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울 아빠가 내 나이 때 오던 호프집

맛집그랜드베어

2차를 위해 엔씨웨이브를 건너 런던약국을 지나서 반대편 끝을 향해 걷는다.

‘여기가 그 콜박스 사거리잖아~.’ 지금은 조그마한 옷 가게들이 상권을 이루고 있는 이곳, ‘콜박스’의 유래를 드디어 들을 수 있었다. 본디 ‘황금동 콜박스’라는 명칭으로 불렸던 이곳은 시내 유흥의 메카였다고 한다. 충장서림이나 우체국 앞에서 데이트를 즐겼다면, 콜박스에서는 ‘OK 한잔 콜~!’을 불렀다고 한다.

콜박스의 황금 같은 과거가 지나고, 이제는 이름만이 남은 콜박스 사거리에서 마땅한 술집을 찾기란 어렵다. 그래서 콜박스 사거리에서 50m 근방에 있는 구 학생회관(현 청년직업체험센터) 쪽으로 향했다.


추억의 충장로 탐방에서 2차 장소로 방문하게 된 이곳! 바로 ‘그랜드베어’다. 구 학생회관 바로 옆에 오랫동안 자리했다가 같은 골목 살짝 옆으로 이사했다. 외관도 정말 똑같이 옮겨다 놓았다.

사람 많고 무더운 길을 걸어오면 땀이 날 수밖에 없다. 시원한 생맥주 한 잔 간절할 때, 바로 여기 생맥주가 특효약이라는 말씀.

이곳으로 말할 것 같으면~ 카스 맥주의 21가지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여 생맥주가 맛있는 집으로 선정된 곳이다.

요즘에 세련된 펍들이 그렇게 많다지만, 역시 원조는 ‘호프집’이다. 1탄이 울 아빠가 내 나이 때 먹던 통닭집이었다면, 이곳은 바로 2탄, 울 아빠가 내 나이 때 오던 호프집이라 할 수 있겠다.

때마침 KIA 타이거즈 경기도 생중계되고 있으니, 야구경기 보며 치맥하기 딱 좋은 곳이 아니겠는가.

식탁마다 메뉴판이 큼지막하게 붙어있어, 따로 메뉴판을 돌려보지 않아도 괜찮다. 맥주안주인 돈까스+치킨(20,000원)에 생맥주 인원수대로 시킨다.

그랜드베어는 옛 호프 시절의 감성을 그대로 간직했다. 이곳의 분위기에 매료되게 만드는 특별함, 바로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LP판들이다. 앤티크한 앰프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추억의 올드팝들을 듣고 있자면 그 시절로의 추억여행은 금방이다.

역시 더운 날씨엔 생맥주로 먼저 목을 축여줘야 한다. 먼저 나온 생맥주에 벌써부터 손이 마중을 간다. 받자마자 벌컥벌컥 들이켜는데, 일반 생맥주와 확실히 다른 목넘김이 느껴진다.

생맥주에도 완급이 필요하다. 탄산이 너무 세서 목에 불쾌감을 주거나(이른바 팍 쏘는 느낌)과 크림 생맥주의 맹맹한 느낌의 양극에서 딱 중간, 최상, 최적의 상태다. 잘잘한 탄산이 잔을 다 비울 때까지 터지는데, 목넘김은 ‘청량 그 자체’다.


구릿빛 양념을 입은 돈가스와 잘 튀겨진 치킨, 거기에 느끼한 입맛 초기화시킬 샐러드까지. 한 접시에 몽땅 담았다. 호프집의 매력, 투박하지만 양도 모양새도 격이 떨어지지 않는다.


치킨 양념소스와 소금장이 기본으로 나오고, 치킨 무도 나온다. 기본 안주로 뻥튀기와 김 같은 것을 줬는데 사진 찍기도 전에 다 먹어버렸다.

소스가 영롱한 돈가스부터 맛본다. 고기도 적당히 얇고 잘 익었으며, 겉면은 무척이나 바삭하다. 돈가스 전문점에 뒤지지 않을 돈가스 퀄리티와 달짝지근하고 뭉근한 소스로 안주의 질을 높인다.

돈가스는 옆에 자리한 야채샐러드를 곁들어 함께 먹어도 좋다. 돈가스의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맛에 신선한 야채의 아삭한 식감까지 더해져서 좋다.

치킨도 살이 꽉 찼다. 뽀얀 살코기도 부드럽고, 닭 껍질도 고소하다. 프랜차이즈의 치킨과는 비교했을 때 감칠맛은 확실히 떨어지지만, 이곳의 생맥주엔, 이렇게 삼삼한 치킨이 딱이다. 안주가 맥주의 풍미를 해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맥주에 합이 안주가 더해지니 생맥주도 자꾸 잔이 비워진다. 최적의 생맥주를 따르는 사장님의 손목 스냅이 궁금한 마음에 생맥주 추가 주문하고서는 기계 근처를 어슬렁거려본다.

그냥 보면 여느 곳과 똑같이 따르는 것 같은데, 맥주 위에 거품이 일정하게 올라온다. 이곳의 맥주 맛, 단연코 검증된 맥주 품질 + 사장님의 손목 스냅의 대단한 조합이다.

밖의 기온은 벌써 30℃에 가까워지고 있다. 하루 마무리로 시원한 생맥주 한 잔하면 좋겠다~싶을 때, 진짜 맛있는 생맥주를 마셔보는 게 어떤가. 세련되지는 않았어도 그 맥주 맛과 올드팝이 선사하는 분위기에 한 여름밤의 꿀~ 같은 생맥주가 되리라 자부한다.


곧 2018 러시아 월드컵의 경기 일정이 시작된다. 축구 응원엔 역시 치맥! 가슴까지 탁 트이는 시원한 생맥주와 함께, 한국 대표팀의 시원한 골이 터지기를 목청껏 응원해보자.

응답하라! Again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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