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갈매기를 구워주는 남자

맛집갈구남

검은색 평일로 빼곡한 달력을 보니 우중충하다. 이런 기분에는 역시 친구들 모여 한 잔 털어줘야 하는 법. 친구랑 약속은 일단 잡았는데, 메뉴가 고민이다.

불금 기분도 낼 겸, 소고기 급으로 먹고 싶으나 지갑이 좀 힘들다. 삼겹살은 물렸는데, 또 육식은 하고 싶다. 그런 분들께 안성맞춤인 돼지고기 부위가 있으니, 바로 ‘갈매기살’이다. 소갈비와 비슷한 식감을 지녔으면서 부드럽기도 부드러운 최상의 부위 말이다.

옛적 자주 찾던 특수부위 집이 있었는데, 장사가 잘 되더니 고기 질이 영 예전만 못해졌다. 장사가 잘 되는데 고기의 질은 왜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가.

그래서 변함없이 고기 맛 유지하는 이곳을 찾았다. 일찍이 화정동에서 갈매기 맛 인정받고, 첨단으로 이전하면서도 변함없는 고기 맛을 선보인다. 거기에 구워주기까지 하는 곳, ‘갈구남’(갈매기를 구워주는 남자)이다.

건물 뒤편에 주차장과 주차타워를 겸비해, 그 주차 어려운 첨단에서 단비와도 같은 곳이다. 자리 잡고 앉아 둘러보니 가족 단위부터 친구 모임, 회사 회식 등 손님 구성도 다양하다.

갈구남의 메뉴판은 조그마한 종이 따위가 아니다. 갈매기를 구워주는 남자의 배려심이 폭발한다. 통유리의 벽면에 대문짝만 하게 메뉴를 붙여놓았다. 갈구남, 배려심과 함께 박력까지 겸비했다.

갈매기+껍데기가 함께 나오는 2인 세트가 나온다. 갈매기의 결이 곱고, 마블링 상태가 훌륭하다. 선 분홍빛을 띠는 육질이 마치 소 갈빗살인가 싶다.

밑반찬들로 차려지는 한 상이 꽉꽉 찬다. 고기에 곁들어 먹으면 맛의 궁합이 좋은 엄선된 반찬들이다.

여타 고깃집에서 보지 못했던 소스들의 등장이다. 왼쪽은 타르타르소스, 오른쪽은 흔히 ‘핑크 소금’이라 불리는 히말라야 소금이다. 갈매기 & 껍데기와 어떤 조합을 보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갈구남의 박력은 고기를 굽는 섬세함으로 변한다. 한 번에 먹기 좋을 만큼씩만 올려 노련하게 슥슥 뒤집어 주시고, 껍데기 굽는 것마저 퍼펙트한 남자다.

갈구남의 메인 소스인 간장 소스이다. 마성의 비법 ‘단짠단짠’이 완벽한 맛에, 송송 썰어 넣은 양파와 고추까지 향을 더한다. 상추쌈 파도 이 간장소스라면 상추쌈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곁들이 소스와 반찬이 다양해, 다양한 시도로 먹어본다. 먼저 갈매기와 히말라야 소금 조합이다. 촉촉한 육즙에 짭짤한 맛이 감칠맛을 더한다. 히말라야 소금 특유의 미묘한 단맛도 미세하게 느낄 수 있다.

고소한 갈매기가 타르타르소스의 부드러움과 상큼함을 입었다. 갈매기살의 육즙과 소스의 섞임은 육즙의 풍미를 더한다.

백김치에 갈매기살 곱게 싸서, 쌈장 콕 찍어 먹으면, 이것도 꿀조합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오늘만큼은 상추 파도 상추를 내려놓도록 하자.

이제 껍데기 타임이다. 역시 껍데기는 겉면이 노릇노릇할 때까지 구워줘야 겉은 바삭, 속은 쫄깃한 최대의 상태가 된다. 갈구남은 센스 있게 딱 이 상태까지 구워준다는 말씀.

껍데기의 쫄깃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잡내 하나 없이 완벽하게 쫀득한 식감을 선사하니, 갈구남에서 껍데기를 안 먹어보고 나왔다면 ‘그 핑계로 또 가라, 그뤠잇~!’

조합 구상은 자꾸 발전한다. 두 부위를 같이 먹어보면 어떨까. 쫄깃한 갈매기살에 더 쫄깃한 껍데기를 함께 먹어본다. 쫄깃함과 고소함, 육즙의 콜라보. 단연코, 오늘의 최고 조합으로 인정한다.

식사를 완료하니, 후식 타임이다. 갈구남에 냉면은 없지만 갈구남만의 특별한 라면들이 있다.‘된장라면’과 ‘쭈꾸미해물라면’인데, 된장라면으로 주문한다. 구수하지만 칼칼한 비주얼이다.

된장라면은 갈매기&껍데기 세트 식사 후 완벽한 선택이었다. 갈매기와 껍데기가 남긴 기분 좋은고소한 입맛을 얼큰한 매운맛으로 덮기는 다소 아쉽다. 살짝 칼칼하면서 구수한 된장국물 맛으로 입가심을 하니 그 고소함 자극적이지 않게 잡았다.

불금 저녁 모임엔 소고기급 갈매기살을 먹으러 가보자. 변함없는 질 좋은 고기를, 변함없이 구워주는 남자가 맞이하는 ‘갈구남’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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