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변신, 광주프린지 페스티벌

입력 2017.03.29. 09:10 댓글 0개
김지원 사랑방칼럼 광주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팀장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20여년 후 유럽은 다시 미증유의 전쟁에 휘말렸다.

 

근대 이후 축적된 과학기술에 힘입어 이전 전쟁과는 전혀 다르게 국가들 간의 총력전으로 치러졌다.

 

 대량파괴와 학살, 전선이 없어진 전국토의 전장화 등으로 전투와 전쟁에 대한 낭만적 영웅주의나 애국주의 참전론은 종말을 고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충격은 양심과 도덕, 전쟁교범의 질적 차원을 넘어 인간이 같은 종(種)인 인간을 매우 체계적이고 치밀하게 집단학살(Genocide) 했다는 사실이었다.

 

‘악의 평범성’의 얼굴로 자행된 홀로코스트(Holocaust)는 인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생채기를 남겼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방지 및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은 다방면에 걸쳐서 펼쳐졌다.

 

국제연합(UN)이 항구적인 국제평화와 안전보장을 목적으로 결성된 정치적인 국제기구라면, 오늘날 유럽연합(EU)을 가능케 했던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는 유럽의 경제발전을 촉진하는 것이었다.

 

문화예술 영역에서도 전쟁 참상을 겪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유럽의 문화 부흥을 이끌기 위해 페스티벌이 생겨났다. 그것이 1946년 칸 필름 페스티벌을 기점으로 한 1947년 아비뇽 페스티벌, 영국의 에든버러 페스티벌이다.

 

전쟁 당사국이었던 독일에서는 나치 정권에서 자행됐던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반성과 자각에서 1955년부터 카셀 도쿠멘타(Documenta)가 시작되었다.


전후 상처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개막했던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은 오페라와 연주회, 연극, 발레 등 고전적인 클래식 장르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에든버러가 세계적인 축제도시로 우뚝 서게 된 데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의 공이 컸다.

 

‘프린지(Fringe)’의 사전적 의미는 ‘주변, 변두리’라는 뜻이다. 프린지 페스티벌은 처음 개최된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초청받지 못한 8명의 배우들이 공터에서 공연한 것으로부터 출발하였다.

 

이 공연들은 사전에 기획된 것도 아니었고 조직적인 체계도 없었지만 독특하고 참신한 형식을 선보임으로써 관객들과 언론의 주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오늘날 프린지 페스티벌이란 용어는 세계적으로 고유명사화 되었다. 어떤 장르나 형식 등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펼쳐지는 공연예술 축제의 장르로 아마추어에서 전문예술단체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참여하는 문화난장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도 서울과 부산, 제주가,  국제적으로는 70여 개가 넘는 도시가 프린지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후발 주자가 된 광주는 작년에 첫 행사를 계기로 시민참여형 축제로서 프린지 페스티벌의 성공 가능성을 엿보았고, 올해는 4월 1일부터 ‘황홀한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광주프린지 페스티벌은 문화전당과 주변 지역을 연계하여 문화와 도시재생을 매개로 관광객이 찾아오는 관광명소 조성을 위한 실용적인 목적에서 기획됐다. 그러나 행사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와 함께 광장문화의 새로운 변신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광주 문화브랜드의 가능성을 열어준 셈이다.

 

올해 매주 개최되는 프린지 페스티벌은 글로컬리즘(Glocalism)을 지향하고 광주ACC 프린지 인터내셔널(6.2.~6.4.)과 연계하여 세계화의 첫걸음도 내딛는다.


2017 광주프린지페스티벌은 장소, 사람, 일상, 공연문화의 변신을 통해 광주가 다시 태어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광주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분출시켜 새로운 광장문화를 탄생시키고 금남로 거리의 시간과 공간을 되새김질 해 거리에서 만나는 경험을 변주할 것이다.

 

이번 주말 일상의 탈주를 경험하고 싶다면 4월1일 오후 2시, 금남로에서 시작하는 ‘광주의 화려한 변신’을 기대하시라.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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