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돌판 위에서 지글지글~ 제육쌈밥

맛집참뫼

우리나라 특유의 식문화는 비벼먹‘고’, 말아 먹‘고’, 싸먹‘고’ 쓰리고라 칭할 수 있다. 그 중 쌈은 전세계에 굽거나 튀긴 재료를 싸먹는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데, 우리는 신선한 채소와 함께 즉석에서 싸먹는다.

쌈재료가 풍성하고 더위에 입맛이 없을 때 찾는 음식이였기에 ‘여름’ 음식으로 칭해졌으나, 요즘은 사시사철 신선한 채소를 공급받는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라 일 년 내내 쌈을 파는 쌈밥집도 많다.

여러 쌈밥집 중 레이더망에 포착 된 쌈밥집은 바로 ‘참뫼’다. 오늘 방문한 참뫼는 맛깔스러운 쌈밥을 즐길 수 있는 곳인데, 예술의 거리에 위치한 숨은맛집이라는 평이 자자하다.

어떤이의 평가처럼, 도로변에 그럴싸한 간판도 없어 알고 있지 않으면 단 번에 찾기란 결코 쉽진 않다.(고*조삼계탕 건너편 골목) 그러나 식당 입구를 찾았을 때의 희열은 남다르다.

골목 안쪽으로 돌아 들어서는 순간, 타임슬립을 경험하게 된다. 열맞춰 서있는 항아리가 놓인 마당과 나무로 지어진 오래된 기와집. 쌈밥을 먹으러 왔다 옛정취까지 챙겨갈 수 있다. 맛있겠다라고 생각이 드는 것은 마당을 마주한 순간부터다.


매장 내부도 옛 것 그대로다. 언제부터 자리하고 있었는지 알 수 없는 도자기, 소쿠리, 액자 등이 보존(?) 되어 있다.

이런 옛스러운 멋도 한 몫해서 그럴까. 점심시간에 맞춰 쌈밥을 예약한 테이블들이 꽤나 있다. 이윽고 도착한 인근 직장인들은 익숙한 듯이 미리 세팅되어진 자리에 착석을 한다.

흔하디 흔한 메뉴판은 이 곳에서는 존재하지 않으며, 벽면에 삼계탕, 동태탕, 애호박찌개 등을 판매한다는 것을 알리는 수준이다. 메인메뉴인 쌈밥(7,000원)은 언급조차 되어 있지 않지만, 이 곳을 온 목적이 쌈밥이기 때문에 쌈밥으로 2인분을 주문한다.


전라도 밥상은 밑반찬을 제외하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이날은 총 11가지의 반찬이 나오는데, 왠만한 백반집보다 반찬이 걸다.

또, 쌈밥의 주인공인 돼지주물럭이 조리되어 나오기 전까지 주린배를 살짝 채워줄 수 있는 찰밥도 함께 나온다. 찰밥과 곁들여먹는 반찬 하나하나 게미가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보글보글 청국장찌개도 나온다. 그 맛 또한 좋다. 과하지 않고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청국장찌개에는 두부와 호박을 듬성듬성 썰어넣어 풍미를 한껏 높혔다.

청국장만 있어도 밥이 술술 들어가고도 남겠지만, 쌈과 쌈 사이 목을 축여줄 좋은 도우미 역할을 한다.

드디어 돌판위에 올려진 오늘의 주인공 돼지주물럭이 등장한다. 지글지글 소리가 들리고 매콤한 열기를 뿜어내는 주물럭을 보니 잠시 주춤했던 침샘이 돈다.

뜨끈한 돌판 위에 주물럭을 올리면 양념이 타버린다거나 수분 손실 등을 막을 수 있으며, 온기 덕에 마지막 한 점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좋은점들이 많다. 그래서 참뫼에서 돌판을 고집하는 이유일 것이다.

돼지고기는 살코기도 좋지만 비계와 적절하게 섞여야 식감도 좋고 맛도 좋은데, 두툼한 두께를 가지고 있으면서 살코기와 비계의 적절한 밸런스를 자랑하기에 만족스럽다.


돼지고기에 고추장양념을 했으니 안 맛있는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주물럭 한 점과 뜨끈한 밥 한 술이면, 이 순간만큼은 비싼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은 순간이다.

너무 맵거나 너무 달지 않고 고기 맛에 집중한 주물럭이기 때문에 물리지 않고 위장의 크기가 허락하는 만큼 마냥 먹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밥으로도 충분히 좋지만, 화룡점정은 바로 ‘쌈’이다. 원하는 만큼 주어주는 신선한 배추와 상추 그리고 열무가 참뫼에서 제공하는 쌈채소들이다.

손위에 상추 한 장만 깔아도 되고, 여러 채소를 켜켜이 쌓아도 된다. 개성에 맞춘 채소조합에 제일 금지막한 고기 한 점 올리고, 집된장 살짝만 가미해 싸먹으면 꿀 맛이다.

위생적이지 못하다고 손가락질을 당할지도 모르지만 입이 찢어지도록 크게 싸서 물이 흘러내릴정도로 싸먹어야 오늘 쌈 좀 먹었구나 싶다.

깨끗해진 돌판과 밥그릇을 마주하고나서야 비로소 나의 젓가락질을 멈췄다. 쌈밥은 비록 화려하지도 않고 거창하지도 않지만 오랫동안 내 속사정을 아는 친구와 같은 음식이다.

오랫동안 함께한 친구 같은 쌈밥은 언제나 옳다. 여기에 참뫼처럼 고스넉한 식당에서 겨울 정취까지 느낄 수 있다면 금상첨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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