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넉넉한 인심이 돋보이는 중식정식!

맛집해천루

내 학창시절 때는 천원짜리 한 장이면 할 수 있는 것이 참 많았다. 컵에 담아 파는 떡볶이를 사먹으며 오락실도 갈 수 있었고, 좀 더 배부르게 먹고 싶을 땐 김*천국의 김밥 한 줄도 득템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김밥도 프리미엄이라는 명칭 아래 삼천원도 우습다. 오천원에 두 끼를 해결하던 대학가 식당도 자취를 감췄으며,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는 소주도 사천원이 되어 버렸다. 덩달아 우리의 지갑도 두꺼워지면 좋으련만 그럴 리는 없다.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안그래도 얇은 지갑이 더 위협당하고 있다. 이럴 땐 푸짐하면서도 여러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기는 것으로 셀프 위안을 할 때이다.


오늘 만날 음식도 그렇다. 흔한 백반정식이나, 돈까스정식이 아닌 색다른 친구다. 하남의 중심지 콜*럼버스 근처에 가면 ‘중식정식’을 만나볼 수 있다. 해천루에서.



덜도 말고 더도 말고 딱! 동네 중화요리집의 모습이다. 회전 테이블이 있는 고급 중식당도 물론 좋지만, 졸업식이나 이사 등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온가족이 먹던 그런 추억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 반갑다.


중식집에는 빨강색이 공식이다. 과하진 않지만 빨강의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우리가 가장 궁금해하는 음식가격이 써진 메뉴판도 빨강이다.



메뉴판을 채우고 있는 음식의 종류만 해도 80여 가지다. 세트나 특선요리까지 합치면 더 많아진다. 이 모든 레시피를 다 외우고 있는 주방장님이 경외로워 지는 순간이다.



수많은 음식이 있지만 우리가 집중해야 할 곳은 다름 아닌 이 곳이다. 해천루는 특이하게 요일에 맞춰 고추 잡채, 유산슬, 사천탕수육, 잡탕, 깐쇼새우 등의 ‘요일메뉴정식’을 6,000원에 선보이고 있다.

[단, 11:30 ~ 14:00 홀 손님에 한하며, 현재 리뉴얼 중으로 요일별 메뉴가 상이할 수 있다.]


오늘은 깐쇼새우정식을 주문하고, 중국집의 기본 소양인 짬뽕(5,500원)유산슬밥(11,000원), 탕수육(小 18,000원)까지 곁들여본다.


다른 중국집과 같이 단무지, 양파, 김치가 구색이다. 그런데 해천루는 김치가 발군이다. 대개 중국집에서는 김치의 맛만 보고 잘 먹지 않는 편인데, 겉절이처럼 김치가 맛이 좋다. 매장 중간에 놓인 셀프바에서 추가해서 먹었을 정도.



그리고 1인당 2개씩 군만두함께 준다. 간장에 고추가루를 더해 찍어먹으며 메인음식들을 기다려본다.



화끈한 불에 웍이 움직이는 소리와 맛있는 냄새가 매장을 채우니 맛에 기대감이 더욱 커진다. 기대감이 부풀어 오를 쯤, 정식이 나온다.


매일매일 짜장면과 볶음밥은 기본으로 나오고 깐쇼새우까지 함께하니 조합이 마음에 든다.



‘깐쇼’란 튀긴 주재료에 소스가 스며들 때까지 약한 불로 조리는 조리법을 일컫는다. 탱글탱글한 새우살을 튀겨낸 후 칠리소스와 당근을 함께 조려냈다.



바삭한 튀김이 새콤달콤한 칠리소스에 녹아들어 촉촉해지고 한입에 쏙 먹으면 탱글탱글한 새우의 식감이 느껴진다. 고급요리에 속하는 깐쇼새우를 점심에 적당량을 먹어볼 수 있어 반갑다.


잘 삶아진 면발에 짜장소스를 얹은 짜장면도 함께 한다. 볶음밥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소스양이 넉넉하다. 딱히 훌륭한 맛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맛도 아니다. 흔히 먹을 수 있는 익숙한 짜장면이지만, 깐쇼새우 더해지니 느낌은 훨씬 더 좋다.


당근과 달걀을 함께 고슬고슬하게 볶아낸 볶음밥으로 영양소의 발란스도 잡아준다. 볶음밥 채로 먹고, 짜장소스를 묻혀 먹고, 함께 주는 짬뽕 소스에 적셔 먹고 3가지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짜장면과 볶음밥이 리필까지 된다니 더 마음에 든다. 중국집에서 엄마의 인심을 느꼈다.


다음은 짬뽕이다. 짬뽕은 매운맛이 조절된다. 오징어, 홍합, 양배추와 갖가지 채소 등이 듬뿍 들어가 푸짐한 내용물에 매운맛에 따라 매운 고추의 양이 다르다.


채소와 해산물 기반으로 묵직하진 않지만 시원한 육수이다. 또, 고추로 매운맛을 조절하기 때문에 자극적인 매운맛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씁씁~ 소리를 내면서도 손은 멈추지 못하고 계속 당긴다.



녹차를 머금었나, 클로렐라를 머금었나 정답은 잘 모르지만 매콤한 국물 속에 녹색 면발도 탱글탱글하다. 국물이 적절히 베인 면발을 방송인 김준현에 빙의하여 면치기를 해보시길. 면발이 춤을 추듯 양쪽 볼을 쳐대며 목적지로 향한다.



유산슬은 중국집 요리의 맛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음식이다. 돼지고기와 오징어, 해삼 등의 해산물과 죽순과 버섯, 피망 등의 채소를 함께 볶아낸 유산슬은 고급 중화요리에 속한다.



유산슬은 깔끔하게 볶아내 담백한 맛을 내어 술안주로 사랑받지만 밥과 함께 하면 덮밥으로도 괜찮은 식사거리다. 고급진 향이 은은하게 입안을 감싸준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 중국집에 왔으니 탕수육 小를 추가해 본다. 해천루의 탕수육은 바삭한 튀김옷에 새콤한 탕수육소스가 1차로 뿌려지고 그 위에 2차로 달콤한 키위 등 같은 과일이 함께 올라간다.


진정한 매력은 바로 튀김이다. 다소 투박하게 보여 바삭바삭 거친 식감인 줄 예상했지만, 신묘하게 쫀득쫀득하다. 새콤달콤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좋아할 듯하다.


배부르게 먹은 자를 위해, 입안을 개운하게 해줄 후식이 준비되어 있다. 사장님이 직접 만든 식혜다.


생강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식혜를 먹으며 오늘의 식사를 복기해보니, 여러 메뉴를 먹어볼 수 있도록 한 배려, 넉넉한 인심, 그리고 맛깔난 김치 잠시 머물렀던 하숙집 아주머님이 생각나는 중국집이었다. 대학가로 가면 학생들이 두 팔 벌려 반기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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