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바다와 육지가 어우러진 최고의 한상

맛집무진회관

개성파 남자 배우 A씨와 섹시 글래머 여자 배우 B씨의 열애설이 터진 날. 주변 사람들의 첫 반응은 “왜?”였다. 하지만, 얼마 후에 공개된 커플사진에서 의외의 케미를 발견하곤“어라, 괜찮네?”라는 반응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게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만 국한된 이야기일까. 당연히 아니다. 주방장의 상상력으로 만든 의외의 재료 조합은 때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은 ‘퓨전’이란 이름으로 우리 앞에 등장한다.

이 의외의 조합을 보유한 식당은 송정중학교 주변에 있는 무진회관이다. ‘회관’이라는 이름을 가진 식당들은 대부분 꽃등심, 갈비살, 삼겹살 등을 판매하는 고깃집이다. 무진회관 역시 그렇다.

한적한 곳에 위치한 평범한 고깃집이 어떤 의외의 조합을 보여줄지! 아직은 의구심 가득이다. 큼지막한 활어가 열심히 헤엄치고 있는 수족관이 결정적인 힌트다.


무진회관은 대부분 좌식 룸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부 홀에서 삼겹살을 굽는 맛난 냄새를 뒤로 하고 단독룸으로 향하면, 드디어 그 메뉴를 만날 수 있다.

고깃집답게 다양한 구이류와 식사류가 구비되어 있다. 이 메뉴들 틈에서 스페셜 세트메뉴의 메뉴 구성에 한 번, 가격에 또 한 번 눈이 간다. 이 메뉴가 오늘 우리가 만날 의외의 조합이다.

스페셜 세트메뉴는 활어회생고기 그리고 계절음식도 한자리에 만날 수 있고, 가격은 4인 기준으로 99,000원이다. 활어 등이 수급이 어려울 땐 판매하지 않을 수 있으니 예약 필수다.

예약한 정시에 방문하면 이런 식으로 기본 세팅을 해 놓는다. 송정리까지 오는 여정에 꼬르륵 소리가 멈출지 모르던 배를 샐러드, 초밥, 롤, 오징어회무침, 김치 등으로 채워주며 메인요리를 기다린다.

지금까지 고깃집에서 만난 최고의 비주얼은 눈꽃 마블링의 꽃등심이었다. 그러나, 스페셜 세트메뉴는 가히 역대급이다. 고깃집 최고의 비주얼은 무진회관 이전과 이후로 나뉠 정도다.

홍어삼합, 낙지탕탕이, 육회, 활어회가 한데 어우러진 한 접시가 아름답다. 이 음식을 들고 우리에게 오는 사장님 뒤로 후광이 비칠 정도로 때깔이 곱다.

경사, 조사 구분하지 않고 손님을 ‘대접’할 때, 전라도에서는 홍어가 꼭 나온다. 전라도에 놀러 온 타 지역 친구에게 먹이는 스페셜 메뉴 역시 홍어가 빠질 수 없다.

삭힌 홍어의 쿰쿰한 냄새와 톡 쏘는 맛 때문에 전라도민 중에도 먹지 않는 사람이 많은데, 이 곳은 많이 삭히지 않은 홍어를 사용한다. 홍어를 1도 모르는 입문자도 도전해볼만 하다.

홍어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당연히 홍어삼합. 홍어 한 점에 두툼한 돼지고기 수육을 올리고 직접 담군 묵은지까지 함께 먹으면 그 조화, 조상님들께서도 아는 별미다. 맛깔난다.

맛깔스러운 홍어삼합의 옆 짝꿍은 산낙지다. 방금까지 수조관에서 있다왔음을 증명하듯,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이내 낙지들은 거친 움직임을 선보이며 접시를 이탈하기까지 한다.

낙지는 본래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참기름과 오이만으로 간단하게 조미했다. 빨판의 힘이 좋아 젓가락질로는 부족하니 체면불구 숟가락을 사용해 야무지게 먹어보자. 단, 꼭꼭 씹어야 하는 것은 필수다.

다음은 산낙지와 잘 어울리는 육회가 한 자리 하고 있다. 번지르르한 육회의 자태가 보기만 해도 맛있겠다.


그러나, 이 곳의 육회가 더욱 더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양념을 최소화 했다는 점이다. 마법의 고추장양념이 아니라 대파와 참기름만으로 질 좋은 한우 육회 본연의 맛, 그 육즙에 집중했다.

다른 고기를 먹어보지 않았지만육회 맛을 보고나니무진회관의 고기질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이 집, 구이도 맛있겠다.

육회 옆은 활어회가 채운다. 매장에 들어오기 전 마주했던 싱싱한 활어와 냉동 참치부위, 육사시미까지 2~3점씩 먹을 정도로 제법 양을 갖춰 내온다.

당연히 메인 센터에 자리 잡아야 할 활어회가 무진회관에서는 한 쪽 사이드를 채우는 메뉴다. 어디 가서 활어회가 이런 취급을 받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질이 나쁜 것도 아니다.

소고기, 돼지고기 전문점에서 신선한 활어회를 맛볼 수 있다는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다. 하지만, 활어회의 압권은 바로 육사시미이다. 육사시미는 어금니로 건드리기도 전에 샤르르 녹는다. 육회와는 또 다른 고퀄리티를 시연한다.

육사시미와 차돌박이를 올린 초밥, 달콤한 소스가 곁들여진 연어회, 바다의 영양분 전복회도 스페셜 세트메뉴를 거든다. 여기는 ‘배부르게 먹다가 잠들고 싶다’라는 나의 꿈을 실현시켜줄 천국일지 모른다.

이게 끝이 아니다.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찹스테이크가 등장한다. 무진회관이 고깃집이기 때문에 자신 있게 내밀 수 있는 사이드메뉴다.

부드럽고 씹을 때마다 육즙이 터지는 소고기스테이크, 달콤한 소스, 아삭아삭한 채소들이 어우러진 찹스테이크. 세트메뉴 중 유일하게 초딩입맛을 대변해 줄 메뉴이기도 하다.

고기, 해물. 고기, 해물. 그리고 또 고기. 이 식사의 마지막은 해물탕이다. 바지락과 콩나물을 베이스로 하고 전복, 새우, 부추와 고추를 넣은 맑은 국물에 수제비도 적당히 넣어준다.

어느 정도 국물이 우러나올 때쯤이면, 사장님께서 사람 좋은 웃음을 하며 낙지 한 마리를 척 넣어준다. 적당히 익힌 낙지와 국물을 함께 먹으면 연포탕처럼 술안주로도 좋을 듯하다. 이런 시원한 국물로 오늘의 식사를 마무리 해본다.

산해진미. 산과 바다의 산물을 다 갖추어 아주 잘 차린 진귀한 음식이란 뜻이다. 깊어지는 가을의 문턱, 다양한 산해진미들이 우리의 미각을 유혹하는 계절이다.

아버지는 육류, 어머니는 해산물을 원할 때 이런 메뉴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실현되었다. 바다와 육지가 공존하는 최고의 한상차림이다.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