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광주에서 맛보는 독특한 중국식 만두

맛집천천래

공업이 발달한 도시를 보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상주한다. 그럼 자연스레 그들을 위한, 그들에 의한 전문식당이 발달하게 된다. 그러나 광주는 평동공단, 하남공단 등 8개 공단이 있음에도 외국인 전문식당을 마주하는 것이 어려운게 현실이다.

최근 우후준순으로 양꼬치집이 생겨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좀 아쉽다. 요즘엔 양꼬치, 꿔바로우는 한국인에 의해 만들어 질 정도로 거의 반 한식에 가깝기 때문. 그렇다면 좀 더 그들의 현지느낌 나는 것은 광주에 없을까 궁금증이 든다.


카더라 통신을 풀가동했다. 그렇게 나의 레이더에 한 곳이 걸려들었다. 마트나 분식점에서 먹던 만두가 아닌 정통중국식 만두를 먹을 수 있는 곳이라한다.

정보에 따르면 광주에서 거의 유일(?)하게 중국식 만두를 만드는 곳이라 하기에 하남공단이 인접해있는 월곡동을 찾았다. 오늘은 ‘천천래’에서 그들만의 언어를 듣고, 그들의 음식을 탐닉하고 싶다.



꼬부랑 글씨의 간판을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서면, 직접 만두를 빚고 있는 주인 아주머니를 만날 수 있다. 마침 걸려온 전화에 중국어로 응대하는걸 보니 내심 잘 찾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화려하지도 않고 엄청 깔끔하지도 않지만 거북스럽스럽지 않고 오히려 정겹다.

바닥에 바로 앉아 메뉴판을 훑어본다. 메뉴판이 아마 해석이 되지 않았다면 주문도 못했을 지경이다. 해석이 되어도 감이 안오는 메뉴들이 대부분이지만 중국식 만두 중심으로 종류별로 시켜본다.

우리의 초이스는 삼선만두, 구운만두, 부추갑, 천층병 이렇게 4가지다. 색다른 만두를 멋을 수 있어서 좋고, 다 합쳐도 18,000원 밖에 되지 않은 저렴한 가격도 좋다. 아! 방긋이다.

중화요리집가면 단무지와 양파에 춘장조금 그리고 김치가 전부인 것처럼, ‘천천래’도 다르지 않다. 짠지인 짜샤이와 볶음땅콩, 매콤한 할라피뇨 장아찌 이게 전부다.

이내, 고소한 냄새가 퍼지면서 무언가를 지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처음으로 구운만두를 먹을 수 있겠구나 싶었지만, 처음 마주한 음식은 천층병이다. ‘천겹의 떡’이라는 요리인데, 반죽을 여러겹을 합쳐 지져낸 부침개와 같은 요리다.

천층병 한 장의 가격은 딱 2,000원이다. 부침개 한 장에 만원도 넘는 곳도 많은데 이정도면 가격 대비 훌륭하다.



어떤 맛일까 기대감이 든다. 감자전분을 넣었는지 맛은 감자전 맛이다. 전처럼 씹을 수록 터지는 기름도 어우러져 지는데 식감은 떡을 먹는 듯한 쫀득쫀득한 반죽이다.

색다른 음식이지만 맛은 언젠가 한번쯤은 먹어본 듯하게 친근한 맛이다. 거기에 페스츄리마냥 한겹한겹 찢어먹는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다.

다음은 삼선만두다. 순백의 아이처럼 흰 모습에 입에 침이 한가득 고인다. 삼선만두의 낱개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투박한 비주얼이지만 나름 단정하고 야무진 솜씨로 빚어낸 만두 같다.

만두 이름은 대부분 구운, 찐, 물 등 만두를 어떻게 조리했는지에 따라 이름이 붙여지는데, 삼선만두라.. 정체가 궁금하다.

삼선짬뽕을 접해봤으니 ‘삼선’이면 일반짬뽕보다 해물이 더 들어간 짬뽕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삼선은 본래 육, 해, 공 재료가 모두 들어간 음식을 칭하고, 삼선만두에는 돼지고기, 새우, 부추가 들어있다.


6,000원이라는 가격에 양도 푸지다. 삼선만두는 딱 한 입크기로 먹기에도 편하면서 수분이 풍부한 질감에 끝에 살짝 느껴지는 고기와 부추의 절묘한 조화를 느낄 수 있다. 약간의 향신료의 향미가 추가되었지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다.

만두 피는 살짝 두껍게 느껴지지만 밀가루 향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부드럽게 씹힌다. 적당한 찰기가 오히려 식감을 더욱 쫄깃하게 해준다. 이 만두피로 수제비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다음은 6,000원짜리 구운만두다. 구운만두는 우리가 생각한 비주얼과 다르다. 한국식(?)처럼 튀긴만두가 아니라 윗부분은 열기도 찌고, 바닥은 구운 진짜 구운 만두이다.


덕분에 찐만두의 쫄깃함과 구운 만두의 바삭함을 함께 누릴 수 있다.


군만두는 오동통하게 속을 채웠는데 한입 배어 물면 육즙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식 군만두를 먹는 방법도 색다르다.

군만두 끝을 살짝 뜯어 안에 있는 육즙을 먼저 후루룩~ 마신 다음에 만두소와 만두피를 함께 즐기는게 정석이란다.

고소한 기름과 채소따위는 가버려 소리 치듯 고기 일색의 거친 만두소, 그를 감싸주는 쫀득한 만두피가 어우러져 앙상블을 이룬다. 지금까지 먹어본 중에선 확실히 구운만두가 우월하다. 대표메뉴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다.


풍부한 육즙과 적당히 밴 간 덕분에 따로 소스를 찍어 먹지 않아도 충분하지만, 이 소스 자체도 발군이다. 다진 마늘이 들어간 간장은 은근한 단맛과 끌림이 있는 소스이다. 3종류의 만두를 먹는 내내 먹는 즐거움을 더해 준다.

마지막으로 맛본 메뉴는 부추갑이다. 우리네 왕만두처럼 큼직한 만두 6개를 군만두처럼 튀겨낸 비주얼인데 4,000원이다. 다소 충격적이다. 큼직한 만두를 2판 시켜도 만원이 되지 않아 가게경제에 평화를 가져다주는 만두다.

다른 만두는 6,000원인데 왜 더 저렴할까 싶었는데, 그 이유는 값이 나가는 고기가 전혀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부추와 달걀만 넣어 만두소를 채웠다. 부추갑이라 부르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부추가 ‘갑’처럼 많이 든건 분명하다.

양쪽 겉면을 기름에 튀겨 바삭한 만두피에 적당히 기름을 머금은 부추와 달걀이 조화를 이룬다.



세가지의 만두는 채우는 만두소도 다를뿐더러, 익혀내는 방법조차 다른 색다른 세가지의 중국식 만두를 맛보았다. 중국 특유의 향신료의 호불호가 있을 수는 있겠으나, 특색 있고 개성 강한 맛있는 만두를 먹어볼 수 있는 곳이다.


사장님 혼자서 운영하면서 만두피도 직접 만드는 진정한 수제 만두를 맛볼 수 있는 곳에 방문했다가 중식 식자재를 사는 특혜도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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