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내 취향대로 만들어 먹는 즉석떡볶이

맛집무진장떡볶이(동구 필문대로)

별 한 것도 없이 지나간 것만 같은 2020년, 쌀쌀해진 날씨와 얼마 남지 않은 달력을 보며 이런저런 추억에 빠져본다. “거기 기억나?”라며 어김없이 시작된 맛집 이야기. 변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며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추억의 맛집들을 소개한다. 

요새 배달 메뉴로도 인기 좋은 즉석떡볶이. 하지만 나 때는 말이지~ 이러지 않았는데 말이지! 각종 사리 가득 넣고 보글보글 끓이다가 밥까지 볶아먹던 떡볶이가 있었는데 말이지~~

앗! 그 시절의 즉석 떡볶이가 머리에 떠오르는가? 조대후문의 빨간 간판집에 문 열고 들어가면 훅~하고 느껴지는 증기가 기억나는가? 오늘 소개할 맛집은 그 곳이 맞다! 추억의 무진장떡볶이를 소개한다.

사장님과 나누는 옛이야기로도 추억이 물씬

필자는 근처 여고를 다닐 때부터 찾던 곳이다. 그때만 해도 토요일에도 오전 수업을 하던 때라 학교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가 마치 한주를 마무리하듯 가던 곳. 그러다 대학교 시절에는 고등학교의 추억 이야기를 하며, 졸업을 하고 나서는 대학교 시절 이야기를 하며 종종 찾는 곳이다.

무진장떡볶이도 주말에 간다면 어른 손님이 더 많은 편이다. 거의 40년째 장사를 한다는 사장님에게 고등학교 때부터 다녔다는 옛이야기를 하니 교복 입은 느낌까지 나며 감성에 흠뻑 젖어 본다. 이곳도 주말이면 학생보다는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님 손님이 더 많다.

내 취향대로 만들어 먹는 즉석떡볶이, 사리만 9개

기본 떡볶이의 가격은 5,000원이다. 1인분이 아닌 2인분 가격이다. 떡볶이만 시켜도 약간의 사리가 섞여 나오지만, 즉석 떡볶이는 내가 원하는 사리를 넣을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면사리는 라면과 쫄면, 당면 중 선택하고 어묵, 만두, 햄, 순대를 넣을지 말지 고민에 빠진다.

사리의 가격은 개당 2,000원씩. 또 계란은 무조건 넣어 으깨 먹으면 좋고 요즘 입맛을 따라서인지 치즈사리도 있다(모차렐라 치즈가 아닌 체더치즈다). 아~ 고딩, 대딩 때는 할 수 없었던 ‘모든 사리 추가’도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다. 간단하게 2~3가지 사리만 넣어도 푸짐한 즉석떡볶이가 나온다.

사리 몇 개 추가하면 양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에 꼭 사람 수대로 주문하지 않아도 된다. 맛은 정말 딱 달달한 옛날 떡볶이 맛이다.

즉석떡볶이의 좋은 점은 남은 양념에 볶음밥도 가능하다는 것. 상추와 콩나물, 김가루가 들어간 밥을 떡볶이 국물에 비비듯 볶으면 완성이다.

뻔할 것 같은데 다른 맛, 탕수만두

즉석떡볶이와 함께 이곳을 대표하는 메뉴인 탕수만두. 고등학교 시절에는 달달한 이 탕수만두가 왜 이렇게 맛있었는지 모른다. 떡볶이가 다 익기 전 탕수만두로 입가심을 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주문해 본다. 튀긴 만두에 탕수육 소스를 얹은 익숙한 비주얼, 평범해 보이지만 또 이곳의 맛은 묘하게 다르다.

그렇다고 만두가 특별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탕수만두에 당근, 오이 올려먹으면 호들갑을 떨며 먹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중국집의 만두에 탕수육 소스을 찍어 먹으면 또 이 맛이 안 난다. 참 신기할 일일세...

대학가답게 저렴한 가격에 양은 엄청나다. 계란프라이와 깨가 솔솔 올라간 참치볶음밥도 딱 그때의 허기진 배를 달래주던 맛인데 아직까지 입맛에 맞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즉석 떡볶이 양념을 슥슥 비벼 먹어도 맛있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학생들이 제육백반은 먹는데, 와~고기부터 상추까지 양이 정말 엄청난 것 같다. 맛집도 유행 따라 변하고, 음식 트렌드도 시대에 따라 변하는데 옛 방식의 즉석 떡볶이로 이렇게 오래오래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주니 추억을 갖은 손님 입장에서는 고마운 마음도 드는 곳이다.

글·사진=블로거 활화산이수르(이수연)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