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증(適應症, Indication)

입력 2017.06.05. 08:31 댓글 0개
김원영 사랑방칼럼 우리들내과 원장/천식비염 클리닉 전문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적응증’은 어떠한 약제나 수술 따위에 의하여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병이나 증상을 말한다. 의료 현장에서는 여기에 덧붙여 ‘병을 진단하기 위해 어떤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적응증이라 말한다.


심전도는 피부에 전극을 부착해 심장의 전기적 활성도를 모눈종이 위에 기록하는 검사다.  심전도 검사를 해야 할 때(적응증)는 가슴 통증, 호흡곤란, 가슴 두근거림,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있을 때다.

 

고혈압 환자는 증상이 없어도 일 년마다 심전도 검사가 필요하다. 달리 말하면 심장 질환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있거나, 증상이 없어도 고혈압이 있어 심장 질환의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심전도는 필요한 검사(적응증)다.


적응증인데도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실력 없는 의사이고, 적응증이 아닌데도 검사를 했다면 과잉진료일 수 있다.

 

주로 논란이 되는 경우는 과잉진료로 환자가 동의서에 사인을 했지만 되짚어 보면 꼭 필요한 검사였는가 하는 것이다.

 

수년 전 서울에서 개인병원을 하는 친구를 만났는데 대형 병원들을 성토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환자에게 이것저것 너무 많은 검사를 한다는 것이다.

 

큰 병원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환자들 중에 “필요한 검사는 다 해 주세요”라고 요구하는 분들도 있다.

 

또 여러 병원을 다녀도 해결 못 한 증상 때문에 마지막에 찾는 병원이니 병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여러 검사를 할 수밖에 없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밀려드는 많은 환자들 때문에 이야기를 나눌 진료시간이 부족하다.


대가(大家, expert)들은 적응증을 넓게 잡는다. 내과 수련의 때 췌담도계 질환의 권위자인 은사님의 환자를 볼 때 간혹 당혹스러울 때가 있었다.

 

배우는 과정의 의사인 내가 보기엔 단순하고 가벼운 소화불량인데 꼭 내시경역행췌담도조영술(ERCP, 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검사를 하자고 오더(order, 지침)를 내리셨다.

 

이 검사는 위내시경보다 과정도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려 환자가 많이 불편해하고 조영제를 써야 하므로 검사 후 부작용이 심심치 않게 있었다.

 

의사인 나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있는데 환자가 꼭 필요하냐고 물어보면 난감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은사님의 오더를 거부할 순 없다. 다른 병원에서 찾지 못한 소화불량의 원인을 찾을 때가 더 많았지만 드물게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15년 전쯤 왼쪽 가슴이 묵직하게 아팠다. 혈압이 높지는 않았지만 담배는 피우고 있었다. 순환기 내과 교수인 후배에게 전화를 해 검사를 받아 봐야 할 지 물었다.

 

심장이 원인인 통증으로 보긴 힘들다고, 지금은 지켜보고 금연은 해야 한다고 후배는 말했다.

 

“그래도 증상이 계속되면 000교수님 진찰을 받아 보면 되겠지?”라고 혼잣말하듯 하며 전화를 끊으려고 하니 그 후배는 “형님 000교수님께 진찰받으면 바로 관상동맥 조영술 하셔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검사에는 침습(侵襲, 갑자기 침범하여 공격함)적 검사와 비침습적 검사가 있다. 침습적 검사가 부작용의 가능성이 높다.

 

관상동맥 조영술은 사타구니나 손목에 있는 혈관에 관을 삽입한 후 심장의 관상동맥 시작하는 곳까지 관을 넣은 후에 방사선 조영제를 넣는 침습적 검사다.

 

후배의 조언에 따라 담배를 끊고 지켜보았더니 흉통은 사라졌다. 아마도 병원 개원 초기에 겪는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나 보다.


요즘은 특정 질환에 대한 치료지침서가 만들어져 많은 일선 의사들의 진료에 도움을 준다.

 

치료치짐서은 그 질환의 권위자들이 만나 그동안의 의학논문들을 검토하고 자신들의 견해를 반영해서 만든다. 치료치짐서에 정리된 적응증은 적응증이 넓은 대가들의 많은 진료경험과 고찰(考察, 어떤 것을 깊이 생각하고 연구함)의 산물이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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