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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한 가을 담긴 꽃게살비빔밥
세계인에게 많이 알려진 우리 고유의 비빔밥. 사실 비빔밥은 정도가 없는 음식이다. 그래서 그 종류와 이름도 다양하고 맛도 각기 천차만별이며, 어떤 재료를 넣던 맛있게 비벼내면 그만인 음식이다.
하지만 어떤 비빔밥이든 양념장이 맛을 좌지우지한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여러 재료를 한 그릇에 넣어 비벼먹는데, 이 양념이 식자재의 맛을 하나로 조화롭게 모아주기 때문이다.
오늘은 단출하게 고추장만 넣어 비빔밥이 아닌 잘 발라낸 꽃게살에 고추장 양념을 넣어 비벼먹는 꽃게속살비빔밥이 어떨까.
매콤한 양념에 꽃게속살 한 아름을 무쳐낸 특별한 비빔밥을 먹기 위해 찾아 나선 곳은 본촌동 주민센터쪽에 위치한 본촌생선구이다. ‘본촌’의 터주대감이 되고 싶은 사장님의 야망이 담긴 매장이름이다.
점심식사시간이 약간 지난시간임에도 주차장에 차량들이 제법 보인다. 번화가, 오피스가가 아님에도 매장안에도 꽃게속살비빔밥을 먹기 위한 손님이 찾아왔음을 증명한다.
매장에는 외식을 하는 가족들, 와이셔츠를 입은 직장인들까지 여러 연령대가 함께 자리를 채우고 있다.
본촌생선구이는 우렁강된장비빔밥, 청국장비빔밥, 꼬막정식, 해물순두부 등이 마련되어 있다. 이중 가장 큰 인기를 끄는 메뉴는 단연 새빨간 양념에 꽃게속살을 무쳐낸 꽃게속살비빔밥(1인 13,000원)이다.
어떤 메뉴를 선택하더라도 푸짐한 계절 별미 한상차림이 매력적이다. 꼬막정식을 제외한 모든 메뉴의 구성은 동일하다. 간장게장, 동태전을 비롯한 여러 반찬이 기본으로 깔리고 메인메뉴만 서로 다르다.
이 한상차림에서 우리의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바로 큼지막한 고등어구이. 생선은 발라먹기 번거러워 좋아하지 않은 사람도 많은데, 이 곳에서는 먹기 좋게 손질을 해주니 먹기 편하다.
제철을 맞은 토실한 가을 고등어를 겉은 바삭하고 속은 담백하게 구워냈다. 단단한 고등어 생선살 한점이 가져다주는 고소함이 좋다. 주인공이 나오기도 전에 영화에 푹~ 빠진 느낌이다.
우리가 오늘 여기에 온 목적, 꽃게속살비빔밥의 면면을 하나씩 살펴보자. 비빕밤 종지에는 삼뿌리와 나물, 김과 참깨를 고루 넣었다.
비빔밥은 간단한 한끼의 느낌이 크지만 삼 뿌리, 줄기까지 내어주니 순식간에 고급스럽게 변모했다. 뿌리 못지않게 영양분이 많은 줄기까지 모조리 먹어치웠다.
삼뿌리도 먹었으니, 기운넘치게 밥 한공기를 그대로 비빔밥종기에 투하시킨다. 평펌해보이지만 현미의 영양과 백미의 밥맛을 모두 갖춘 ‘오분도미’ 공기밥이다.
새빨간 자태를 자아내는 꽃게속살을 얹어 비벼먹으면 된다. 본촌생선구이만의 매력과 비법이 담긴 양념을 머금은 속살은 꽃게살은 은은한 빛깔로 침샘을 자극한다.
꽃게속살을 넣고 슥삭 비벼낸 비빔밥은 매콤하면서도 짜지 않은 맛에 부드러운 꽃게살이 풍미를 더하는 별미이다. 굳이 다른 반찬을 찾을 것도 없이 양념꽃게속살 한 그릇이면 공기밥 한 그릇은 거뜬하다.
매콤한 맛에도 현미와 백미가 조화를 이루는 오분도미로 만든 비빔밥에 속은 개운하고 편한하다. 부드러운 꽃게속살이 좀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꽃게속살비빔밥과 함께 인원수에 맞춰 함께 나오는 간장게장을 먹으며 서로의 매력을 비교하며 음미하는 건 또 다른 재미다.
고소한 된장국, 꽃게속살 만큼이나 부드러운 동태살을 한가득 넣은 동태전을 비롯한 각종 계절 반찬들은 건강식 밥상에 풍미를 더한다.
꽃게살비빔밥을 한 숟갈 퍼 싱싱한 상추에 넣고, 그 위에 새하얀 고등어속살을 얹어 먹는 쌈밥은 이곳 만찬을 맛깔나게 즐길 수 있는 킬링 포인트다.
부족한 채소, 반찬, 젓갈 등은 맘껏 가져다 먹을 수 있는 리필바도 운영중이니 부지런하게 먹어보자.
꽃게야 사시사철 언제든 맛볼 수 있는 친숙한 음식이지만 살이 통통 오른 가을 꽃게는 다른 계절 때와는 달라도 무언가가 다르다. 이다지도 짧아 아쉬운 가을, 눈깜짝할 사이 떠나버려 내년을 기약해야 할지도 모른다.
오늘은 선선하고 푸르른 가을과 바다향이 물씬한 꽃게속살 비빔밥과 함께하는 식도락 동행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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