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알로하! 가볍게 하와이 한 그릇.

맛집하와이안보울

추석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역대 최장 10일 연휴였다지만 지나고 보니 순간 삭제다. 남들은 긴 연휴를 맞아 일본이고 동남아고 해외여행도 잘만 다녀오던데, 그마저도 못 갔다. 친구들의 프사가 관광지 사진으로 바뀌어져 있는 걸 보니 뭔가 우울하다. 거기에 청바지 버클이 어쩐지 힘겨워 보이는 나의 허리까지 발견했을 땐, 정말 오마이갓.

월요병보다 무섭다는 연휴병에 걸린 당신에게 하와이 감성 폴폴 넘치는 ‘하와이안보울’을 한 그릇 권해본다.

‘하와이안보울’은 아시아문화전당 하늘마당에서 도보 5분 거리의 조그마한 로컬푸드 식당이다. 자칫 지나칠 수 있으니 장동교차로에서 잠시 멈춰 알록달록한 간판을 찾아보자.

유명 배우의 멘트가 자연스럽게 재생되는 식당 외관 문구는 ‘하와이안보울’의 서비스를 그대로 함축했다. 매장 내 식사뿐만 아니라 테이크아웃, 배달까지 가능하니, 슈어와이낫?

하늘마당에 가기 전 테이크아웃 도시락의 필수 코스라는 ‘하와이안보울’. 좋은 날, 돗자리를 깔고 앉아 즐기는 피크닉은 얼마나 근사하고 여유로울지.

비가 오는 탓에 실내에서 식사하려 들어가는 순간, 실망도 잠시다. 눈 앞에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게 로고가 박힌 서핑보드를 만날 수 있다. 내부는 좁지만 아기자기하고 센스있는 소품들이 배치되어 있어 나름의 힙한 느낌을 자아낸다. 실제 하와이 것인지 EBS 채널인지 모를 영어 라디오 방송 덕에 외국의 식당에 앉아있는 기분도 든다. 낮 시간이라 조금은 희미하지만 빔프로젝터를 통한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테이블 위의 작은 책자는 자연스레 메뉴판이 된다. 생소한 음식에 대한 간단한 메뉴 설명과 가격정보까지 알차다. 또한, 국 종류는 별도 판매라고 명시하고 있다.

메뉴는 크게 포케 보울/ 샐러드 보울/ 무스비&컵누들/ 콘(옥수수) 네 가지이다. 아직 12시인데 샐러드 종류가 다 나갔다고 한다. 핫하다고 하더니 이 정도일 줄이야. 갈릭버터쉬림프(7,900원), 무스비&누들세트(7,400원), 그릴버터콘(3,900원)에 파마산치즈추가(500원). 샐러드 재료 품절로 나머지를 각각 주문해본다.

연휴 내 무거워진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라는 뜻일까. 다른 소규모 테이크아웃점이 그러하듯 모두 셀프다. 셀프 주문 & 선결제가 이루어지며, 식사 후 클리닝도 셀프다. 이 점 꼭 주의!

하와이안 로컬푸드인 포케보울은 밥 위에 여러 재료를 얹어 나오는 일종의 도시락이다. 하와이는 인종구성이 다양한데, 그 중 아시아인이 4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지 도시락 문화가 굉장히 발달되어 있다. 최근 포케보울이 미국 외식업계를 강타하고 여기 동명동에도 착륙했다는 재미있는 사실도 한 숟가락 담는다.

맛은 몇 달 전 엄청난 유행을 몰고 왔던 하와이식 쉬림프 박스에서 아보카도와 해조류, 야채 등으로 건강함을 더한 맛이랄까. 한 숟갈 듬뿍 퍼서 입장시키면, 처음의 생소한 향취가 곧 특유의 청량함으로 바뀌어 입 안에서 파도타기를 벌인다. 바로 와이키키 해변의 맛이다.

간은 다소 약하니, ‘고추장 안 뿌려주나?’ 하는 사람이라면 양념이 되어있는 데리야끼나 매콤한 참치회 포케보울에 도전해보는 걸 추천한다. 팁으로 케이스를 접으면 손잡이가 만들어지는 사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것 또한 무스비. 생김새도 우리네 주먹밥처럼,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 맛이다. (바로 그 스X김밥의 맛) 무스비를 일본 음식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살짝 다르다. 2차대전 전후 일본인들이 하와이에 건너가 초밥을 전파하였는데, 이후 하와이에서 어업이 금지되면서 생선대신 통조림햄을 넣어서 판 것이 바로 이 무스비가 되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원조 논란에 역사지식도 한 숟가락 또 담는다.

컵누들 일명 컵라면. 일본에서 바다 건너 온 제품이다. 다양한 일본 컵누들이 있어 취향껏 고르면 된다. 진한 육수와 혜자스런 크기의 건더기가 자꾸만 젓가락을 끌어당긴다. 새우X면과 꼬X면의 중간쯤 되는 맛. 익숙한 듯 하지만 또 새로운 맛이다. 혹시, 일본여행을 가게 되면 쇼핑위시리스트 1순위로 올려본다.

마지막은 파마산치즈를 끼얹은 그릴버터콘이다. 사진처럼 나이프로 잘라먹을 수도 있고 통째로 먹을 수도 있다. 큼지막한 옥수수를 그릴에 구워 불향과 고소함이 폭발한다. 거기에 치즈가루가 듬뿍 올라가 짭쪼름한 풍미도 살렸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치즈 추가 없이 순정을 추천한다. 치즈가루가 테이블 위를 날고 튀는 모습을 바라지 않는다면 말이지.

포케보울과 짝꿍인 하와이안썬으로, 기내식으로도 사용될 만큼 대중적인 음료라고 한다. 주문한 그린티 리치 & 구아바 넥타는 열대과일의 맛을 당도가 높지 않게 담아내어 단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입맛에도 잘 맞았다. 탄산을 한껏 머금은 것 같은 외모와 다르게 꽤 부드럽다. 마지막까지, ‘과하지 않아서 좋다.’라는 느낌이다.

‘하와이안보울’에서는 테이크아웃, 배달앱을 통한 주문이 가능하니 참고하도록 하자. 직장인들을 위한 점심도, 다이어터를 위한 건강한 한 끼도, 소풍 도시락도 만사 오케이다.

연휴 간 풀어진 나에게 신선한 하와이식 한 그릇을 대접해보자. 하와이 느낌이 물씬 나는 실내에서도 좋고, 하늘마당에서의 여유로운 피크닉도 좋다. ‘하와이안보울’의 로컬푸드라면 건강도 이국적인 느낌도 한 번에 잡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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