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증거와 사실 사이

입력 2016.09.23. 08:28 댓글 0개
정석원 사랑방칼럼 변호사

상가권리금 계약을 체결하면서 권리금 외에 임대보증금까지 받을 수 있을까?

 

며칠 전 세차장 영업을 하는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본인이 운영하는 세차장을 넘기기로 하였는데 1억 원의 권리금 외에 3000만 원 상당의 임대보증금까지 받는 것으로, 즉 1억3000만 원을 수령하는 것으로 합의하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권리금 1억 원만 기재하고 임대보증금을 특별히 규정하지 않고 있음을 악용하여서 양수인이 3000만 원 임대보증금을 주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보증금은 법률의 테두리에서 보호를 못 받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관행적으로 수수되고 있었고 최근 2015년도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에 정식적으로 규정되게 되었다.

 

권리금은 바닥권리금, 영업권리금, 시설권리금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시설권리금은 시설로 설치된 비품, 인테리어, 장비 등에 대하여 감가상각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을 말한다.

 

영업권리금은 단골고객을 확보한 노력에 대한 보상이다. 예를 들어 학원 같은 경우에는 학생 수가 매출로 직결되기 때문에 학생 수에 따라 권리금의 액수에 차이가 있다. 또한, 영업권리금은 영업상의 비밀을 전수하는 데 따른 무형의 자산적 가치를 이전하는 데 따른 비용까지 포함한다.

 

바닥권리금은 상권과 입지에 따른 비용으로 상권이 형성된 곳은 당연히 인정되는 금액이다.

 

일반적으로 권리금은 1년간의 순이익에 시설권리금을 포함한 금액을 말하는데 정답은 없으며 협상의 여지에 따라서 금액의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앞에서 말한 사례의 경우에는 권리금 1억 원에 대해서만 규정해 놓고 있는 실정이고, 일반적으로 임차권 양수인은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를 인수하는 자이므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가지고 있는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한다고 봐야 한다.

 

그러므로 특별히 계약서에 규정을 하지 않는 이상 임대보증금은 임차권 양수인이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당사자 사이에 합의된 내용을 녹취해 놓고 있어서 임차보증금 부분에 대해 입증할 수 있다면 달라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법체계는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확정하기 때문에 증거가 없다면 설령 그런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정에서는 인정될 수 없게 된다.

 

즉, 증거가 없으면 사실이 없는 것이 된다.

 

분명히 구두상으로는 합의했는데도 계약서에 3000만 원을 기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리발을 내미는 행태에 대하여 분노하고 속병이 날만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소송과정에서 승패를 다투는 와중에 상대방의 거짓말을 쳐다보면서 울분이 쌓이는 상황보다는 빨리 포기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고 지인에게 말해주었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기는 힘들 것 같다. 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이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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