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12사도 순례길이 있는 섬티아고 여행

여행/공연

섬티아고란 말을 들어보셨다면 신안 12사도 순례길을 아시는 분일 것입니다.

신안군에 있는 네 개의 섬(대기점도, 기점도, 소악도, 진섬)은 하루에 두 번 물이 빠지는데요. 

썰물 때만 모세의 기적처럼 노두길이 드러납니다.

네 개의 섬에 흩어져 있는 작은 예배당을 한 번에 순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죠.

그래서 섬과 산티아고를 합쳐 섬티아고라 부르고 있습니다.

송공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합니다. 저는 9시 반 배를 타고 들어가 오후 3시 반에 나왔습니다.

각기 다른 모양으로 지어진 작은 예배당은 많은 작가들의 건축미술작품입니다.

예수의 12사도 이름을 따서 지었는데 종교를 떠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고, 12km를 걷거나 자전거 타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답니다.

마을 식당인 ‘순례자의 섬 게스트하우스&식당’도 중간에 있어 식사도 하면서 쉬어갈 수 있습니다.​

순례자의 길은 대부분 걸어 다니지만 저희 가족은 자전거를 대여했습니다. 3단 기어가 있는 전기자전거라 오르막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배에 자동차를 싣고 오거나 마을버스를 탈 수도 있지만 좁은 골목길도 많아 도보나 자전거를 추천합니다.

건강의 집(베드로의 집) _ 김윤환 작가

송공항에서 대기점도로 가는 배는 하루에 네 번 있습니다.

대기점도에 있는 대기점도 선착장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만나는 건축은 건강의 집(베드로)입니다.

그리스 산토리니가 떠오르는 하얀 벽에 파란 돔 지붕이었습니다.

내부에는 수채화가 있고 바깥에는 순례길의 시작점을 알리는 종이 있습니다. 왼편에 있는 네모난 작품은 화장실입니다.

생각하는 집(안드레아의 집) _ 이원석 작가

노두길을 배경으로 마을 앞동산에 위치합니다. 그래서 주변의 뻘이 잘 보입니다.

해와 달의 공간으로 나뉜 실내도 독특하고, 동화에 나올법한 건축도 재미있습니다.

이곳을 지키는 듯한 고양이 동상은 건물 앞과 지붕 꼭대기에도 있습니다.

그리움의 집(야고보의 집) _ 김 강 작가

숲을 등지고 있는 붉은 기와 지붕은 가장 한국적인 분위기였는데요.

건물 벽에 칠해진 페인트 색 때문에 작은 유리창으로 붉은빛이 들어왔습니다. 무릎 꿇고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생명평화의 집(요한의 집) _ 박영균 작가

깔끔한 원형 디자인과 하얀색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로 된 장식이 예뻤고요. 유니콘 같은 동물이 문지기처럼 엄호하고 있었고 천정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빛의 밝기에 따라 변했습니다.

행복의 집(빌립의 집) _ 장미셀 후비오, 부루노, 파코 작가

프랑스 작가들이 프랑스 남부의 건축형태로 붉은 벽돌과 갯돌, 적삼목, 동판을 덧대 만들었습니다.

날렵한 지붕 곡선이 눈에 띄었는데 물고기나 새 또는 배가 연상되었습니다.

감사의 집(바르톨로메오의 집) _ 장미셀, 알룩 작가

대기점도에서 노두길을 건너 소기점도로 갔습니다.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건축은 호루라기 모양 같기도 했는데요.

색유리가 물에 비친 반영이 아름다웠지만, 가까이 가서 볼 수는 없었습니다.

인연의 집(토마스의 집) _ 김 강 작가

언덕 위에 있는 흰 건물은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웠는데요.

십자가 모양으로 벽이 뚫려 있어 십자가 빛이 들어왔습니다. 작은 네모 창도 귀엽고 오돌토돌한 구슬 바닥과 파란 문도 멋졌습니다.

기쁨의 집(마태오의 집) _ 김윤환 작가

소기점도에 있는 ‘순례자의 섬 게스트하우스 & 카페’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얼마나 맛있는지 또 방문하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마태오의 집은 소기점도에서 소악도로 넘어가는 갯벌 위에 지어져 있었습니다.

물이 들어온다면 작은 예배당이 섬처럼 홀로 서있는 형상이 되겠죠.

러시아 정교회를 닮은 황금빛 양파 지붕은 가장 이국적인 모습이었는데요. 

계단을 걸어 올라가 안에까지 들어가면 창문을 통해 뻘이 보였습니다.

소원의 집(작은 야고보의 집) _ 장미셀, 파코 작가

소악도로 한참 들어와 둑방길 끝에 위치한 작은 야고보의 집을 찾아냈습니다.

프로방스풍의 오두막이 떠오르는 작품이었는데요. 나무의 곡선과 스테인드글라스의 조화로움이 돋보였습니다. 

칭찬의 집(유다의 집) _ 손민아 작가

뾰족 지붕이지만 부드러운 곡선이고, 단순하지만 멋진 곳이었습니다.

작은 창문으로 요기조기 내다보는 재미가 좋았고 흰 건물과 대조되는 파란색 타일 바닥도 감상했습니다.

사랑의 집(시몬의 집) _ 강영민 작가

진섬의 솔숲 해변에 위치해서 시원한 바람이 통하는 곳이었습니다.

문이 없는 곳이었고 바다를 내다보며 잠시 쉬어가기도 좋은 곳이었습니다. 바다 분위기에 맞게 커다란 조개 문양이 독특했습니다.

지혜의 집(가롯 유다의 집) _ 손민아 작가

대나무 숲길을 헤치고 모래해변을 걸어 딴섬에 홀로 있는 지혜의 집에 들어갈 때는 바닷물이 살짝 들어오고 있었는데요.

그래서 간신히 마지막 코스까지 보고 나왔습니다.

몽쉘미셀의 성당을 연상시키는 붉은 벽돌과 뾰족한 십자가가 세련된 모습이었습니다.

섬티아고 12사도 순례자의 길은 꼭 한번 가보시기 추천합니다.

섬의 아름다운 곳곳에 위치하고 각각 개성이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한적한 섬의 시골길은 차도 거의 없었습니다.

썰물 시간과 배 시간을 체크해서 계획하지 않으면 다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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