 텅 비어 있었다. 천경자 화백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사선 혹은 불규칙한 점으로 의도적이고 확연한 흔적을 홍채에 남겼다. 이러한 흔적은 1977년도 비교 대상 작품들에서 예외없이 나타났다. 19세기 말 프랑스 화가 르동의 작품에도 얼굴과 눈동자에 사선을 첨가한 예를 볼수 있다. 이 부분에서 천경자 화백은 짐작하건데 르동의 영향을 받앗을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하지만 르동의 사선과 천경자 화백의 홍채에 나타난 사선은 완연히 다르다. 미인도를 그린 위작자는 천경자 화백의 화풍을 어설프게 흉내 낼수 있을지언정 작가의 혼이 스며든 작법까지 모방할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②인중의 비밀

"천경자 화백의 1977년도 비교 대상 작품들에서 코 아래 인중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표시되지 않은 인중 부재 즉, 무(無)인중이 두번째 비밀이다. 모나리자에도 인중이 들어가 있다. 프리다 칼로도 인중을 표시했다. 인물에 인중을 의도적으로 표시하지 않는 화가는 천경자 화백외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인중 부재는 1977년 이후의 작품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인도가 천경자 화백이 그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1977년도 천경자 화백의 작품들 가운데 인중이 그려진 진품을 발굴해 제시해야 할 것이다."

③입술의 비밀

"천경자 화백은 윗입술의  U자 곡선을 의도적으로 표시하지 않았다. 입술을 투껍게 칠했지만 굴곡이 없이 빤빤하게 가로 방향으로 양쪽에서 잡아당기 듯 형성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미인도에는 뚜렷한  U자 곡선이 등장한다. 미인도가 허술하게 그려진 위작이라는 또 하나의 증거다.뤼미에를 감정팀의 단층 사진도 미인도의 입술이 천경자 화백의 작법과 완전히 다르게 그려졌다는 광학적 증거를 제시했다. 입술을 그려가는 과정 역시 위작자는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

④스케치 선의 비밀

"1977년도 비교대상 작품 5점에서는 밑그림에 해당하는 스케치 선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거의 모든 채색 동양화가들이 작품 밑그림을 그리는데 반해, 천화백의 작품에는 스케치 선이 존재하지 않았다. 미인도에는 무수히 많은 스케치선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뤼미에르 감정팀의 단층사진을 활용했다. 천화백의 작품에 나탄나지 않는 스케치 선이 미인도에만 있다는 것은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또 다른 증거다."

 

⑤숟가락의 비밀

"다섯번째 코드는 지금껏 찾아낸 코드 가운데 가장 의미심장하고 희귀하다. 우리는 이 코드를 '숟가락의 비밀'이라고 브르기로 했다. 그 이유는 작가가 여인상의 특정 부위를 숟가락으로 비비고 문지른 뚜렷한 흔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인도에는 숟가락으로 문지를 흔적인 단 한군데도 없다. 이 숟가락 비밀은 천화백만이 지닌 은밀한 특화 표현이자 비밀이므로 위작자가 그 깊은 내막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천경자 화백의 1977년 작품을 이처럼 깊이 있게 분석한 미학 연구서는 처음이다.

'미인도'가 가짜인 이유를 밝히는 증거로 제시된 이같은 내용의 상세한 연구보고서는 김정희(62·미국 몽고메리대 미술과)교수가 출간한 '천경자 코드'에 발표됐다. 김 교수는 고 천경자(1924∼2015) 화백 둘째딸이다.

'위작 미인도' 사건의 중심이 된 그림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단독 조명을 받으며 전시중이다. 2016년 12월 19일 검찰이 '진품'이라고 발표한 후 2017년 4월 국립현대미술관이 자신있게 공개했다.

진품 발표와 그림의 일반 공개로 '위작 미인도 사건'은 슬그머니 조용해졌었다. 하지만 유족측은 항고와 기각을 오가며 '미인도는 위작'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배금자 변호사등 10여명의 공동 변호인단도 발족, "'위작 미인도' 사건은 국가권력에 의한 작가 인권 유린 사건"이라며 진실 규명에 나서고 있다.

 

'천경자 코드'를 낸 김정희 교수는 "어머니가 성취한 모든 것들에 관해선 그림자 자리에 서고 싶고, 못다 풀고 간 한은 풀어드리고 싶다"면서 "위작 미인도 사건 당시의 영상 자료를 보면 건강하고 아름다운 어머니, 평생을 그랬듯 꾸며서 말할 줄 모르는 어머니 모습이었다. 어머니의 그러한 원초적인 정직함에 부끄럼이 되지 않도록 가감없는 사실만을 기록으로 남긴다"고 밝혔다.

26년만에 천 화백 그림속 다섯가지 비밀이 발견된 '천경자 코드' 책은 끝난 듯한 진위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책에는 억장이 무너진 딸의 분노와 그리움, 통곡이 담겼다.  1장 '혹시라도 어머니가 여성이라서 좀 짓밟아도 된다고 생각하셨습니까?'로 시작한다.  330쪽, 맥스, 1만7000원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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