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문흥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맛집족발집배원

밤이 깊어질수록 배고픔도 깊어진다. 허기짐을 채워야 푹 잘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기분... 그래서 우리나라엔 삼시 세끼 말고 한 끼가 더 있다. ‘야.식.’

치킨, 라면, 피자 등 춘추전국 시대처럼 피 튀기는 야식 세계이지만, 1선발은 단연코 족발이라 하겠다.

살코기는 부드럽고 포슬포슬한데, 그런 살코기를 수줍게 감싼 껍질은 쫀득하기까지 하다. 이런 매력이 있는 족발을 오늘은 배달 말고 직접 가서 먹어보자.

가끔 족발이 생각나면 들러 포장하던 ‘성수동왕족발’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최근에 확장 이전을 했단다. 이전 점포와 그렇게 멀지 않은, 문흥지구 일신아파트 건너편에 크게 자리했다.

홀은 밝은 조명이 비춰주며 넓고 시원시원한 느낌이다. 측면엔 단체를 위한 룸 아닌 룸이 갖춰져 있다. 독특한 인테리어가 인상 깊다.

요즘은 개방형 주방이 대세로 자리 잡았는지, 족발집배원도 개방형으로 인테리어와 신뢰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네 끼째이다 보니, 양심은 있어서 족발小(29,000원)로 주문한다.

기본 상차림으로 나오는 순대와 순두부찌개다. ‘성수동왕족발’ 시절에도 찰순대가 단품 메뉴로 잘 팔렸을 정도로 인기 메뉴다. 맛의 비밀 간단하다. '수제' 순대다.

개운한 목 넘김을 도와줄 순두부찌개는 순두부가 통으로 들어갔다. 파, 고추 송송 썰어 넣어 얼큰한 향이 올라온다. 추가 시 비용이 있으니, 식사 마지막까지 물을 적당히 넣어가며 아껴 먹도록 하자.

순대도 막 삶은 것처럼 탱글탱글하다. 초장, 소금, 쌈장 세 가지의 소스 중 역시 입맛 따라 초장이 제일이다. 공복에 순대가 들어가니, 속이 놀랄까 순두부찌개도 한 수저씩 호로록 먹는다.

족발에 막국수가 빠질 수 없다. 족발집배원만의 막국수 양념 소스에 땅콩 가루를 솔솔 뿌려내었다. 휙휙 비벼 입에 담으면 새콤한 소스와 아삭한 채소에 탱탱, 쫄깃한 면이 어우러져 입맛을 살린다.

족발이 곧 나올 모양인지, 직원분이 오셔서 테이블 위 화로 안의 미니 양초들에 불을 붙여주신다. 족발에 딱 맞는 따뜻한 온도로 끝까지 먹을 수 있게끔 한 조그만 배려다.

드디어 야식 계의 끝판왕 족발이 등장한다. 매일매일 30여 가지 재료를 넣고 삶았다. 얼마나 푹~ 삶았는지, 살코기는 육즙을 머금고, 껍질은 영롱한 갈색빛을 뽐낸다. 小 사이즈에도 많은 양을 자랑한다.

족발이 훌륭하니 어떤 조합으로 먹어도 꿀맛이다. 게다가 튀긴 고기가 아니라 살도 안 찐다! 야식이란 자고로 온종일 고생한 나에게 주는 피로회복제인 것이다.

촉촉하고 쫀득한 족발이 있고, 거기에 소맥이 술술 넘어가니, 오늘 하루의 스트레스는 저 멀리 날아간다. 족발의 따뜻함이 위로하는 늦은 밤이다.

‘성수동왕족발’이 ‘족발집배원’이라는 이름으로 이름을 바꾼 사연은 이렇다. 10평도 안 되는 작은 모퉁이 가게에서 무려 7년의 세월 동안 자리를 지켰다. 동네 곳곳 이곳의 족발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포장, 배달만으로도 장사 잘되는 가게였지만, 특성상 손님들과의 대화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사장님이 가장 열망했던 부분이, 바로 ‘소통’이었다.

그래서 식사공간을 갖춘 ‘족발집배원’으로 변했다. 사장님의 바람대로 연인끼리, 친구끼리, 혹은 가족끼리. 족발이 데워지는 가장 따뜻한 시간으로 식당이 채워진다.

‘족발집배원’에서는 족발과 함께한 순간의 온기를 담아 엽서를 보낼 수 있다. 점점 모바일화되는 요즘, 정말 오랜만에, 하루쯤은 진심 어린 손편지를 띄워보자. 빨간 우체통이 자리한‘족발집배원’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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