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양념 맛에 쏙 반했닭, 닭볶음탕

맛집골목식당

음식은 하나인데, 이름은 여러 개~ 어릴 적 동요가 떠오를 정도로 이름이 여럿인 요리라면, 단연 이것이 아닐까. 바로 닭볶음탕 말이다.

닭볶음탕의 이름에는 사연이 깊다. 이전에는 ‘닭도리탕’으로 불렸는데, 국립국어원에서 ‘도리’ (とり)가 새를 의미하는 일본어라는 이유로 순화된 ‘닭볶음탕’의 사용을 권장하게 된다. 실제로 닭을 볶지 않는 조리법인데 볶음탕이라니? 의아하지만 순화하여 사용하던 와중, ‘닭도리탕’의 ‘도리’가 ‘도려내다’에서 나온 우리말이라는 의견이 등장하며, 국립국어원은 뭇매를 맞게 된다. 거기에 실제 조리법에 따라 닭매운찜으로 불리기도 하니, 이름 하나에 혼란하다, 혼란해.

국립국어원에서 ‘닭도리탕’과 ‘닭볶음탕’을 모두 표준어로 인정했다는 ‘카더라’가 있던데, 근거 자료는 당최 찾을 수가 없다. 국립국어원 사이트에 들어가니, “'닭도리탕'의 순화어는 '닭볶음탕'입니다.”라고 나오는 게 전부다.

이름은 변하고 변해도, 닭볶음탕의 인기는 변하지 않는다. 매콤한 양념 밴 촉촉한 닭 살코기에, 부드럽게 으깨지는 감자, 매콤한 양념을 흰쌀밥에 슥슥 비벼서 먹는 그 맛, 닭볶음탕이 변함없이 인기 반찬으로 사랑받는 이유이다.

그런 닭볶음탕 맛보러 간 곳, 충장로 ‘골목식당’이다. 콜박스 사거리에서 조금 걸어 들어가다 보면 조그마한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다.

진짜 골목 안쪽에 있어, 골목식당인가보다. 충장로에서 맛있는 백반집으로 유명한 이곳은 점심시간 이후에 문을 연다. 그 말인즉 식사하며 반주를 걸치기에 좋은 곳이란 얘기다. 오후 1시부터 새벽 2시까지 영업하니, 야식 당길 때, 반주하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조그맣게 자리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소박한 내부가 자리하고 있다. 한 곳에서 오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래된 백반집인데, 입소문을 타서 젊은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

메뉴판에서 ‘닭도리탕’이라는 반가운 이름을 만날 수 있다. 주문할 땐 당당하게 ‘닭도리탕’으로 주문한다. 오늘은 닭볶음탕 말고, 그리운 그 이름, 닭도리탕으로 불러보자.

식사 주문 후 반찬 4종 세트가 나온다. 어묵볶음/ 감자채볶음/ 콩나물무침/ 미역줄기무침이다. 공복도 공복인데, 반찬의 맛이 좋아 본격적인 식사 전인데도 그릇을 4번을 비운다. 자꾸 이모님 부르기도 민망해지니 주방으로 직접 진격하다 한 소리 듣는다. 친절하고 재치 넘치는 이모님들이 있어, 식사 자리가 더욱 정겹다.


북엇국이 1인 1그릇씩 내어지는데, 국물 맛이 깊다. 북어도 큼직하게 잘 들어가 있고, 포슬포슬 계란도 잘 풀어져 있다. 뜨듯한 북엇국에 추위가 쑥 내려간다.


반찬 5번, 북엇국 3번 정도 리필해서 먹고 있으면 메인 메뉴가 나온다. 메뉴에 있는 이름 그대로, 닭도리탕이다. 보통의 닭도리탕 국물은 연한데 비해, 골목식당의 국물은 빨갛고 진하다. 거기에 닭 가슴살 부위조차 퍽퍽하지 않고 부드럽고 촉촉하다.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져 나오기 때문에 살짝만 발라내도 쉽게 먹을 수 있다. 양념은 단맛이 도는 매콤한 맛이라, 자연스레 밥도둑이 된다. 꼬들꼬들한 흰쌀밥도 취향에 딱 맞는다. 밥에 감칠맛 나는 양념 슥슥 비벼 먹으면 ‘아, 진짜 맛있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일부러 맵게 만들려 자극적인 맛이 나는 프랜차이즈의 닭도리탕과는 확연히 다르다. 새빨간 양념에 온갖 비법 꽉 찬 맛이다. 이 맛 때문일까, 밥집인데도 테이블마다 소주, 맥주 병이 한두개씩 있다. 반주를 부르는 마성의 닭도리탕이다.

골목식당에서는 남은 양념으로 밥을 볶아 준다. 맛있다고 해서 양념을 계속 떠먹다 보면 밥을 볶을 양념이 부족할 수 있으니, 조절 잘해가며 먹기를 바란다. ‘양념 다 먹고 이걸 어떻게 볶아달라 하냐’는 꾸중을 들으며, 공기 한 개 겨우 볶게 되는 불상사를 바라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렇게 겨우 한 공기가볶아진 볶음밥은 한 알 한 알 양념으로 코팅되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위에 올라간 계란 프라이는 완숙이라서, 꼬들꼬들 고소한 볶음밥의 식감을 해치지 않아 좋다.

그렇게 상 위의 모든 접시들을 비운 후에야, 식사는 끝이 난다. ‘닭도리탕’, ‘닭볶음탕’, ‘닭매운찜’ 이름도 많은 닭도리탕의 자아 찾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우리 식탁에 가장 훌륭한 밥반찬이라는 사실은 분명할 것이다. 그것도 감칠맛 확연한 골목식당의 닭도리탕이라면 더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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