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현지 맛집을 대체할 정통의 맛

맛집에가오

한국은 지금 일본 불매운동으로 뜨겁다. 실제로 일부 마트에서는 진열대에서 일본산 상품들을 빼고, ‘일본 제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라고 걸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물리적으로 가까운 만큼, 우리들 일상생활에도 많은 일본산 제품이 스며들어 있기에, 대체 국산품들의 매출이 오르는 반사이익이 증가한다. 뜻밖의 이득이다.

일본 여행도 취소 문의가 잇따르고 있단다. 가깝게 식도락과 여유를 즐겼던 일본 여행을 잠시 접게 되니, 생각나는 게 우습게도 일본 음식이다.

일본식 음식점 많고 많지만, 대부분이 흉내 내기 식이다. 그런데 일본식 선술집이라. 뭐 다르겠어, 했더니, 주방장이 일본에서 조리학교를 정식으로 졸업해 그 맛을 진짜 잘 낸단다. 

술보다는 요리를 먹으러 방문한 곳, 충장로 호남동 성당 건너편에 있는 ‘에가오’다.

베이직 톤의 외부와 다르게 내부는 무채색인 모던한 분위기다. 숱한 주점에서 일본식 장식품, 주홍빛 조명으로 감성을 내려는 것과는 다르게, 간결하고 고급스럽다. 

시원시원한 내부도 물론이고, 욕심을 부리지 않고 테이블 사이 멀찍이 간격을 둔 점이 인상 깊다. 1~2인 손님도 분위기를 느끼며 먹고 마실 수 있게끔 2층에 긴 테이블을 둔 점도 멋스럽다.

메뉴판 앞면에 간략한 주방장 소개가 있는데, 후쿠오카 조리학교를 정식 졸업하고 일본 현지에서 7년간 음식을 배웠다고 한다. 그 수료증 당당하게 가게 벽면에 걸려있다. 

퇴근 후 달려오고 있는 먹성 좋은 동료들을 기다리며, 빠른 주문이다. 기본 차림도 정갈하게 나오니 정성이 느껴지는 점이 좋다. 나베, 사시미 종류 가격대가 조금 있구나 싶었는데, 이후 먹어보고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기본 찬으로 나오는 토마토와 삶은 완두콩, 새우칩이다. 식당이 주는 분위기에 어울리는 세련된 느낌에 기분 좋은 입가심까지 더한다.

소고기(부챗살) 가득 올린 스키야키(일본식 샤브샤브) 먼저 세팅된다. 불을 켜고 육수가 끓어올라오기 전까지 다른 요리들 먼저 탐색이다.

부타 가쿠니(통삼겹찜)인데, 필자는 처음 접해보는 요리다. 구운 삼겹살을 다시 압력솥에 쪄내서 기름기를 제거한 뒤 간장 육수에 절이는 과정으로 나오는 음식이란다. 한 접시에 많은 과정이 담겼다.

그 맛 정말 궁금하기에 알려주신 대로 고기 한 점 들어 수저에 올리고 육수에 푹 적시면서 국물까지 떠낸다. 그 위에 곁들여낸 백김치를 올려서 먹는다.

기름기 쪽 빠진 삼겹살은 부드럽고, 그 결 사이사이에 달짝지근하면서 담백한 육수가 풍미를 더한다. 상큼한 백김치가 있기에 또 금세 단맛을 잡아낸다. 연이은 젓가락질에 접시가 비워지는 게 아쉬울 정도.

거대한 크기의 모듬 사시미다. 일반 횟집에서 먹는 활어회와는 다르게 일본식 모듬회는 흔히 숙성회 등을 포함한 구성이다. 

광어, 도미(돔), 연어, 전복, 가리비 절임, 타코와사비 등 가짓수도 다양하다.

도미 한 점 위에 와사비장 살짝 올린 뒤 바로 간장으로 직행하지 말고, 간장에 생강을 적신 뒤 붓 칠하듯 도미회에 칠해서 먹어보자. 

이는 전수받은 팁인데 간장을 최소화해서 숙성된 맛을 느끼기에 좋다. 그렇게 맞이한 도미회는 청주와 소금으로 숙성돼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다.

청주와 다시마로 숙성된 광어회도 활어회와는 다른 부드러운 식감에 숙성에서 얻은 감칠맛까지 더해졌다.

전복도 긴 과정을 거쳐 접시에 올라온다. 청주와 다시마 육수에서 한 시간 반 가량을 쪄낸 뒤 나오기 때문에 비린 맛 하나 없이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투박한 고로케처럼 보이는 이 음식도 가르자마자 단호박이 꿀처럼 흘러나온다. 손수 껍질을 벗겨낸 단호박 속을 무스 상태로 만든 뒤 크림치즈를 섞어 튀겨냈다. 

단호박 무스의 농도가 짙고 맛이 풍성하다. 단맛이 과하지 않으면서 크림치즈로 간이 더해져 속 재료를 남김없이 긁어먹게 되는 마성의 맛이다. 

계란말이조차 흔한 선술집과 다르게 진짜 요리다. 갈라짐 하나 없이 일본식으로 잘 구워진 계란말이 안에 명란 마요가 듬뿍 차있다.

젓가락으로 눌러보면 명란 마요가 푹 나올 정도로 풍부하게 들었다. 포슬포슬 부드럽고 달짝지근한 계란말이를 느끼자마자 살짝 짭조름한 명란 마요가 맛을 더한다.

적당히 배를 채웠겠다, 이제 술자리에 필요한 국물 안주도 필요한 법. 다른 요리를 다 맛보았다면 스키야키가 끓고 있는 곳으로 돌아오자. 이 또한 샤브샤브의 일종이기 때문에 고기를 너무 많이 익혀서는 안 된다.  

간장 소스에 빠진 노른자를 계란물 풀듯 섞는다. 스키야키를 경험해 봤다면, 노른자 소스가 비리기보다는 고소한 맛이라는 걸 알 테다. 그래도 비릴까 걱정이 된다면 간장을 좀 더 섞어도 좋다.

알맞게 익은 고기 한 점과 채소들을 집어 소스에 풍덩 담아 고루고루 코팅하자. 재료가 좋으니, 군내 하나 없이 고소하다. 

본격적인 술자리로 넘어가면, 스키야키 육수 추가도 좋은 선택이다. 좋은 요리들로 든든하게 채운 배에 무리가 되지 않을 국물 안주가 되어줄 테니 말이다.

많은 일식 주점들에서도 깊은 맛은 찾기 어렵다. 일본식 요리가 생각날 때, 그저 흉내 내는 안주를 먹었을 뿐이다. 

일본 불매 운동 중이지만 현지 맛집들 생각에 못내 아쉽다면, 바로 이곳이 있다. 안주라 부르면 섭섭하다. 현지 정통의 맛을 살린 진짜 요리를 선사하는 ‘에가오’다.


※업체정보※

업체명: 에가오

업체주소: 광주 동구 서석로7번길 17 (불로동 43)

예약/문의: 010-4955-9864

영업시간: 17:30~02:00 연중무휴


※대표메뉴※

명란계란말이 12,000원

스키야끼 30,000원

부타 가쿠니 26,000원

수제 단호박 크림치즈 고로케 14,000원

모듬 사시미 4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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