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뉴스

´2424´ 10년간 가치 절하 7000만→1000만원

입력 2009.06.18. 00:00 댓글 0개
[전화번호의 경제학] 전화번호

골드번호라는 게 있다. 가입자들이 선호하는 전화번호를 일컬음이다. 특정숫자가 반복된다든가, 의미있는 어감으로 읽히는 번호들이 이에 해당한다.
기억하기 좋고, 눈에 잘 띈다는 게 잇점. 이는 단지 편리함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상업적 가치는 상상 초월이다. 매출과 바로 직결되기 때문.
대표적인 번호가 2424다.
동구에 소재한 ㄷ이삿짐 센터. 이 사업장의 전화번호는 ○○○-2424다. 사장 김모 씨는 이 계통에서 일해온지 16년 째다. “때에 따라 부침도 있었지만, 그의 사업은 전화번호 덕을 많이 봤다”고 자평했다.
‘2424면 다 통했던’ 때가 호시절이었다. 10여 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그냥 앉아서 전화 받고 출동하면 됐어. 따로 홍보라는 게 필요 없었지.”
자기 사는 동네 국번에 끝자리 2424만 누르면 무조건 이삿짐센터로 연결됐다. 물론 지금도 상황은 같다. 하지만 워낙 많은 업체가 새로 생기고, 다양한 서비스로 경쟁하면서 전화번호만으로 한계가 분명해졌다는 게 이전과 다른 점이다.
호시절이었다는 10여 년 전 2424번의 가치는 어느 정도였을까?
번호를 양도할 때 원 소유자가 받는 프리미엄 가격에서 이를 짐작해볼 수 있다. 김 씨에 따르면, 10여 년 전 2424번은 5000만 원 쯤 됐다. 김 씨 역시 현재의 2424번을 이런 식으로 구입했다. 8년 전인데, 그때 그가 지불한 금액은 3500만 원 이었다.
광산구 ㅌ익스프레스 이 모 씨의 증언도 비슷하다. 이 씨는 20여 년 동안 이삿짐 업체에 근무해 왔다.
그가 기억하는 2424번의 최고 거래가는 7000만 원이다.
지금은 어떨까? 김 씨와 이 씨는 “예전에 비하면 많이 떨어졌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고, “대략 1000만 원 대”라고 귀뜸했다.
핸드폰이 보편화되면서 유선전화가 쇠락한 변화된 환경의 산물이다.
게다가 후발 업체들이 다양한 번호를 개발해 2424의 가치를 떨어뜨린 면도 있다. 예컨대 2482(이사빨리), 2400(이사빵빵), 2479(이사친구) 등이 대체번호로 등장, 2424의 ‘영토’를 잠식한 것이다. 마케팅의 진화 아니겠는가.
대리운전에도 이런 사례가 있다. 포유가 대표로 내건 444-4444다.
이 번호가 등장한 건 2002년 5월. `사랑의 4자’라는 컨셉트를 잡고 열심히 광고했지만 처음 1~2년 간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초창기부터 포유에 참여한 김선중 씨는 “반복되는 특정번호를 찾다보니 잡힌 번호가 4자 였다”면서 “하지만 죽음의 4자라는 인식이 워낙 강해 이용자들이 상당히 꺼려했다”고 토로했다.
“하루에 한 콜이 안나온 날도 있었고, 2~3콜에 만족하는 날이 1년 이상 길어졌다”고 했다.
한때는 납골당에서 제휴하자는 제안이 올 정도로 4자의 각인 효과는 질겼다.
사업자들은 한 때 번호를 바꿀까도 생각했지만 “끝까지 가보자”며 `사랑의 4자’를 꾸준히 홍보했다. 김 씨는 “어느 순간부터 4자가 먹히면서 지금은 잊혀지지 않은 번호가 됐다”고 자평했다.
4자를 정착시키기 위해 사업자가 담보 잡히고 빚 내서 투자한 금액만 수 억 원 대. “지금은 대리운전 기사만 수 백 명인 `대형’으로 성장했으니 전화번호의 가치는 사업 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는 게 포유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골드번호’는 선천적으로 존재하기도 하고, 후천적으로 만들어도 진다. 후자는 사업자의 역량이라고 하겠지만, 전자의 번호는 어떻게 소유할 수 있을까?
끝자리 `2424’가 대표적이다. 이 번호는 KT가 `특수번호’로 별도 관리한다.
이정휴 KT 전남본부 홍보팀장은 “2424번은 경제적 효과가 막대해서 자칫 특혜 논란이 일 수 있어 공개 추첨을 통해 배분한다”고 말했다. “결번이 생길 경우 공고를 내, 응모한 이들로 하여금 공개 경쟁토록 한다”는 것.
하지만 최근 몇 년 간은 공개 추첨이 이뤄진 바 없다.
“유선전화가 쇠퇴하면서 국번을 신설하지 않아 2424라는 신규번호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 팀장은 설명했다. 어쩌다 기존 번호 중에서 결번이 나올 수도 있지만, 소유자가 KT에 반납하는 일은 없다고 했다. 프리미엄을 얹어 양도·양수되기 때문이다.
2424외 다른 전화번호는 신청순에 따라 배분한다.
유선전화와는 달리 요즘의 번호 쟁탈전은 이동전화로 옮아붙은 상황이다.
핸드폰이 보편화되면서 끝자리가 `골드’인 번호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것. 때문에 최근엔 일부 이동통신사업자들이 골드번호를 원칙없이 배분해, 통신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전화번호 효과’ 과신이 부른 부작용인데,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좋은 번호는 고객들의 눈길을 한 번 정도 끌 수 있는 일회성 미끼에 불과하다”면서 “지속적으로 거래를 유지하는 원천은 서비스와 품질”이라고 충고했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