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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시루' 치료감호소···의사 1명당 환자 220명[치료사법 현실①]

입력 2019.08.19. 05:00 댓글 0개
'징역기간 만료' 수감자, 치료감호 위해 구금
조현병 등 이미 양형에 반영돼…감수할 문제
형벌 책임 감면·치료대상 판단…치료적 사법
작년말 1021명 환자 수용…의사는 달당 11명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범죄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논의의 출발점은 치료감호시설이다. 그런데, 이들의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돕는 치료감호시설 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관리 편의를 위해 '꽉 찬 병실'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장 목소리다. 뉴시스는 치료감호시설이 부딪힌 한계와 문제점, 개선 방향을 세번에 걸쳐 다룬다. <편집자주>

【서울=뉴시스】옥성구 기자 = "징역을 다 살았는데 계속 감금돼있다."

서울고법 302호 법정에서 A(43)씨는 재판장을 향해 소리쳤다. 그는 2017년 10월부터 다음해 8월까지 역무원 등을 폭행하고, 식당에서 무전취식을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03년부터 조현병이 발병해 여러 차례 치료를 받았지만, 분노조절 장애 등 증세가 여전한 상황이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최근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치료감호 명령을 유지했다.

하지만 A씨에게 선고된 징역 1년2개월은 이미 지난 상태였다. 구속돼있던 A씨에 대한 정신감정으로 인해 1심 심리가 지연됐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사건이 접수되자마자 서둘러 심리를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 6월말 A씨 구속기간이 만료돼 선고 전 구속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A씨는 '선고된 징역 1년2개월이 모두 끝났는데 억울하게 구치소에 구금돼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형벌로 인한 구금이 아닌 치료감호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징역형을 위한 구속영장이 아닌 치료감호를 위한 영장에 의해 구금된 상태였다.

'치료감호'는 정신장애 상태에서 범죄행위를 저지른 자가 재범의 위험성이 있을 때 치료를 해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촉진하고자 하는 제도다. 치료감호와 형량이 동시에 선고되면 치료감호를 먼저 집행하고 이 경우 치료감호 집행 기간은 형집행기간에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조현병 등으로 인한 치료감호 명령이 함께 선고되는 경우는 살인 등 중형을 저지른 피고인들에 대한 선고가 많아 형이 확정된 후 만료되기 전에 치료감호가 시작된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5년 1심에서 치료감호 명령이 선고된 사례는 총 193건, 2016년 총 222건, 2017년 총 147건, 2018년 총 126건이다. 이후 항소 혹은 상고가 제기돼 확정 판결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A씨는 치료감호 시작 전 구치소에서 재판을 받던 중 징역형이 만료된 이례적인 경우다.

지난 1일 A씨는 상고했다. 결국 이 사건이 대법원까지 가면서 A씨는 징역 1년2개월을 모두 채웠음에도 치료감호를 위해 구치소에서 구금된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치료감호는 형이 확정돼야 갈 수 있기 때문에 재판이 진행 중이면 구치소 치료병동에 머물러야 한다.

A씨처럼 징역형으로 인한 구속사유는 없지만 재범 위험성으로 인해 치료감호에 의한 구금 사례는 또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6년 1살 아기를 계단에서 떨어뜨려 숨지게 한 발달장애소년 이모씨 상고심에서 '범행 당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해 무죄를 확정하고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서울=뉴시스】공주 치료감호소

A씨의 사례나 무죄를 선고받고 치료감호 명령에 의해 구금된 수용자들에게 다소 억울해보일 수 있지만, 조현병 등으로 인한 치료감호 명령이 양형 사유로 이미 반영됐기 때문에 감수해야할 문제라는 시각이 다수다.

형법은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고, 심신미약자에 대해서는 감형하도록 하는 책임주의를 원칙으로 한다. 정신질환 상태에서의 범행은 책임 능력이 상실됐다고 보거나 일부 인정되지 않는다.

이같은 이유로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형벌 책임은 감면된다. 조현병이나 심신미약을 주장한 피고인들이 감형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조현병이나 범행 당시 심신미약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이들에게 형벌 책임은 감면되지만, 재범 방지 등을 위해 통원치료 하는 치료명령이나 구금돼 치료를 받는 치료감호가 명령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치료적 사법'이라고 일컫는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A씨 사례에 대해 "치료감호라는 것이 개인에 대한 치료도 있지만 사회 방위 차원도 있다"며 "심신미약이 반영 안 됐으면 형이 더 나올 수도 있었기 때문에 감형되고 치료감호를 받는다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대 범죄를 일으킨 조현병 환자에게 형벌 대신 내리는 치료가 미비하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치료감호소 수용인원은 1021명이다. 이 중 심신장애에 의한 수용자는 873명(85.5%), 약물중독 수용자 49명(4.7%), 성적장애 수용자 68명(6.6%), 정신감정 수용자 31명(3%)이다.

하지만 현재 근무 중인 의료인력은 11명이다. 이 중 치과·외과·산부인과 인력 각 1명씩을 제외하고, 중독 전문의를 제외한 정신과 전문의는 소장을 포함해 5명에 불과하다. 치료감호소 운영을 담당해야 하는 소장을 제외하면 사실상 4명이 873명 정신질환자를 돌보는 것이기 때문에 전문의 1명당 담당 환자는 220여명인 셈이다.

정신보건복지법은 전문의 1명당 환자를 최대 60명까지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어떤 기관보다도 법을 준수해야 하는 법무부가 법을 어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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