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한 베트남의 맛

맛집퍼땀 (남구 용대로)

아! 이놈의 코로나…모임과 맛집 탐방을 힘들게 하더니 해외여행을 간 것은 정말 전생같이 느껴진다. 필자는 해외여행을 가도 오로지 맛집 투어에만 관심이 있는데 요즘은 애꿎은 사진첩만 보며 그때의 맛을 추억한다.

큰 일교차로 인해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던 어느 날 저녁, 갑자기 베트남 호이안 거리의 식당에서 먹던 쌀국수가 생각나서 찾은 곳. 봉선동 맛집 퍼땀을 소개한다.

다양한 메뉴만큼이나 다양한 손님

봉선동 남구문화예술회관 골목에 위치하고 있는 베트남 음식점 퍼땀. 상아색 건물에 장미가 그려진 빨간색 간판이 인상적이다. 매장에 들어서면 한쪽은 베트남, 싱가포르 맥주가 진열되어 있다.

이미 맛집으로 알려져 식사시간에는 약간의 대기시간이 있을 수 있다. 테이블 위에 달린 라탄 조명도 ‘아~동남아시아에 온 듯’한 기분을 내준다. 베트남 음식점이지만 팟타이(볶음면)이나 새우커리(쿵팟뿡커리)같은 친숙한 태국 음식도 있다.

요리와 식사, 사이드 메뉴까지 있어 선택의 폭이 넓고 면과 밥 종류로 나눠져있어 취향에 따라 주문하기도 좋다. 점심시간에 가면 근처 직장인들이 많고, 주말에 가면 가족단위 손님이 많다.

얼큰한 쌀국수는 남성들에게도 인기가 많고, 튀긴 메뉴나 볶음밥은 아이들도 많이 찾는 메뉴인 것 같다.

우리의 입맛에 맞게 변한 메뉴들! 쌀국수와 팟타이, 짜조까지 대만족

고수 특유의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것이 베트남음식인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본적으로 진한 향신료가 들어가지 않아 우리 입맛에 맞다. 하지만 ‘한국인은 매운맛~!’이라며 매운맛을 추가하고 싶다면 스리라차소스가 있고, ‘이왕이면 베트남 현지의 맛을 그대로 내야지~’싶다면 셀프바에 있는 고수를 넣어먹으면 된다.

양지와 사골로 장시간 끓여낸 소고기쌀국수의 진한 국물 맛은 얼큰 그 자체다. 빨간 국물이 아닌데도 얼큰하다. 위에 올라간 고기는 잡냄새 없이 부드럽고 양이 많아 쌀국수를 가득 집어 싸먹기 좋다.

아삭한 숙주는 뜨거운 육수에 숨이 약간 죽었을 때 쌀국수와 함께 호로록~먹으면 좋다. 송송 들어간 파의 향긋함까지 느끼며 어느새 쌀국수 원샷 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시고랭은 인도네시아식 볶음밥인데 ‘나시’가 쌀, ‘고랭’이 볶음을 뜻한다. 짭쪼름하면서도 약간의 매콤, 달콤한 맛이 느껴지는데 이 역시 과하지 않아 남녀노소에게 인기 있는 메뉴 같다. 튀긴 마늘 플레이크가 나오는데 나시고랭과 섞어먹으면 그 맛이 배가 된다. 

짜조, 멘보샤 등 맥주안주로도 그만

사이공맥주, 타이거맥주, 칭따오 등 다양한 아시아 맥주가 있으니 시켜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맥주안주로 먹을만한 메뉴를 탐색해본다. 다진 돼지고기, 야채 등을 라이스페이퍼로 말아 튀긴 롤만두인 짜조와 요즘 인기 있는 멘보샤를 시켜본다.

겉바속촉의 진수를 보여주는 짜조는 얇은 라이스페이퍼 속에 다양한 메뉴가 조화를 잘 이룬다. 다진 돼지고기에서는 육즙도 제법 느껴진다. 멘보샤는 식빵 사이에 새우 살을 다져 넣어 튀긴 것으로 새우의 탱글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안주가 좋으니 술이 절로 들어간다. 여행가서 먹었던 타이거맥주를 보니 추억 속으로 자동 소환되는 것도 당연하다.

아시아 분위기 물씬 나는 곳에서 쌀국수에 짜조를 먹었더니 베트남을 시작으로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까지 인도차이나반도를 모두 여행한 기분이 든다. 해외여행이 그립다면 광주 곳곳에 숨어있는 아시아음식점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글·사진=블로거 활화산이수르(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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