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치돈에 맥주, 치맥 완성

맛집잘먹었습니다

점심 메뉴 후보로 돈가스와 평양냉면이 올랐다. 투표와 투표를 거듭한 결과, 승자는 1표 차이로 돈가스.

‘괜찮다. 평양냉면은 그냥 통일하면 본토인 평양에서 먹으련다. 백세시대라는데 죽기 전엔 먹겠지.’라고 생각하며 결과에 승복한다. 돈가스집으로 향한다.

돈가스는 계절을 타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사시사철 즐겨먹는 메뉴이다. 많고 많은 돈가스집 가운데, 선택한 곳.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정말 따끈따끈한 식당, ‘잘먹었습니다.’이다. 대인동에서 생선구이 맛집으로 유명한 ‘인촌’ 옆에 위치해있다.

여담으로 인촌은 외벽 리모델링을 하는 듯 외부 골조가 설치된 채 영업 중이니,‘인촌’ 갈 예정인 분들은 머리 조심하도록 하자.

다시 돈가스로 돌아오자. 식당 외관은 일본식 건물 느낌이 나는데, 파는 건 경양식 수제 돈가스이다. 일본식 돈가스를 팔 것 같았던 예상이 깨진다. 조합의 아이러니함이 재미있다. 색색의 대기 의자들과 외관 전체가 함께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제법 느낌있다. 이곳도 곧 인스타의 성지가 되겠구나.

1층은 만석이고 통로가 좁아 바로 2층으로 안내되었다. 테이블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편인데, 나름의 심플하고 모던한 느낌이 난다.

점심시간이어서 그런지 테이블 좌석마다 커트러리가 세팅이 되어있다. 고급스러운 곳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마침 날 좋은 날 창문으로 따뜻한 볕과 선선한 바람이 함께 들어오니, 기분도 좋다.


가격대가 저렴하진 않지만, 또 너무 과한 것도 아니다. 심플한 두 가지 메뉴 외에, ‘샐러드돈가스’도 있고, 저녁 술자리를 위한 ‘모둠튀김’도 있으니 참고하자.

치즈돈가스는 하루 15인분만 주문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시켰다. 치즈돈가스. 주변을 휙휙 둘러보며, 총 몇 개의 치즈돈가스가 나갔는지 세어본다. 치즈돈가스는 점심시간이면 다 동나겠다.

만석에다가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도 가팔라서, 알바생이 많이 힘들겠다 싶다. 그래도 웃으며 음식을 서빙해주는 남학생이 기특하다.

돈가스가 크기가 좋고, 샐러드도 신선하다. 꽤나 손이 많이 간 것 같은 비주얼이다. 옆에 살포시 놓인 김밥에 바나나, 방울토마토까지. 샐러드 채소의 상태도 신선하다.

돈가스를 푹푹 썰어내니, 소스 위에 치즈길이 흐른다. 치즈는 쫀득하기보다 부드러운 식감의 치즈다. 돈가스의 고기가 두툼하고, 육질이 좋은 것이 느껴진다. 돈까스 소스도 무겁지 않고 촉촉해서, 돈가스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돈가스 소스가 약간 묽은 타입의 소스라 다소 간이 심심하다면, 탁자마다 구비된 우스터 소스를 살짝 뿌려보자.

돈가스에 곁들여 먹을 밥이 따로 나온다. 밥을 넓게 퍼서 주는데, 식탁이 작아 사람마다 본인 자리에 놓기가 조금 힘들다. 밥을 차라리 돈가스 접시에 같이 담아 주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양이 재미있게 눌려있길래 한입 맛보는데, 앗! 익숙한 맛이 맴돈다.이것은 즉석밥! 즉석밥의 향취이다! 과연 이 밥의 진실은무엇이었을까.

일부러가 아니라면, 오늘 주방은 정말 대참사가 났나 보다…

밥이 나오고 바로 수프가 나왔다. 음? 순서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 하지만 본인도 힘들 텐데,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하는 알바생을 보면 하고 싶은 말이 쏙 들어간다. 힘든 학생들의 하루에 별로였던 손님으로 기억되고 싶진 않다.

수프는 일반 수프에 브로콜리를 갈아 넣어, 식감과 풍미를 더했다. 그 위에 수줍게 올려진 크루통까지. 조그마한 재료를 더하니 평범한 수프가 고급 요리로 변신을 한다.

따뜻한 볕이 좋아, 시켰던 맥주는 식사의 맨 마지막에 등장하고 말았다. 점심 ‘치맥’은 역시 조금과했나 보다. 너무 배부른 탓에 두어 모금 마시고 더 먹질 못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데, 뒤돌아 본 자리에 따듯한 볕이 들어오는 게, 느낌이 좋아 한 장 찍어본다. 맛있는 음식과, 기분 좋은 날씨가 있는데, 식당에서의 작은 해프닝이 무슨 문제가 되겠나.

계산을 하는데, 식사는 어떠셨어요. 오늘 주방에 문제가 있어서, 죄송합니다.’라고 하시며 연신 죄송함을 표현하신다. 아니다, 사실 제가 더 죄송하다. 하필 그런 날 왔다 가서, 후기를 쓴다…는 말은 꿀꺽 삼킨다.

새로 시작하는 것은 서툴 수밖에 없다. 숙련되고 보장된 것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보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도, 운 없게 실수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실수를 통해 식당의 체계와 메뉴들을 개선해나가는 식당의 모습에, 추후에 다시 방문할 기대감이 생기는 곳이었다. 기분 좋았던 점심 치맥(치즈돈가스+맥주) 정말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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