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그리운 노래와 함께하는 김치통닭

맛집까치통닭

전남대학교 후문 상권에 비해, 전남대 정문 상권은 유동인구도 적을뿐더러, 낙후된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이 상권에도 2000년대부터 명실상부하게 이어져온 곳이 있으니, 바로 전대 정문 통닭거리다.

이 통닭거리는 인근 주민들과 대학생들로 밤낮없이 붐비기 일쑤였다. 두세 곳의 유명한 통닭집이 문을 닫은 늦은 밤, 유일하게 조명이 켜진 통닭집에서 흘러나오는 김광석 노래가 발길을 잡았던 추억의 그곳, ‘까치통닭’을 2019년 10월, 다시 만났다.

옛 추억을 벗 삼아 가끔 찾는 통닭거리에서, ‘까치통닭’의 조명 불이 꺼진 게 몇 달. 장사를 완전히 접은 건지 궁금해 지인의 지인까지 동원, 수소문해 찾았다. 

‘까치통닭’이 드디어 홀 장사를 시작했다. 전대 정문 ‘대왕김밥’ 옆 건물 2층으로 터전을 옮겨 다시 홀과 배달을 함께 운영하기로 했단다. 그 반가운 소식을 듣고 ‘까치통닭’을 찾지 않을 수 없다.

상가 건물 2층에 자리해 간판을 찾기조차 어려운 위치지만, 오랜만에 보는 친구를 찾는 발걸음은 설레기만 하다.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변함없는 그 시절의 친구가 자리한다.

그렇다. 이곳이 바로 2000년대 초, 우리가 좋아했던 ‘까치통닭’이다.

故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사회 이슈를 논했던 그 분위기가 그대로 돌아왔다.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 감성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닌, 예부터 쌓아 온 진짜 세월의 분위기다.

진열대 한 편에 놓인 故 노무현 대통령 티셔츠와 신문들이,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작은 울림을 준다. 이 티셔츠는 어떤 단골손님의 선물이라고 하는데, 다시 오픈한 이곳이 반가운 이는 필자만이 아니었나 보다.

홀을 운영하기 위해서 메뉴는 이전보다 간소화됐다. ‘까치통닭’의 대표 메뉴였던 김치통닭은 남아있지만, 파닭, 목살바베큐 등이 기존 메뉴에서 빠졌다. 그 맛을 기억하기에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매장에서 다시 ‘까치통닭’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위로를 받는다.

이것이 바로 ‘까치통닭’의 시그니처 메뉴인 김치통닭이다. 잘게 썬 김치를 반죽에 넣고 버무려 같이 튀겨낸 것이다. 바삭한 통닭을 한 입 베어 먹으면 곧이어 김치의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그 맛이 감칠맛 날뿐더러, 통닭의 기름내를 잡아주기 때문에 물리지 않고 자꾸 손이 가는 원조 김치통닭이다.

그런 김치통닭을 그동안 배달로만 먹을 수 있었다. 습관처럼 김치통닭을 주문하려는데 사장님께서 오늘은 닭볶음탕 양념이 특히 잘 되었단다. 그럼 주방장(사장님)의 추천대로 닭볶음탕 주문이다.

자박한 국물에 자꾸 손이 갔던 닭볶음탕이다. 닭은 부위별로 먹기 좋게 잘라 조리했기 때문에 먹기 편하고, 사이사이 양념이 잘 스며들어 간이 고르다. 부드러운 닭고기는 물론 감자와 떡도 듬뿍 들었다.

양념에 고춧가루를 넣지 않아 다른 곳에 비해 색은 옅어도, 텁텁하지 않고 깊은 양념 맛이 특징이다. 닭볶음탕 전문점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다고 느꼈는데, 뒤이어 들어오신 가족 손님들도 닭볶음탕을 시키시더라. 

김치통닭이 닭볶음탕에 대표 메뉴 왕좌를 물려줘야 할 순간이 온 듯하다.

통닭에 맥주 한잔하려다 의외의 복병 닭볶음탕을 만나니 주종을 바꿔야 할 따름. 김광석, 이문세의 명곡들을 배경으로 닭볶음탕에 소주를 곁들이니 더할 나위 없는 분위기에 빠져드는 밤이다.

닭볶음탕이 입맛을 저격한 탓에, 그릇에 남아있는 양념마저 아쉽더라. 추가로 시킨 공깃밥을 양념에 넣고 슥슥 비빈다. 고슬고슬한 흰밥에 양념이 배어들어 가며 훌륭한 양념 비빔밥으로 재탄생한다. 맵지 않고 순하면서 자극적인 맛이라 아이들 먹기에도 좋겠다.

아직 완벽히 갖춰지진 않았지만 DJ 테이블에는 노트북과 스피커, 그리고 통기타가 세팅되어 있다. 마침 또한 오래간만에 들렀다는 단골손님들이 나와 서툰 기타 연주를 시작하자, 가게 안의 모두가 함께 노래를 부르는 낭만적인 음악의 밤이 열린다.

‘까치통닭 오늘의 가수 탄생 기념’, 프라이드 통닭 한 마리를 식당 손님들과 나누어 먹었다. 프라이드는 시장 통닭 느낌이 아닌 프랜차이즈의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튀김 옷은 바삭하고 맛은 더욱 담백하다. 

긴 세월 변하지 않는 ‘까치통닭’처럼 사장님의 음식 솜씨도 변하지 않았다.

함께했던 이들이 다시 모여 그때처럼 통닭에 술 한잔 기울이며, 그리운 떠나간 사람들과 세상에 남은 노래를 추억한다. 

그때의 그 기분을 다시 느낄 만남의 장소가 열렸다. 바뀐 위치에서도 그 분위기는 그리웠던 그대로다. 오랜 공백 속에서도 함께 했던 이들을 잊지 않고 돌아와 준 ‘까치통닭’이기에 더욱 반갑다.


※업체정보※

업체명: 까치통닭

업체주소: 광주 북구 자미로 55 2층 (신안동)

예약/문의: 062-528-4957

영업시간: 매일 13:00~02:00


※대표메뉴※

김치통닭 한마리: 17,000원 / 大: 20,000원

프라이드 통닭: 17,000원

닭볶음탕: 23,000원

골뱅이무침: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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