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생연어회

맛집료코

유독 고되었던 하루, 날씨까지 덥고 습하다. 이럴 땐 시원한 맥주와 더 시원한 소주가 생각나는 것이 당연지사. “야, 퇴근했냐?”로 시작한 통화가 친구들을 익숙한 곳으로 불러 모은다.

친근한 포장마차 안주도 좋지만, 지친 하루를 끝내고 모인 친구들과 평소보다는 고급 안주와 함께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래서 고른 오늘의 메뉴, 바로 ‘생연어회’라 하겠다.

‘생’연어가 이렇게 익숙해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전에는 훈연법을 사용해 보존 기간을 늘린 훈제연어를 주로 접했었다. 허나 요즘은 유통의 발달로 인해, 굳이 고급 식당이 아닌, 집 근처 선술집에서도 생연어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생연어 먹으러 산수동 작은 골목에 자리하고 있는 ‘료코’를 방문했다. 안주를 ‘생연어회’로 잡으니 두말 없이 이곳으로 모이게 되는 마법 같은 곳이다.

익숙한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 편엔 1인용 세로 테이블이, 오른쪽엔 다인용 테이블이 자리하고 있다. 혼자 올 땐 물론 왼쪽으로 향할 테지만, 오늘은 여럿인 탓에 테이블로 앉는다.

선술집 안주의 기본적인 구성을 다 갖추고 있다. 물론 꼬치류는 4,000원~5,000원 사이의 단품으로도 주문할 수 있다.

료코의 특별한 점, 바로 ‘오늘의 추천 메뉴’이다. 여쭤보니 그날 들여온 재료 중, 신선도와 질이 좋은 것을 추천 메뉴로 올린다고 한다. 추천 메뉴라는데 먹어봐야 하지 않겠나. ‘생연어사시미’(小) 와 함께 ‘장대구이’도 주문해본다.

료코는 체인점이 아니고, 사장님께서 직접 레시피를 개발하고 요리하는 곳이다. 미리 재료들을 꼬치에 꽂아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꺼내어 숯불판 위에서 구워주시더라.

재료 공수부터 조리까지, 하나하나 손이 안 가는 것이 없는 공정이다. 그래서 메뉴 나오는 데 시간은 조금 걸리지만, 아늑한 조명 아래 꼬치구이 익어가는 냄새와 함께 마시는 술도 기가 막히다.

기다리던 생연어회 등장이다. 빛깔 좋고 촉촉한 생연어가 가지런히 올려져 있다. 사시미 아래엔 케이퍼와 양파샐러드까지 넉넉하다. 기본 곁들임 반찬도 빈틈없다.

연어를 먹는 데 가장 기대되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생와사비를 덜어내어 간장에 푸는 순간. '연어, 웰컴.'

연어는 와사비장에 그냥 찍어 먹어도 그 고소함이 좋지만, 양파 샐러드 위에 올리고 케이퍼 한 두 알 올려 먹어도 좋다. 연어가 가지고 있는 고소함과 소스의 부드러움이 입안에서 녹으면서 케이퍼의 시큼한 맛이 풍미를 확 더한다.

연어가 자취를 감출 때쯤, 추천 메뉴인 장대구이가 나온다. 장대는 양태라는 흰 살 생선의 또 다른 이름으로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열량이 낮고 단백질이 풍부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런 장대를 반건조 상태에서 숯불에서 구워 내 겉은 바삭바삭하고 안은 촉촉하게 구웠다. 살은 쫀득하니 감칠맛이 좋다. 머리 제외 통째로 나오니, 살 바르는 것은 재주 많은 이가 담당하자.

입이 즐거운 안주에, 술병이 쌓여가니 안주가 부족해 나가사키 짬뽕을 시켰다. 처음부터 연어를 大로 시킬 것을 그랬다.

사장님이 직접 육수를 내어 만드신다는 나가사키 짬뽕은 일본식 라멘집에 비해 크게 부족함이 없다. 특히 인위적인 향이 나지 않고 담백해, 술안주로 역시 좋은 선택이다.

메뉴에 없는 계란말이를 서비스 안주로 받았다. 보통 일반 주점에 가면 계란찜을 주는데, 선술집이라 그런가 계란말이를 주는 점이 좋다. 서비스일지라도 가쓰오부시와 양념을 가득 뿌려내었다.

거기에 저렴한 부위에 속하는 연어 꼬리 쪽 부위도 서비스로 구워주셨다.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는 사장님의 ‘빅픽쳐’였을까. 소주 주문 추가에 추가로 들어간다.

술도, 안주도 더 이상 들어갈 곳이 없을 지경이다. 그제서야 생각난다.세상에... 꼬치를 안 시켰다.

‘료코’는 유명한 체인이라거나, 방송을 탔다거나 하는 그런 식당은 아니다. 그저 심야식당의 마스터처럼 혼자서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하고, 그냥 있는 재료로 서비스 안주를 뚝딱 만들어주는, 그런 조그마한 선술집이다.

가끔 지치고 힘이 든다면, 아늑한 곳에서 편안한 친구들과 한 잔 주고받아 보자. 이자카야 료코에서라면 어떤 힘든 일이 있었던 날이라도, 흘러가는 구름과 같이 그냥 소소했던 편안한 하루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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