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毒感), 인플루엔자(Influenza, Flu)

입력 2016.10.20. 08:53 댓글 0개
김원영 사랑방칼럼 우리들내과 원장/천식비염 클리닉 전문

독감은 이름 때문에 독한 감기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감기와 질적으로 다르다. 감기는 콧물 기침, 가벼운 몸살 등 상기도 증상으로 합병증 없이 1~2주 지나면 좋아진다.

 

반면 독감은 심한 고열, 두통, 근육통, 전신쇠약감이 심하고 잘 치료하지 않으면 폐렴과 같은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어느 때나 걸릴 수 있는 감기와 달리 독감은 정도에 차이가 있지만 겨울에 크게 유행한다.

 

독감을 인플루엔자라고도 부른다. 인플루엔자는 이탈리아어로 18세기 중반 이탈리아에서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이 붙였다고 한다. ‘인플루엔자 디 프레도(Influenza di freddo)’는 ‘추위의 영향’이라는 뜻이다. 감기는 리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 200여 개의 바이러스가 일으키지만 인플루엔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Influenza virus)에 의해서만 생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 B, C형으로 나뉘고 A, B형만 병을 일으킨다. A형은 표면에 있는 뾰족한 헤마글루티닌(H;hemagglutinin)항원과 뉴라미니다아제(N:neuraminidase)항원에 따라 더 나눠진다.

 

최악의 인플루엔자는 1918년 스페인 인플루엔자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유행했지만, 1차 세계대전에 참여하지 않아 신문 검열이 없던 스페인에서 매스컴에 이 질환이 자주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스페인 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자는 적게는 2000만 명, 많게는 1억 명 이상으로 추정한다. 2차 세계 대전 전사자는 1590만 명이다. 작년 우리나라의 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자는 238명이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워낙 다양해 백신을 만들어봤자 실용성이 없지만,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한 종류이기 때문에 백신을 만들 수 있다. 마지막 독감철에 유행했던 균주를 선택해 백신을 만드는데 기존의 3가 백신은 A형 두 가지와 B형 야마가타(Yamagata) 빅토리아(Victoria) 중 하나를 고른다.

 

그러나 최근 인플루엔자 감염은 A형보다 B형이 더 자주 관찰되고 B형도 두 가지가 함께 유행을 해 3가 백신을 맞아도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작년부터 발매된 4가 백신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형 두 가지에 B형 야마카타와 빅토리아 두 개를 다 선택해 만든 것이다. 백신이 유행하는 균주와 맞는 균주로 만들어졌다면 50~80%의 환자들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 평생 세 번만 맞아도 되는 B형 간염 예방백신과 달리, 인플루엔자 백신은 왜 매년 맞아야 하는 걸까? 그 이유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이가 심하게 일어나고 면역지속기간도 3~6개월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65세 이상 어르신은 가까운 병원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할 수 있다. 가을이면 보건소 밖까지 길게 줄을 서 예방접종을 받던 촌극은 사라졌다. 예방접종 기간도 10월4일부터 11월15일까지 한 달이 넘는다. 그러나 아직 초기에 많은 어르신들이 병원을 찾아 10분은 족히 걸리는 예진표 작성, 의사 진찰, 예방접종이 차분히 이뤄지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올해부터는 생후 6개월에서 12개월 미만 영아도 지정병원에서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

 

보건 당국에서는 3가 백신도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예산 문제이지 의학적 견해는 아닌 것 같다. 내년부터는 4가 백신이 접종되어야 한다. 독감 백신 접종 후에는 가벼운 몸살, 접종 부위 열감이나 붉은 반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고열, 두통, 피부 발진 등이 심하면 접종 병원에 다시 방문해야 한다.

 

1918년부터 1919년 미국의 스페인 인플루엔자 사망자의 99%는 65세 미만이었고 감염자의 절반은 20~40세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2009년 이후 수년간 사망자의 40%가 젊은 층이다.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은 필요하고 10월 안에 맞아야 한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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