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이 시대의 진정한 밥도둑 보리굴비

맛집다미정

대한민국의 3대 도둑이 있다고 한다. 뭇 남성들을 설레게 했던 한가인과 김태희의 마음을 훔쳐간 연정훈과 비가 1대, 2대 도둑이오. 마지막은 밥도둑 간장게장이라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우스갯소리로 떠도는 말이라지만, 진정한 밥도둑 보리굴비가 빠진 것은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맛이며 영양면에서 간장게장에 못지않은 빼어남을 자랑하지만, 인지도에서 밀리고 만 보리굴비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오늘의 미션이다.

봄 같던 겨울도 끝났는지 눈발이 휘날리고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날씨지만 보리굴비 원정대는 먹을 곳이 많은 풍암동으로 발길을 옮긴다.

위풍당당한 외관을 뽐내는 다미정은, 떨어진 체력과 입맛을 제대로 돋워줄 보리굴비 전문점이다.

1~2층 모두 이용할 수 있어서 자리는 넉넉한 편이다. 내부 자리는 모두 좌식이라 신발을 벗어야 하기 때문에 살짝 불편할 수도 있지만 뜨끈한 바닥이 칼바람에 꽁꽁 언 몸을 사르르 녹이기에 충분하다.


특이한 점은 메뉴판이 없으며, 별도로 주문을 받지 않는다. 자연산활어와 굴비정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지만 점심에는 인수에 맞춰 굴비정식(1인 15,000원)을 준비해준다.

모든 상차림이 차려지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5분 내외로 바쁜 점심시간에도 문제가 없다.


보기만 해도 군침 도는 빛깔의 보리굴비를 보라! 없던 입맛도 불러일으킬 비주얼에, 크기도 큼지막하다. 꽤나 대식가인데도 부족함 없이 먹었으니 양에서도 손색이 없다.

또한, 먹기 좋게 굴비살을 찢어놓았기 때문에 먹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자! 이제 한입 뜰 차례~

생선은 싱싱하게 으뜸이라지만, 반건조 생선은 생물과 확연히 다른 맛을 선사한다. 잘 말린 생선은 본래의 생선살이 가진 단맛에 고소한 감칠맛과 슬쩍 숙성의 맛까지 얹어낸다.

보리굴비는 굴비를 보리를 담은 항아리에 묻어 말린 것이다. 명절 때 선물 받은 굴비를 보리를 담은 독 속에 묻어서 먹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맨밥과 굴비만 있어도 충분히 밥도둑이지만 고추장을 살짝 찍어 맛을 더해주는 것도 별미 중 별미이다.

한입 먹는 순간 이거구나 싶다. 꼬들꼬들 짭조름한 굴비가 입맛을 마구마구 돋운다. 앗, 정신 차려 보니 밥의 절반이 벌써 사라졌다.

또한, 마른김에 하얀쌀밥과 간이 적당히 밴 굴비는 환상의 짝꿍이다. 패스트푸드와 기름진 양식으로 ‘때우던’ 끼니가 아닌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밥을 먹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맛있는 한끼를 먹는 도중, 뭔가 빠진 느낌이 든다. 다른 테이블을 살펴보니 ‘녹차물’이 있는 게 아닌가. 여름에는 시원한 녹차물을 필수로 내어주지만 겨울에는 따로 주문을 해야 하니 꼭 인지하고 가야 한다.

이로써 보리굴비의 마지막퍼즐을 찾았다. 보리굴비는 천일염으로 염장 후 해풍에 3개월 이상 건조시켰기 때문에 조기와 달리 마른 질감과 약감의 염기가 있다. 짭짤한 보리굴비가 개운한 녹차물과 만났을 때, 시너지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이 집 밑반찬도 빼놓을 수 없다. 김치 종류만 해서 4가지가 나오는데 밥도둑 역할에 한몫하는 것들이다. 어느 하나 빠짐없이 맛이 좋은 게 역시 전라도 음식점답다.

역시 괜히 밥도둑이라고 칭하는 게 아니다. 평소 밥 한공기도 허덕여 하는 일행도 반공기를 추가하는 위대함을 보여줬다. 밥도둑만 꼽는다면 3위 안에는 꼭 들어갈 맛임이 분명하다.

보리굴비는 어디든 제값은 하는 편이나, 정갈한 한식 맛까지 느끼고 싶다면 풍암동 다미정을 추천한다.

* 조만간 현재 건물 옆으로 이사 할 예정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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