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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의 앵무새 답변…시장은 혼란 가중

입력 2016.10.24. 08:29 수정 2016.10.24. 08:33 댓글 0개

부동산 투기 과열 대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데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필요할 경우 단계적·선별적으로 시장 안정시책을 강구하겠다"는 애매모호한 앵무새 답변만 내놓고 있다.

강남 재건축 등 투기 과열 지역에 대한 추가 수요규제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정작 시행 여부와 시기, 지역 등에 대해선 정해진 바 없다고 일관해 시장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계적·선별적'…언제까지?

24일 국토부는 투기과열을 잠재울 추가 부동산대책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업계와 정치권, 언론이 강남 재건축 투기 과열, 부산 등 청약시장의 이상과열, 서울 강북권 등으로의 풍선효과 등에 우려를 표하며 규제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여전히 지나치게 신중한 모양새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이 '단계적·선별적 대책'을 언급한지도 벌써 열흘째다. 강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남 등 재건축단지 중심의 단기 급등, 아파트 청약시장의 이상과열 등 국지적 과열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투기수요에 의한 과열현상이 이어지면 단계적·선별적 시장 안정책을 강구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그 이후 진전된 것은 없다. 대상 지역과 방법, 시기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데도 국토부는 지난 16일과 17일, 21일, 23일 해명자료를 통해 "시장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필요할 경우 단계적·선별적으로 시장 안정시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며 "다만 시행 여부와 시기, 지역,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바 없다.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검토한 바 없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시장 혼란 가중…청약·모델하우스는 '과열'

그 사이 시장의 혼란은 가중됐다. 정부의 규제 시그널 이후 강남 재건축 시장은 관망세로 돌아선 듯 하지만 이상과열현상은 전국 곳곳에서 삐져나왔다.

실제 부산 아시아드 코오롱하늘채는 지난 21일 일반공급 446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3만2407명이 몰려 1순위에서 평균 296.88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올해 1순위에서 10만명 이상이 청약을 신청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또한 힐스테이트 수암, 울산 송정 호반베르디움, 원주기업도시 호반베르디움 2·3차, 신길뉴타운 아이파크 등 지난 21일 모델하우스 문을 연 단지들엔 주말까지 1만2000명~3만명씩 다녀갔다.

지난주에는 신촌숲 아이파크가 평균 74.9대 1, 동탄 더샵 레이크에듀타운이 평균 46.6대 1의 높은 경쟁률로 1순위 마감했다. 의왕백운밸리 효성해링턴플레이스, 힐스테이트레이크 송도 2차, 다산신도시 금강펜테리움 리버테라스 2차 등도 1순위에 분양을 끝냈다.

◇경기침체vs거품 '딜레마'…정권 말 소극대처 분석도

이에 대해 업계에선 정부가 '딜레마'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내 경제 기여율이 50%가 넘는 건설부동산 시장을 잘 못 손봤다간 가뜩이나 저성장인 경제가 더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와 부동산 투기과열을 더 방관했다간 더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일각에선 대선을 일년여 앞둔 상황에서 유권자의 표심을 돌릴 적극적인 규제책을 내놓기 쉽지 않을 것이란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 저금리가 계속되는 한 대책의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한 몫 하고 있다.

정책 실패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부동산 투기과열이 2014년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가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면서 '빚 내서 집 사라'고 한 결과물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를 인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또 뒤늦게 8·25가계부채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억제를 통한 부채 줄이기에 나섰지만 시장에선 주택공급 축소로 읽히면서 과열이 심화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분양권 전매 제한 등 핵심 대책이 빠지면서 정부가 결국 부동산 떠받치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대책도 마찬가지다. 서민을 위한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이 사실상 중단·축소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중도금 대출 은행을 찾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재미는 투기세력이 다 보고 뒷처리는 서민들이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손 써야"

현재 전문가들은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 연장, 청약 재당첨 금지, 청약 1순위 자격요건 강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다만 이 중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자칫 부동산 시장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어 시행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더 늦기 전에 대책을 마련할 것과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8·25대책의 경우 단기적인 집단대출 감소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사업이 지연되고 2금융권 자금을 조달하면서 질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부채를 주택담보대출 리스크와 동일시하는 모순을 벗어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정책이 단기 처방 위주로 자꾸 바뀌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불법전매 등 현재 시행 중인 규제와 단속을 먼저 내실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투기수요를 규제할 강력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분양권 투기판은 강남 재건축만의 문제가 아니다. 분양권 전매는 수도권보다 지방 비율이 더 높고 '묻지마 청약'으로 경쟁률이 수백대 1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경제성장을 위해 부동산 거품을 유지하는 정책이 아니라 가계부채 안정과 투기 방지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분양권 전매, 청약자격 대폭 강화 등 투기방지책 도입이 시급하다"며 "전셋값 급등과 월세전환 등으로 주거불안에 놓인 서민들을 위해 전월세인상률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전월세 안정책 도입도 병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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