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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클럽 복층 붕괴' 이후 3주···커져가는 의혹

입력 2019.08.15. 06:30 댓글 0개
경찰 "2차례 불법 증축, 사고 원인"… 업주 등 11명 입건
행정·소방당국, 4년 간 불법증축 파악 못해 책임론 대두
'춤 허용' 조례 로비 의혹 '무성'…다음달 조례 존폐 기로
지난달 27일 오전 2시39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한 클럽 내부 복층 구조물이 무너져 2명이 숨지고 25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당일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합동 감식을 벌였다. 2019.08.15.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30명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서구 클럽 복층 구조물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3주 가량 지났지만 사고를 둘러싼 의혹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경찰 수사를 통해 2차례 불법 증축과 안일한 이용객 관리가 사고의 직접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지만, 행정·소방당국의 총체적인 감독 부실과 '춤 허용 일반음식점' 특혜 조례 로비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 "사고 원인은 불법 증축"…업주 등 11명 입건

15일 광주클럽안전사고수사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전 2시39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모 클럽 복층 상판이 붕괴, 2명이 숨졌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외국인 선수 8명을 비롯해 25명도 크고작은 부상을 입었다.

수사본부는 클럽 전·현직 운영진이 2015년 6~8월과 2016년 11월 2차례에 걸쳐 무자격 시공업자에 의해 복층 구조물이 불법 증·개축된 점을 확인했다. 증·개축 구간은 부실시공돼 언제든지 붕괴로 이어질 위험이 있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감식 소견도 나왔다.

이를 토대로 수사본부는 전·현직 운영진 등 모두 11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또 붕괴 구조물 하중 측량검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관련자 구속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클럽 복층 구조물 붕괴 사고와 관련, 감독기관인 광주 서구가 객석에서만 춤이 허용된 일반음식점 신고업소 현황을 관리하는 서식을 부실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례안에 첨부된 춤 허용업소 관리대장 서식에는 객석면적을 명기하도록 했지만 서구는 지난 3년간 단 한차례도 기입하지 않았다. 사진은 서구 조례 별지 서식 3호 '춤 허용업소 관리대장' 서식. 2019.08.15.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부실한 감독, 제도적 허점" 예견된 인재(人災)

관리·감독기관인 광주 서구청은 클럽이 2015년 8월 영업을 개시한 이후 제대로 된 시설물 안전점검을 하지 않았다.

'춤 허용 조례'에 따른 춤 허용업소 관리대장도 부실 작성했다. 조례가 객석 면적에 맞춰 안전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데도 불구, 지난 3년 간 단속 대상 춤 허용업소 2곳의 객석 면적을 단 한 차례도 기입하지 않았다.

관련 법령에 따라 미신고 증·개축을 확인할 강제수단이 없다지만 서구청은 지난 4년 간 해당 클럽 복층 구조물이 2차례에 걸쳐 허가 면적보다 77㎡가량 확장된 사실을 사고 이후에야 인지했다.

소방당국도 지난해 7월30일 A클럽에서 안전 특별조사를 벌였지만, 내부 구조변경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제도적 허점도 속속 드러났다. 현행법상 중소 다중이용업소는 사전예고 뒤 소방특별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면 사실상 행정·소방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다. 다중이용시설의 건물주·관리인·업주가 자가 점검(1~2년 주기)만 하고 있다.

무단 증축 등 건축 관련 점검도 안전진단업체에 맡겨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 실제 사고클럽을 점검한 안전진단업체가 불법 증축 사실을 묵인한 것으로 드러나 현행 위탁 안전점검의 문제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27명의 사상자가 난 광주 서구 클럽 복층 구조물 붕괴 사고와 관련, 행정당국이 해당 클럽의 변칙 영업을 합법화 시켜주기 위한 특혜 조례를 제정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춤을 출 수 없는 '일반음식점'인 이 클럽은 관할구청의 '춤 허용' 조례 제정 일주일 만에 '춤 허용업소' 변경을 신청, 변칙 영업이 합법화됐다. 사진은 광주 서구가 해당 클럽에 발급한 춤 허용업소 지정증. 2019.08.15.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언제, 누가" 춤 허용 특혜 조례 놓고 로비 의혹 무성

서구청은 2016년 7월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공교롭게도 해당 클럽이 변칙영업을 했다는 이유로 같은 해 3월과 6월 2차례 행정처분을 받은 직후였다. 이 클럽은 조례시행 1주일 만에 춤 허용업소로 지정돼 영업은 합법화됐다. 손바닥 뒤집 듯, 그렇게 손쉽게 특혜조건은 주어졌다.

조례는 춤 허용업소의 영업장 면적을 150㎡ 이하로 규정하면서도 특례부칙을 통해 기존 일반음식점은 면적제한에서 예외로 뒀다.

뉴시스 취재팀 확인 결과 다른 지역 유사 조례에는 춤 허용업소의 구체적 면적제한 규정도, 특례부칙도 없었다. 특혜 조례는 결국 전국 최초 사례가 된 셈이다.

입법과정도 석연치 않다.

조례 제정에 앞서 서구청 보건위생과는 2016년 3월과 4월 유사조례를 시행중인 다른 지역을 2차례 견학했다.

첫번째 견학보고서의 결론은 '(조례 제정) 불필요'였다. 그러나 한 달 뒤 갑자기 또 다른 견학 계획이 수립됐고, 두번째 견학보고서는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역시 한 달 만에 180도 뒤집힌 결론이다.

조례 제정 검토를 위해 한 달 사이 2차례나 다른 자치구를 견학한 것도, 주무부처가 민원성 조례 제정에 적극 나섰던 점도 모두 "매우 이례적"이라는 곱잖은 지적이 구청 안팎에서 나온다.

해당 조례로 혜택을 본 '일반음식점' 업주들과 서구의회 내 일부 의원간 유착설도 무성하다. 서구 뿐 아니라 다른 자치단체에서도 전방위적인 춤 허용 조례 입법 로비가 있었다는 지방의원들의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로비 주체로 주류유통업계 유력 인물 등이 거론되면서 파문은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수사도 확대되고 있다. 수사본부는 행정·소방공무원 11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데 이어 기초의원들을 상대로 조례의 입법 배경과 과정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한편 서구의회는 별도의 특별위원회를 꾸려 행정사무조사에 나서는 한편 춤 허용 조례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조례의 개정 또는 폐지 여부는 다음달 열리는 임시회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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