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매콤한 오리주물럭과 한방 오리백숙

맛집무진보


삼계탕, 추어탕 등과 함께, 인기 보양식으로 꼽히는 오리고기. 닭고기는 제값을 주고 사 먹고 오리고기는 옆 사람 것을 빼앗아 먹으라는 말이 있듯, 그 맛은 물론 영양분까지 풍부하다.

보양식으로 제격인 오리고기는 오리훈제나 생오리구이로 즐기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백숙이나 주물럭도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사실 백숙하면 닭, 주물럭하면 돼지고기가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만, 오리로 만든 백숙과 주물럭도 일품이다.


폭염 특보를 알리는 재난문자를 받고 찾은 곳은 오리요리名家 '무진보'다. 이곳에 가면 맛있는 보양식 오리주물럭과 오리백숙을 만날 수 있다.

무진보는 광주 문화예술의 중심지인 충장로 예술의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혹여나 찾기 어렵다면 고*조삼계탕 바로 옆 집이다.

더위에 얼굴 위로 송글송글 맺힌 땀을 훔치며 매장안으로 들어서니 빵빵하게 켜진 에어컨의 시원함이 먼저 반긴다.

널찍한 자리에 앉아 매장의 곳곳을 살펴보니 고즈넉한 한옥이나 전통찻집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나무, 항아리, 조명 등을 지나쳐 우리의 시선이 고정된 곳은 바로 메뉴판. 생오리구이, 훈제구이를 비롯해 오리로 만든 주물럭과 백숙, 불고기, 전골에 떡갈비까지 다양한 오리요리를 제공한다. '오리고기名家'라는 타이틀을 괜히 달지 않았다.

또한, 가볍게 식사를 즐기는 손님을 위해 오리탕, 오리쌈밥 등 다양한 점심 메뉴도 선보이고 있다.

지인들과 함께 보양 모임을 위해 오리주물럭(1마리 38,000원)과 한방약오리백숙(1마리 55,000원)을 주문하면 속속 밑반찬들이 자리한다.

레몬소스에 곁들여내 입맛이 돌게하는 오리훈제 등과 배추김치, 몇몇의 밑반찬에 쌈채소까지 한번에 구성된 한상이다. 보는 것처럼 맛도 참 정갈하다.


정갈한 손맛에 감탄하기 이르다. 독특한 불판에 담긴 오리주물럭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네 구역으로 나눠진 불판의 정중앙엔 맛깔스러운 비주얼의 빨간 오리주물럭이 있고 치즈, 스위트콘, 달걀이 오리주물럭을 둘러싸고 있다.

오리주물럭은 주방에서 먼저 익혀서 나오기 때문에 치즈와 달걀만 약한 불에 익혀내면 된다. 치즈가 부드럽게 녹고, 달걀이 몽글몽글 익었다면 본격적으로 오리주물럭을 즐겨도 된다.

그동안 오리주물럭은 지글지글 소리를 낸다. 이처럼 한 번 더 데워주니 마지막 한점까지 따뜻한 온기를 머금고 있을 수 있는 불판이다.


치즈와 달걀도 적당히 익었다면, 잘 익은 오리주물럭을 맛보자. 냉동하지 않은 생오리의 쫄깃한 식감과 매콤한 양념이 만나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매운맛을 인위적으로 내지 않은 매콤한 양념에 살짝 감도는 과일의 은은한 달콤함이 더해져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어준다. 여기에 미나리도 하나 얹는다면 향긋한 풍미까지 맛볼 수 있다.

그냥 먹고, 미나리와 함께 먹는 방법 외에도 다양한 맛의 조화를 선사해준다. 깻잎 위에 주물럭, 마늘 한점, 쌈장 조금 얹어 쌈을 싸거나, 매운맛을 달래며 고소한 맛을 더해주는 치즈에 찍어 먹거나 취향에 따라 여러 맛을 느낄 수 있다.

또, 중간중간 먹는 달걀찜이나 스위트콘은 매운맛도 잡아줄 뿐 아니라 물리지 않게 해주어 오리주물럭을 먹으면서도 다시금 생각나게 하기에 충분하다.

쉼 없이 젓가락에 금새 오리주물럭이 동이 났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우람한 자태를 뽐내는 오리백숙(조리시간 1시간 이상 예약필수)이 남았다.

오리백숙이 든 커다란 사기 그릇은 오롯이 큼지막한 오리 한 마리와 육수로만 한가득 채웠다. 거무스름한 육수는 한 눈에도 다양한 약재가 들어있음을 알 수가 있는데, 가시오가피, 황기, 엄나무, 당귀 등 다양한 한방약재가 들어간 보약 육수이다.

육수에서 1시간 이상 푹 삶아낸 오리백숙은 부드럽게 결대로 잘 뜯긴다. 슬쩍슬쩍 보이는 넓적다리의 살만 봐도 오리의 크기를 어느 정도 가늠했지만, 실제로 보니 다리 크기가 어마무시하다.

다리를 통째로 들고 뜯어보자. 닭에 비해 질기거나 뻣뻣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쫄깃하다. 한방 육수에 오랜 시간 삶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 부드럽기까지 하다.

쫄깃하고 부드러운 육질보다 더 대단한 것이 바로 이 육수다. 한방약재가 들어갔기 때문에 '몸에 좋은 약재는 쓰다'라는 선입관과 달리 고소한 맛을 낸다. 그리고 진국이다.


국물을 연거푸 먹다 보면 마치 해장국이라도 먹은 것 처럼 속이 풀리는 느낌을 준다. 음주로 지친 간을 해독하기에도 충분하다 못해 소주 한잔이 절도 생각나게 한다.

한방 오리백숙을 모두 뜯고 씹고 맛봐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국물이 텁텁해지지 않도록 백숙과 따로 조리해놓은 죽이 마지막이다.백미와 흑미, 그리고 녹두를 넣은 하나만으로 원기회복이 되는 느낌이다.


오리고기는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열을 내리고 원기를 보강해주기 때문에 보양식으로 특효다. 그런데 중독성 있는 맛까지 준다면 금상첨화다. 올여름 무더위를 슬기롭게 잘 이겨내고 싶은가? 그렇다면,맛있는 오리를 먹자.

TIP. AI가 유행하는 시기라 하더라도 닭과 오리고기를 섭취하는 것은 문제없다. 설령 생닭이나 생오리가 AI바이러스에 감여돼 있더라도 치킨, 삼계탕 등 조리해 먹으면 안전하다. AI바이러스는 70도에서 5분가량 가열하면 모두 사멸되니, 안심하고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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