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피로회복과 해독에 좋은 오리탕

맛집남구식당

전라도 곳곳에는 매화꽃이 만발하면서 봄이 오는 것을 알린다. 이 순간을 놓치면 1년을 더 기다려야하기에 커플들과 가족들은 삼삼오오 핸드폰을 꺼내들고 봄의 정취를 사진으로 남기는 중이다.

이처럼 사랑이 샘솟고 만물이 잉태하는 봄의 시작이지만, 봄 불청객인 ‘황사’‘춘곤증’ 때문에 나들이가 마냥 달갑지 않는 나들이객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 음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리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칼로리로 낮고 몸에 좋은 육류이며 복날에도 즐겨 찾는 보양식이라고 익히 알려졌는데, 중금속배출과 피로회복에도 효과가 있다니 오리고기를 다시금 리스펙하며 식당을 찾아 나선다.

오늘 우리의 행선지는 광주대학교에서 노대동 가는 중간에 위치한 남구식당. 남구보신탕이라는 간판 때문에 흠칫 놀라는 사람도 종종 있으나, 오리요리도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이다.

15대 가량 주차가능 한 자체 주차장을 지나 식당 입구에 당도하면, 밖에서도 식사할 수 있는 평상을 기준으로 왼쪽엔 단체석, 오른쪽에는 여러 손님과 한데 어울리는 공간으로 나뉜다.

툇마루에 열 맞춰 나열 된 신발들이 이집의 명성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삐그덕 거리는 여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봄의 기운처럼 활기차다. 이른점심부터 식사를 하는 아버님들, 봄이 와서 좋은지 깔깔 거리는 어머님들, 그런 손님들을 챙기느라 분주한 직원까지.

그리고 테이블에는 켜켜히 펼쳐놓은 위생비닐과 그릇들은 앞으로 몇이나 더 올지 모르는 손님들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느 시야에서도 볼 수 있을 듯한 큼직막한 메뉴판에는 남구식당의 모든걸 안내해주고 있다. 보신 메뉴이 주메뉴이지만, 오리탕(1인 12,000원)과 오리전골, 오리주물럭 등 오리메뉴도 절반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오리훈제는 판매하지 않는 중이다.]


어떠한 메뉴를 주문하더라도 이처럼 정갈한 밑반찬이 함께 한다. 철에 따라 때때로 반찬 종류는 바뀌겠지만 정성은 그대로일 것이다.

이 중 압권은 콩나물무침. 일반적인 콩나물무침이지만 묘하게 이끌림이 있다. 콩나물무침은 맨밥에 먹어도 좋고, 오리탕에 넣어도 좋으니 리필이 불가피하다.

“맛나게 먹어요잉~” 정감 있는 인사와 함께 오리탕이 나온다.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걸쭉한 국물 위에 부추, 파, 깻잎이 송송 올려져 맛깔스러워 보인다.


남구식당의 오리탕은 3가지의 특징이 있다. 먼저 첫번째, 전골식으로 각자의 그릇에 떠 먹지 않아도 되는 뚝배기라 좀 더 위생적인 점이다.

두번째는 고사리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미나리나 깻잎을 사용하는 오리탕전문점을 가면 미나리 특유의 향이 더해져 오리탕의 풍미가 높아진다. 그러나 오리탕 본연의 맛은 돋보이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이 곳은 고사리를 사용했기에 들깻가루와 된장 베이스의 구수하면서 깊은 맛의 국물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또한 고사리를 씹는 즐거움까지 선사해 준다.


마지막 특징은 바로 오기고기의 함량이다. 오리를 뼈와 살코기를 함께 끓여내는게 대부분의 방법이라면, 이 집은 뼈와 살코기는 완벽히 분리했다는 점이다.

뼈는 국물에 사용하고 탕에는 살코기만 들어 있어 살을 발라먹어야하는 불편 함이 없다. 마치 오리훈제를 오리탕국물에 푹 익혀 먹는 느낌. 초장과 들깻가루를 더한 특제소스가 맛을 더해준다. 여기에 푸짐한 살코기의 양은 덤이다.

샤브샤브 마냥 오리고기와 고사리를 양껏 건져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본다. 한 공기를 한번에 말고 너무 되직해질 수 있으니, 4분의 1정도를 말고 후루룩~ 다 먹으면 또 동량을 말아서 한그릇을 모두 클리어했다.

뚝배기를 들고 마시는 나를 흐뭇하게 쳐다보시던 직원분께서 후식으로 매실차를 살포시 건내준다.


최근, AI 여파에 닭과 오리 같은 가금류를 망설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80도 이상의 고온에서 익히면 인체에 무해하다하니 안심하고 먹으라. 생생캐스터의 생체실험도 무탈하게 통과했으니 말이다.

한 여름 매마른 가뭄처럼 건조해질대로 건조해진 나의 피부와 목에 꿀을 발라주는 듯한 오리탕이었다. 주말마다 이어질 연이을 꽃구경에 오리탕 한그릇 어떤가. 황사와 춘곤증을 물리쳐 줄 예방접종 같은 존재일 것이다.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