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여름을 책임질 물회가 돌아온다.

맛집물노리

물회 한번 먹으러 포항, 속초 찍고, 무려 일주일 전엔 선유도 다녀온 물회러버 캐스터이지만 뭐.. 물회야 항상 먹는 그 맛이기 마련이다. 뭐 전복 몇 점 더 넣어주면 감사한 정도?


점차 낮아지는 퀄리티의 물회 세계에 ‘물노리’의 포탈이 열렸다. 물회 세계의 새 지평을 열, 막강 해산물들을 장착한 특급 빌런, ‘물뽕물회’를 소개한다.

건너편에는 고깃집인 ‘불노리’가 있고 이쪽에는 횟집인 ‘물노리’가 있다. 육해를 즐길 수 있는 1, 2차 코스인가 보다.


’물노리’ 문 앞에서 횟집답지 않은 고급스러움에 멈칫했지만, 오늘은 두려울 것이 없다. 얻어먹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영업을 시작한 매장 내부는 세련된 인테리어가 인상 깊다. 조금 탁 트인 펍 느낌인데, 횟집이라니, 역시 봉선동은 다르구나 싶다. 이 넓은 매장이 단 한 시간 만에 북적이는 걸 보며 또 한번 놀란다.

메뉴들도 여타 횟집들과 비슷한 가격 수준이다. 겉만 보고 괜히 쫄았다. 오늘 계산을 맡은 1인의 다행스러운 듯한 미소를 포착했다. 메인 메뉴인 ‘물뽕물회’와 제철 메뉴인 ‘주꾸미숙회’를 주문한다.

기본 상차림 메뉴들이 하나씩 등장한다. 건새우를 넣어 시원하게 우려진 미역국에 소주 타임 스타트다. 빈속에 뜨끈한 국물과 함께 한 잔 비워낸다면, 오~ 술 좀 마실 줄 아는 놈이다.

버섯과 칵테일 새우, 마늘 등의 채소를 함께 볶아낸 이 볶음요리는 간단하지만 각 재료의 풍미가 살아있어 좋다. 밥반찬으로도 손색없겠지만, 역시 술안주로 먹어줘야 제맛. 양념 잘 밴 칵테일 새우 한 점 먹고, 한 잔 또 비운다.

볼락구이와 전복, 멍게, 문어숙회가 나온다. 횟집처럼 개수는 많으면서 양이 자잘하게 나오는 게 아니라, 한 메뉴씩 충실하고 알차게 내어진다.

곁들이 음식부터 해치울 전투 태세 장전한다. 생와사비 곱게 갈아낸 알갱이가 잘 보인다. 생와사비 한 번 맛보면, 일반 와사비에는 면역력이 생긴다.

먼저 나온 물회의 모습을 보라. 한치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고 꽉꽉 채워진 저 해산물들 조합이 막강한 위엄을 선보인다. ‘물노리’의 물회는 해삼, 전복, 회, 멍게, 해초 등 아낌없이 썰어 넣었다.

분명히 저번 주에 선유도의 한 식당에 가서 같은 값인 2만원을 주고 이름하여 ‘스페셜물회’를 먹었다. 증거자료 첨부한다. 비교는 당신의 몫이다.

물론 회를 어느 정도 건져 먹은 뒤 넣어야 하지만, 따로 나온 소면을 올려보았다. 비주얼 역대급인 물회의 자태를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싶었달까.

다시 소면을 걷어내고, 물회를 비빈다. 물회 속 회를 찾습니다~ 하면서 휘휘 저어야 하나씩 걸리는 음식이 아니었나. 한 번 휘저을 때마다 해산물 듬뿍 딸려 나온다. 젓가락에 채이는 게 다~ 해산물이다.

물노리 물회가 감동적인 이유 중 하나는, 초장 간이 세지 않다는 것이다. 양념에 대충 초장을 때려 부은 여타 물회와 육수 맛부터가 다르다. 육수 우려낸 살얼음이 녹으면서, 물노리의 양념과 삭- 섞이는데, 아, 물회가 초장 맛이 약해도 이렇게 새콤할 수 있구나.

한참을 먹으면 거기에 해초까지 식감과 시원함을 더한다. 어느 정도 먹었으면 소면 침투해서 샥샥 섞어주자. 이미 든든한 배에 육수 잘 스며든 국수 추가 적립한다.

그렇다. 물회에 취해 주꾸미숙회를 잊고 있었다. 마침 주꾸미는 다리는 숙회로 데쳐서 나오고, 머리는 삶아져 나온다. 마침 제철 오른 주꾸미 아닌가. 살이 통통하고 결이 탱탱하다.

주꾸미 다리 한 점을 쏙 집어서, 초장에 푹 찍어내서 한 입 먹으면, ‘을매나 맛있게요~?’ 바로 쫄깃쫄깃 봄 주꾸미 그대로다. 머리도 먹물 고소한 맛이 좋다.

안주가 좋아서일까, 테이블 위의 빈 병은 옆 테이블까지 침투하기 시작한다. 진정한 소주파는 술이 남고 안주가 남았을 때 둘 다 시킨다. 균형적으로 둘 다 넉넉해야 되기 때문이다.

안주 추가 대신에 소주파 중 1인의 활약으로 단골 서비스를 조금 받았다. 안주가 또 생기니, 한 병씩 또 시키고 반복이다. 이때부턴 주의해야 한다. 젓가락을 떨어뜨리는 순간, 취한 것으로 분류, 진상 취급을 받을 수 있다.

다음 날, 과한 음주의 부작용에도 해장을 생각하니, 또 물노리의 물회가 생각나는 게, 정말 큰일이 났다. 물노리의 물회, 평화로운 세계에 침투한 역대급 강력한 안주 빌런이 틀림없다.

여름이 오고 있듯이, 올해 여름에도 물회는 돌아온다. 물회 WILL RET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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